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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당일 알아”→“전날 통보받아” 말 바꾼 윤미향

중앙선데이 2020.05.09 00:20 685호 10면 지면보기
이용수 할머니(왼쪽)가 지난해 1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복동 할머니의 입관을 지켜본 뒤 윤미향 당시 정대협 대표(오른쪽) 등과 함께 입관실을 나서고 있다. 가운데는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 소장. [뉴시스]

이용수 할머니(왼쪽)가 지난해 1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복동 할머니의 입관을 지켜본 뒤 윤미향 당시 정대협 대표(오른쪽) 등과 함께 입관실을 나서고 있다. 가운데는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 소장. [뉴시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과 이용수(92) 할머니와의 공방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합의 내용을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의 전신) 대표였던 윤 당선인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성금 유용 의혹이다.
 

이용수 할머니 폭로 후폭풍
소식통 “합의 전날 주요 인사에 알려”
윤 당선인 “통보 받았지만 내용 달라”

‘일 10억엔 거출’ 명확한 언급 안 해
성금 유용 의혹엔 영수증 공개 해명
외교부 “정부가 밝힐 입장은 없다”

윤 당선인은 8일 “협상 당일에 알았다”는 해명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이날 오후 “협상 전날 통보를 받았지만 합의 발표 내용과 다른 내용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중앙일보가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청와대·외교부와 민간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정부는 정대협 측에 일본군의 관여, 정부의 책임, 아베 총리의 사죄, 10억엔 거출 등 핵심적인 부분을 전달했다. 2015년 12월 28일 합의 발표가 임박해서는 이상덕 당시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윤 당선인을 직접 찾아가 관련 내용을 설명했고 발표 전날에는 유선으로 전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소식통은 “합의 발표 전날 관련자들에게 이 국장 등이 전화를 돌려 대강의 합의 내용을 알렸다. 나도 전화를 받은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 국장은 윤 당선인을 ‘나의 카운터파트’라는 식으로 여러 차례 말했기 때문에 내게 연락을 했을 정도라면 윤 당선인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가 피해자 단체 측과 사전에 협의했다는 내용은 2017년 외교부 한·일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 검토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보고서에는 “외교부는 국장급 협의 개시 결정 이후 2015년에만 모두 15차례 이상 피해자 및 관련 단체와 접촉했다”며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쪽에 때때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 발표 후 여론이 악화됐고 윤 당선인도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하면서 외교부 안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8일 중앙일보에 “합의 발표 전날 외교부가 기자들에게 엠바고 상태로 뿌린 것과 똑같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당일 발표는 (사전에) 통보받은 내용과도 달랐다. 소녀상 문제와 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 비난 자제 등의 내용은 당일 이 할머니와 처음 들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가 지난 7일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해명했다.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부분이다. 윤 당선인은 페이스북 글에서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다”며 “저와 다른 할머니들은 10억 엔을 받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 당신만 몰랐다고. 그래서 발표 당일 저와 사무실에서 TV로 봤다는 사실을 끄집어내 드렸다”고 적었다. ‘일본 정부의 10억 엔 거출’ 부분을 몰랐다는 취지로 읽히지만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2015년 위안부 합의 내용을 기자단에 전날 엠바고 상태로 뿌렸다’는 윤 당선인의 설명은 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정부가 기자단에 위안부 합의 관련 내용을 알린 것은 당일 발표 2시간여 전이었다. 출입기자단에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 일정만 알려졌을 뿐 위안부 합의 관련 내용은 전달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몰랐다”고 한 부분은 소녀상 문제와 관련한 부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막판 일본 정부가 “소녀상 이전에 대해 정대협을 설득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청와대와 일본 총리 관저가 소녀상 문제를 포함할 것인지를 놓고 당일까지 줄다리기를 계속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별도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윤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는 이 할머니가 제기한 성금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 영수증을 공개하는 등 적극 해명했다. 윤 당선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성금은)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사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드린 지원금 등과 관련된 영수증을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채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고 “후원금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공시 절차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외교부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정부의 과거사 TF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피해 당사자와 지원 단체가 강하게 결합해 있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한·일 양국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강제징용 문제도 지역별로 지원 단체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유정·정진우·윤정민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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