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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을 이기게 하는 쇼펜하우어의 독설

중앙선데이 2020.05.09 00:20 685호 20면 지면보기
회의주의자 쇼펜하우어, 모욕의 기술

회의주의자 쇼펜하우어, 모욕의 기술

회의주의자 쇼펜하우어,
모욕의 기술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문정희 옮김
위즈덤하우스
 
인생이란 무엇일까. 욕먹고, 욕하고 사는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욕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산다.
 
우리말 속설 “욕먹으면 오래 산다”는 『장자』 ‘천지편(天地篇)’에 나오는 ‘수즉다욕(壽則多辱, 오래 살면 욕이 많다)’을 창의적으로 비틀어 재해석한다. 욕은 일상적·철학적 주제다.
 
세계 100대 철학자 목록에 너끈히 들어가는 쇼펜하우어(1788~1860)도 ‘욕쟁이’였다. 쇼펜하우어는 친구가 없고 어머니와는 불목(不睦)했으며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세상은 그를 알아주지 않았다. 비비 꼬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사후에 열광적인 지지자·추종자가 생겨나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욕설을 삼갔을까.
 
『회의주의자 쇼펜하우어, 모욕의 기술』은 쇼펜하우어의 욕설 모음집이다. 이탈리아 파도바대 프랑코 볼피(1952~2009) 철학과 교수가 쇼펜하우어의 독설을 사형제 폐지, 성적 욕망, 평등주의 등 237개 항목으로 소개했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역작인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의 자매편이다. 그는 토론·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술책으로 ‘상대방을 화나게 하여라’를 제시한다. 상대편을 비분강개(悲憤慷慨)의 함정에 빠트릴 수단으로 모욕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앰브로즈 비어스(1842~1914?)의 『악마의 사전』(1906)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책은 아포리즘의 대향연이다. 쇼펜하우어는 세상 만물에 부정적이었으나 유독 불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망자의 부활이 10세기의 꿈이었던 것처럼 진보는 19세기의 꿈이다.
 
-결혼한다는 것은 남녀가 서로 혐오하는 사이가 되려고 궁리하는 것이다.
 
-대중은 보고 들을 수 있지만, 그 이상 별로 하는 게 없다. 특히 판별력은 거의 없고 보고 들은 것을 제대로 기억조차 못 한다.
 
-인간은 두 명의 주인을 섬길 수 없다. 이성 또는 성서 가운데 오직 하나만 섬길 수 있다.
 
-유일한 행운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불교의 교리를 배우면 깨달음을 얻게 된다. 불경에는 세상이 무에서 창조되었다는 멍청하고 헛된 말도 전혀 없고 세상을 창조했다며 느닷없이 등장하는 사나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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