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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리스크 돌파 해법…중국·동남아 진출 국내 기업에 ‘컴백 홈 특혜’ 허하라

중앙선데이 2020.05.09 00:29 685호 4면 지면보기

팬데믹 속 리쇼어링 급부상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로 지난 2월 잠시 가동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 중국산 부품 수급 차질로 지난 2월 잠시 가동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동구기업은 2001년 중국 톈진, 2014년 베이징에 진출해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가전·자동차 등 제조에 필수인 프레스 금형을 만들어 LG전자·현대자동차의 현지 협력 업체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그러던 이 회사는 최근 베이징에서 철수해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류병현 동구기업 대표는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부터 현지 분위기가 나빠져 유턴을 고심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해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중국에서 현지인을 100명 넘게 고용했는데 한국에서 기술 인력 고용과 후배 양성에 힘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생산·공급 삐끗하자 관심 커져
국내 생산 40조, 부가가치 13조 예상

외국과 달리 한국만 법인세율 올려
‘2년 이상 해외 사업장’ 조건 없애고
유턴 기업 특구 지정도 고려할 만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중국·동남아 등지의 제조 공급망 셧다운 리스크를 줄이고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리쇼어링(reshoring·제조 기업의 본국 귀환)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7일 낸 보고서에서 “해외에 있는 한국 기업 5.6%만 유턴해도 국내 일자리 13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며 “국내 생산액 40조원, 부가가치 유발액 13조1000억원도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하는 의미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리쇼어링은 국내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논의됐지만 생산·공급망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현대차 사례에서 보듯 코로나19 탓에 중국·인도 등 해외 공장이 멈추면서 부품 공급이 여의치 않자 국내 생산라인도 세워야 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런 필요성에도 해외로 나갔다가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많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유턴 기업은 2017년 4곳, 2018년 10곳, 지난해 16곳 등에 그쳤다. 이와 달리 미국은 2016년 267곳에서 2017년 624곳, 2018년 886곳으로 국가 간 산업 규모 차이를 고려해도 리쇼어링 증가세가 뚜렷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일명 유턴법)을 제정했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은 기업이 돌아오게 만들 확실한 ‘당근’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미국은 법인세 대폭 감면(최고세율 21%로 인하)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기업의 발걸음을 되돌렸다. 이와 달리 한국은 법인세율을 오히려 27.5%(지방세 포함)로 올렸다.
 
국내의 높은 물류·인건비도 유턴 희망 기업이 결심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은 32.8%나 올랐다. 리쇼어링의 직접 지원 대상도 해외 사업장을 2년 이상 유지한 경우만 인정해 이것부터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은 유턴 기업이 택한 입지(立地)나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공장 이전비의 20%를 세금에서 공제해준다. 국내에서는 다르다. 입지에 따라 보조금 지원 비율이 다르다. 특히 대기업은 아예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정부의 유턴 지원 성적도 저조했다.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68개 기업이 유턴했다. 그러나 폐업하거나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곳이 많아 실제로는 38곳뿐이다. 곽대훈 의원실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유턴에 8790억원을 투자하는 동안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 규모는 246억원에 불과했다.
 
이러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부는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더불어 유턴 지원 협의체인 ‘민관합동 유턴지원반’을 지난달 28일 출범시켰다. 정부는 3월 11일 시행된 유턴법 개정안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개정안은 유턴 지원 대상 업종을 늘리고 보조금을 토지나 공장의 매입·임대비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설 투자 유턴 기업에만 적용하던 법인세 최대 7년 감면(5년 100%+2년 50%) 혜택을 증설 투자 유턴 기업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보다 더욱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년 이상 해외 사업장 운영이라는 유턴 지원 조건부터 없애고 고용 보조금을 현재 수준(2년간 1인 720만원씩 최대 100인 지원)보다 늘려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국내 경영 활동을 어렵게 하는 요소도 다시 짚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최저임금 동결과 함께 국회 합의가 끝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3개월→6개월) 등 근로시간 단축 보완책을 정부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토지·설비의 장기 무상임대가 자유롭도록 유턴 기업만을 위한 특구 지정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산업단지 내 유휴 공간을 유턴 기업에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에 허가 신청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턴 유발 효과가 큰 대기업 유턴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중견기업 대부분은 대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같이 나간다”며 “협력관계인 대기업이 돌아오지 않으면 중소·중견기업만 돌아오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내 대기업 유턴은 현대모비스가 중국 공장 2곳의 문을 닫고 지난해 8월 울산에 새로 공장을 짓기 시작한 사례뿐이다. 이때 5개 중소·중견 협력 업체가 현대모비스를 따라 유턴했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는 리쇼어링 후폭풍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예컨대 유턴한 기업이 높은 생산비를 감안해 공장 자동화에 힘쓸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는 기대보다 미미할 수 있다. 사드 사태에서 나타났듯 리쇼어링으로 중국 등의 한국 기업 ‘때리기’ 가능성도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쇼어링(Reshoring)
‘제조업의 본국 회귀’를 뜻한다.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으로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불러들이는 정책이다. 싼 인건비나 판매시장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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