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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수비형 외인이랬나… 롯데 선두 이끈 마차도

중앙일보 2020.05.09 07:30
5일 수원 KT전에서 KBO리그 첫 홈런을 때려낸 마차도. [연합뉴스]

5일 수원 KT전에서 KBO리그 첫 홈런을 때려낸 마차도. [연합뉴스]

"수비가 좋은 선수입니다. 우리 내야가 강해집니다. 타격? 2할 7푼만 쳐도 대박이죠." 올시즌 개막을 앞둔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은 유격수 딕슨 마차도 영입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은 절반만 맞았다. 마차도가 기대 이상의 타격으로 롯데의 개막 4연승을 이끌었다.
 
롯데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에서 연장 10회 말 SK 김주한의 끝내기 폭투에 힘입어 9-8로 승리했다. KT와 원정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던 롯데는 홈 개막전까지 승리하며 4연승을 달렸다. 롯데의 개막 4연승은 2013년 이후 7년만이다. 롯데는 낙동강 라이벌 NC 다이노스와 함께 공동 1위를 지켰다.
 
롯데는 SK 선발 문승원의 호투에 막혀 6회 초까지 1-6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선두타자 전준우의 솔로홈런으로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이대호의 2루타로 한 점을 따라붙은 롯데는 안치홍이 도루 실패를 하면서 추가점을 뽑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마차도가 좌전 적시타를 쳐 4-6으로 따라붙었다.
 
SK는 7회 최정의 선두타자 홈런과 무사 3루에서 나온 한동민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뽑아 8-4로 달아났다. 하지만 다시 롯데가 따라붙었다. 민병헌과 전준우의 안타, 손아섭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묶어 1점을 추가했다. 1사 3루에선 이대호가 시즌 마수걸이포를 터트려 7-8을 만들었다. 그리고 8회 말 마차도가 서진용의 높은 공을 때려 왼쪽 담장 너머로 날렸다. 8-8.
 
연장 승부를 끝내는데도 마차도의 역할이 컸다. 롯데는 안치홍의 볼넷, 정훈의 몸맞는공으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마차도는 SK 김주한의 유인구를 끊임없이 커트해낸 뒤 8구째를 쳐 중견수 쪽 타구를 날렸다. SK 중견수 김강민의 호수비에 잡혀 아웃됐지만 2루주자 안치홍은 여유있게 3루로 리터치했다. 후속타자 정보근 타석 때 김주한의 초구가 그대로 빠지면서 롯데가 승리했다. 5타수 3안타 2타점을 올린 마차도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베네수엘라 출신 마차도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계약을 맺은 뒤 2013년 입단했다. 장타력은 없어도 수비력이 좋아 2015년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하지만 타격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수비 역시 MLB 수준에선 뛰어난 편이 아니라 결국 오래 살아남진 못했다. 지난해엔 트리플A에서 홈런 17개를 때려냈으나, 사용구 반발력이 늘어난 탓에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롯데와 계약하며 KBO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성민규 단장이 마차도를 영입한 건 수비 강화를 위해서였다. 롯데는 박기혁 이후 꾸준하게 내야를 지킨 유격수가 없다. 지난해엔 신본기가 주전으로 활약했으나 안정성에 비해 수비 범위가 넓은 편은 아니다. 성 단장은 "마차도는 수비적인 면에선 최고다. 게다가 최근 장타력이 좋아진 편이다. 한국에선 장타도 제법 날릴 것이다. 타율은 2할대 중반만 쳐줘도 된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마차도는 수비에선 예상했던 만큼 실력을 보여줬다. 안정된 풋워크와 송구로 내야를 강화시켰다. 그러나 타격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기대 이상으로 뛰어나다. 5일 개막전에서 적시타와 홈런 포함 4타점을 올리며 역전승을 이끌더니 8일 경기에서도 맹타를 휘둘렀다. 고작 4경기긴 하지만 15타수 6안타(2홈런) 6타점 1도루. 마차도가 펼치는 의외의 활약이 롯데의 큰 힘이 되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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