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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임금근로자 ‘제2 고용보험’ 만들어 사각지대 줄여야

중앙선데이 2020.05.09 00:22 685호 8면 지면보기

[경제 안테나] 전국민 고용보험 

노동절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코로나19 비정규직 긴급행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노동절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코로나19 비정규직 긴급행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는 혁명적이다. 삶과 사회의 근본을 바꾸고 있어서다. 자연을 개발해 거대 도시를 만들고, 교역 경계를 확장해 글로벌 시장을 설계한 대가로 전염병은 순식간에 세계로 퍼졌다. 감염병 확산으로 전 세계는 시장의 욕망, 정치의 무능, 제도의 부재가 뒤엉키며 다수의 희생자를 양산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는 2009년 금융위기 종료 후 9년 반 동안 만든 일자리 2600만 개가 팬데믹 한 달 만에 사라졌다. 제도와 정치 부재가 초래한 혼란을 현금으로 규율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위기와 혼란의 규모와 상처를 고려하면 재정 지원은 진통제에 불과하며 보다 근본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비임금근로자·보험 미가입자 포함
포괄적 고용 안전망체계 구축 취지

예술인 보험 적용 10년째 국회 계류
비정규직엔 가입 요건 완화 필요
65세 이상 고령자 가입도 허용해야

전염병 대응이 코로나19 이전의 구체제(앙시앙레짐)를 시험하는 장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리트머스에 노출된 사회적 약점과 환부를 보완하고 치료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고용보험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최근 논란은 긍정적이다. 고용보험 피보험자의 ‘여집합’ 규모는 노동시장 취약성의 바로미터인데 그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미가입 범주는 ‘법적’ 사각지대와 ‘실질’ 사각지대로 구분된다. 전자는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와 특수형태업무종사자 등 680만 명, 24.9%)와 ‘고용보험적용 제외자’(178만 명, 6.5%)로 구성되고 후자는 자격은 있으나 미가입한 근로자(378만 명, 13.8%)다. 이들 미가입자와 특수직연금 가입자(공무원·교원)를 제외한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약 1353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49.4%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전체 취업자 중 고용보험 미가입자 45.2%
 
고용 안전망의 신체제(누보레짐) 설계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논란부터 정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여당이 띄운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의 개념은 부적절하다. 안전망을 고용보험 사각지대까지 확대하자는 취지이나 ‘전국민’이라는 표현으로 혼란을 초래했다. 정확하게는 비임금근로자와 고용보험 미가입자를 포함하는 포괄적 고용 안전망 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그러려면 취약 계층이 누구인지 범주별로 분류하고 적용 가능한 안전망의 유무를 판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격이 있으나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고용보험체계 내로 편입하고, 제도적으로 가입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우선 고용보험법상 가입대상이지만 보험을 회피한 사업장의 보험 가입을 촉진해야 한다. 최근 통계상 자격 있는 근로자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78.2% 수준이며 미가입자는 약 456만 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중소 영세사업장 종사자와 소속 외 비정규직 근로자(파견, 용역 및 사내도급 근로자) 등 불안정 고용 계층이다. 경제위기 때 이들은 가장 먼저 고용조정 대상이 되는 범주다. 최근 조사 기준 5인 미만 영세사업장 임금노동자는 총 378만 3000명이며 이들 중 약 40.1%만이 보험에 가입했다. 경활조사와 고용형태공시 데이터를 통합한 소속 외 비정규직 규모는 약 165만 5000명이며 고용보험 가입 규모는 추정이 어렵다. 이들에 대해서는 고용보험 가입요건을 완화하되 전(全)사업장 가입대상 근로자와 피보험자 수 신고를 의무화해야 한다. 아울러 고용부 이외 중기부, 산업부 등 모든 정부 지원 또한 고용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 고용유지 기간이 짧고 이직이 빈번한 노동자의 경우 ‘휴대형 고용보험계좌’ 제도를 도입해 직장을 옮겨도 보험금 적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일이다.
 
다음은 고용보험법에 따라 ‘적용 제외되는 근로자’ 문제다. 법은 3개월 미만 근속하고 1개월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자(주당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자 포함)를 고용보험법 적용 제외 대상으로 한다. 최근 경활조사 기준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는 93만 2000명이다. 이 범주의 근로자는 법률이 요구하는 유급주휴, 퇴직금 등의 지급대상에서 배제되며 이 때문에 규모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노동시장 왜곡을 개선하고 고용 안전망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한 적용 제한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하나의 적용제외 범주는 65세 이후 신규취업 근로자다. 65세 이전 가입한 근로자는 65세를 넘어도 피보험 자격을 유지하는 반면 65세 이후 신규취업자는 가입이 제한된다. 연령 구분의 근거가 불분명한 셈이다. 2025년이 되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20%를 넘는다. 한국 노동자의 노동시장 최종 은퇴 연령이 약 72세인 점을 고려하면 고령자의 고용보험 가입도 허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일이다.
 
마지막이 논란의 중심인 ‘비임금 근로자’로 핵심은 ▶1인 자영업자 ▶특수형태 업무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등이다. 전세계 공통으로 전염병 위기 국면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분류된 범주들이다.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로버트 라이히(Robert Reich)가 구분한 코로나 국면의 4계급 가운데 제3계급인 ‘무급자(The Unpaid)’가 이에 해당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부터 직접적 영향을 받는 계층이며 고용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범주다. 한국에서는 임의가입 형태로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이 허용되나 가입률은 0.38%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의무가입을 강제해도 피보험자격을 유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근로자의 경우 피보험자 보험료의 절반(0.8%)을 사용자가 부담하며 그 외에도 ‘고용안정, 직업능력개발 사업’을 위한 보험료를 사용자가 전담하지만 비임금 근로자는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때문에 고소득자의 경우 소득 노출에 따른 조세 및 준조세 부담으로 고용보험 가입에 부정적이며, 저소득자는 당장의 경제적 필요 때문에 미래의 위험을 고려할 여력이 없다. 의무가입 대상인 산재보험 적용 9개 직종 특고종사자 약 48만6300명 가운데 84.75%가 적용제외를 신청한 상황에서 고용보험 또한 이와 다를 이유가 없다.
 
기술적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비임금근로자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가능하게 하려면 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소득 파악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노동과 비노동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소득의 변화 등을 파악·추적하기 어렵다. 근로장려금(EITC)으로 자영업자 소득 파악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기술적 어려움이 많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 체제개편에 앞서 준비된 제도와 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논의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형 실업부조제도인 국민취업지원제도 또한 입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조속한 제도화가 우선 돼어야 한다.
 
이상의 입법 노력과 정책적 대응을 전제로 중장기적 고용 안전망 체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현행 고용보험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임금근로자에 대한 안전망을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해야 한다. 노사의 기여로 조성되고 운영되는 고용보험에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나라는 드물며, 이들의 가입에 따른 기존 피보험자의 기득권 훼손 및 수요 증가로 인한 기금재정 고갈 문제도 논란거리다.
  
수요 증가로 기금재정 고갈 문제
 
따라서 비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제2 고용보험’을 설계해 기존 제도에서 배제된 사각지대 취업자들을 포괄하는 방법이 고려돼야 한다. 고용 안전망이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로 이원화되는 셈이다. 제2 고용보험의 보험료는 소득에 기반해 조세와 통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업주 특정이 곤란한 특고종사자의 경우 서비스 요금의 일정 비율을 사회보험료로 책정해 원천 징수토록 하고, 자영업자에게는 사업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통합 과세해야 한다. 청사진 현실화를 위해선 적용 대상과 기준 설정, 보험료 부담의 원칙과 수준, 모럴해저드 통제 방법 등의 이슈가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두루누리 사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일정 소득액 이하 계층의 보험료 50%는 국가가 부담하는 방법도 고려할 사항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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