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정제야 이리온"…코로나 시대, 해외서 뜨는 아기 이름들

중앙일보 2020.05.09 07: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수 개월간 세계인들의 화두가 되면서 코로나가 아이 이름을 짓는 데까지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봉쇄(lock down) 등 어두운 이미지는 피하고 희망·평화 등 밝은 이미지를 담은 이름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 연상 코리, 로나 등은 기피할 듯
코로나 이름으로 놀림 받은 호주 소년
코로나 걸린 톰 행크스에게 격려편지 받아
보리스 英총리, 자녀 이름에 의료진 이름 넣어
인도에선 아들 이름 '세정제'로 짓기도

코로나 19로 인해 전세계 아이들의 이름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6일 베트남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보호장구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코로나 19로 인해 전세계 아이들의 이름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6일 베트남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보호장구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7일 인디아 투데이와 B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영미권에서는 코로나를 연상케 하는 이름을 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이름이 코라·코렌·코리나·로나·로난과 같은 코로나를 연상케 하는 단어다. 봉쇄를 뜻하는 '락(lock)'을 연상케 하는 '로키'도 피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바이러스와 발음이 유사한 바이올렛·비올라 등도 기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에는 코로나라는 이름을 가져 왕따를 당했던 소년의 사연이 널리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 골드코스트에 사는 코로나 데브리스(8) 군은 배우 톰 행크스가 호주에 머무는 동안 코로나 19에 걸린 사실을 알고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편지를 보냈다.
 
코로나라는 이름을 가져서 괴롭힘을 당한 호주의 한 소년이 톰 행크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뒤 소년은 톰 행크스로부터 따뜻한 격려의 답장과 함께 스미스 '코로나' 타자기를 선물받았다. [유튜브]

코로나라는 이름을 가져서 괴롭힘을 당한 호주의 한 소년이 톰 행크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뒤 소년은 톰 행크스로부터 따뜻한 격려의 답장과 함께 스미스 '코로나' 타자기를 선물받았다. [유튜브]

 
소년은 그러면서 자기 이름이 코로나라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적었다. 그러자 톰 행크스가 따뜻한 답신과 함께 타자기를 선물했다. 톰 행크스는 "넌 내가 아는 사람 중 태양 주위의 빛 고리 같은 '코로나'라는 이름을 가진 단 한 사람"이라고 적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건강을 회복한 배우 톰 행크스. 그는 코로나라는 이름을 가져 왕따를 당한 소년을 위로하면서 '코로나 타자기'를 선물했다. [AP=연합뉴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건강을 회복한 배우 톰 행크스. 그는 코로나라는 이름을 가져 왕따를 당한 소년을 위로하면서 '코로나 타자기'를 선물했다. [AP=연합뉴스]

 
코로나(corona)는 일식·월식 때 해·달 둘레에 생기는 빛 고리다. 스페인어로는 왕관이라는 뜻이다. 선물한 타자기 역시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톰 행크스가 애용하는 스미스 '코로나' 타자기였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이름을 가져 놀림을 받았던 소년이 톰 행크스에게 뜻밖의 타자기 선물을 받았다. 타자기 브랜드명도 코로나다. [유튜브]

코로나라는 이름을 가져 놀림을 받았던 소년이 톰 행크스에게 뜻밖의 타자기 선물을 받았다. 타자기 브랜드명도 코로나다. [유튜브]

 
이와 달리 역발상으로 인도에선 쌍둥이에게 '코로나'와 '코비드'라는 이름을 지어준 부모도 있다. 지난달 4일 인디아 투데이 등에 따르면 인도 차티스가르주에 사는 한 여성은 남녀 쌍둥이를 출산했는데 이름을 코로나와 코비드로 짓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난 극복의 상징으로 정한 이름"이라면서 "바이러스가 삶을 위협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사람들이 위생과 좋은 생활습관에 신경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어떤 이름을 선호할까. 

 
영국의 육아 사이트 '채널 맘 닷컴'이 2000명의 영국 부모들의 의향을 조사한 결과, 희망(hope)·믿음(faith)과 같은 가치를 담은 이름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으로 조사됐다. 
 
무지개를 뜻하는 '아이리스'도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비 온 뒤 하늘을 수놓는 무지개처럼 희망을 주는 이름이다. 안전한 느낌을 주는 '헤이븐(피난처)'이나 '하버(항구)'도 선호 이름이다. 
 
이밖에 평화를 의미하는 팩스(Pax), 기쁨을 뜻하는 블리스(Bliss)·조이(Joy)를 비롯해 영웅적인 면모를 연상케 하는 에이버리(Avery)·매버릭(Maverick·개성이 강한, 혁신적인) 등도 인기를 누릴 전망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왼쪽)는 아들 이름에 자신을 구해준 의사 이름을 넣어서 지었다. 사진은 그의 파트너인 캐리 시먼즈와 함께 럭비 시합을 보고 있는 존슨 총리.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총리(왼쪽)는 아들 이름에 자신을 구해준 의사 이름을 넣어서 지었다. 사진은 그의 파트너인 캐리 시먼즈와 함께 럭비 시합을 보고 있는 존슨 총리. [AFP=연합뉴스]

 
코로나 위기를 넘기게 해준 은인이나 봉쇄 기간 소중함을 느끼게 된 친지의 이름을 따는 경우도 늘어날 전망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달 29일 태어난 아이 이름을 '윌프레드 로리 니컬러스'로 지으면서 자신을 구해준 의사의 이름(니컬러스)을 넣었다. 
 
존슨 총리의 할아버지(윌프레드)와 파트너 캐리 시먼즈의 할아버지 이름(로리)도 같이 담았다. 존슨 총리는 앞서 코로나 19 에 감염돼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의 중환자실 신세를 졌고 현재는 퇴원해 국정에 복귀했다.
 
인도의 한 가정에서는 아들에게 '세정제'라는 이름을 붙인 사례도 등장했다. 사진은 손 세정제의 모습. [AFP=연합뉴스]

인도의 한 가정에서는 아들에게 '세정제'라는 이름을 붙인 사례도 등장했다. 사진은 손 세정제의 모습. [AFP=연합뉴스]

 
어지간한 사람은 차마 따라 할 수 없는 용감한(?) 작명도 있다. 인디아 투데이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에 사는 옴비르 싱 씨는 아들에게 '세정제(sanitizer)'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는 "사람들이 코로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를 구한 것은 세정제였다는 걸 기억할 것"이라고 작명 배경을 설명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