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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시엔 자율주행로봇이 땅속 전용도로 누빌 수도

중앙선데이 2020.05.09 00:02 685호 22면 지면보기

[도시와 건축] 포스트 코로나 예측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100일 넘게 떠들썩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지금 우리가 쓰는 기원전을 뜻하는 BC와 기원후를 뜻하는 AD를 코로나 이전을 뜻하는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를 뜻하는 AC(after Corona)로 써야할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온라인 상거래, 재택근무 늘어도
전염병 탓 대도시 해체까지는 ‘글쎄’
더 스마트한 고밀화 도시로 갈 듯

지하에 천장 낮은 로봇 전용 도로망
건설비 줄이고 에너지 효율 높여
인간만 다니는 지상 도로는 쾌적

코로나 충격이 대단하긴 하지만 5000년 인류사를 살펴보면 전염병은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최초의 문명이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같은 건조기후대에서 발생한 이유도 건조기후가 전염병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세시대를 끝내고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도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했기 때문이었다.  
  
도요타차, 미래형 ‘우븐시티’ 개발 중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후지산 인근에 추진 중인 우븐시티 신도시 조감도. 이곳 지하엔 소형 자율주행로봇만 다니는 전용도로망을 건설할 계획이다. [사진 도요타자동차]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후지산 인근에 추진 중인 우븐시티 신도시 조감도. 이곳 지하엔 소형 자율주행로봇만 다니는 전용도로망을 건설할 계획이다. [사진 도요타자동차]

혹자는 1919년의 우리나라 3·1운동도 1918년에 한반도를 강타한 스페인독감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처럼 전염병은 언제나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나 유럽 인구의 3분의 1가량을 죽음으로 몰고 간 흑사병과 비교해서 코로나는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향후 의사결정 시 전염병을 고려하면서 진화의 방향이 15도 정도 틀어질 수 있겠지만 미래가 180도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가 마치 전구, 비행기, 엘리베이터, 스마트폰의 발명 이상의 파급이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에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 같은 생물학적 기술(BT)의 반격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치료제만 나오더라도 사람들의 심리적 위축은 크게 사라지고 일상으로의 복귀가 빨라질 것이다. 연휴기간 중 제주도에 몰린 관광 인파를 보라.
 
향후 온라인 상거래,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원격진료의 비중이 늘면서 산업구조와 도시공간구조의 재구성이 촉진될 것이다. 혹자는 텔레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직접 컨텍트 없이도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전염병의 위험을 피해서 대도시가 해체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대도시가 해체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백화점은 온라인 쇼핑과 편의점으로 대체되고, 학교 교실 수도 줄어들 것이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원격진료가 확대되면 한적한 교외로 이사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교외로의 인구이동은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SNS나 화상통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추가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같은 능력의 사람이라도 온라인상의 관계만 맺는 것보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기회를 동시에 가질 때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 화상통화가 된다고 손 잡는 데이트를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까? 마찬가지로 사업적인 기회 역시 비대면 방식 하나보다는 비대면과 대면 두 가지 기회를 가진 업체가 더 유리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대도시를 선호하는 사람은 항상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본능에 대해서도 고려해 보아야한다. 우리는 인간이 동물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으면서 산다. 수십만 년간 진화해온 유전자에 각인된 동물적 특징은 대부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인간은 유전자에 각인된 짝짓기 본능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붐비는 클럽을 보면 오프라인 공간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인간은 신체를 가졌기에 오프라인에서 만나야 할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그래서 지난 500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인간이 모이려는 경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손을 쓸 수 없는 흑사병 수준의 전염병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14세기보다 더 많은 BT기술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각국 정부와 연구소 등의 연합대응 시스템도 더 갖추어질 것이다.
 
나는 도시의 미래를 예측할 때 오히려 더욱 스마트한 고밀화가 될 것이라는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5000년 인류역사에서 바뀌지 않는 큰 흐름 중 하나는 도시의 규모와 밀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수만 명의 우루크 도시에서 100만 명의 로마도시로, 지금은 1000만 명이 넘는 현대식 도시가 지구를 덮고 있다. 이러한 방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도시가 고밀화될 때 사회 경제적 기회가 늘기 때문이다.  
 
농업시대에는 한 사람이 평생 동안 만나는 사람이 100명 남짓했을 것이다. 도시에 사는 우리는 수천 수만 명의 사람을 만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수백만 명의 사람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다. 더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것은 더 많은 신경연결회로인 시냅스를 가지게 되는 것과 같다. 우리의 뇌가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것은 가장 많은 시냅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효율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 더 많은 시냅스를 만들 수 있는 고밀한 환경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 도시는 끊임없이 인프라구조를 발전시켜왔다. 로마의 상수도 시스템 아퀴덕트, 파리의 지하 하수도, 근대도시의 전기전화망이 대표적이다. 파리가 하수도를 눈에 보이지 않게 지하화했다면 도로를 지하화한 작업이 지하철이다. 현대도시에서 하수도와 지하철은 필수 요소다.
 
그렇다면 미래도시의 필수적인 지하 인프라 시설은 무엇일까? 유력한 후보는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 없이 소형 자율주행로봇만 다니는 ‘지하 자율주행로봇 전용도로망’이다. 이는 도요타자동차가 후지산 근처에 개발 중인 ‘우븐시티’ 신도시의 주요 아이디어다. 이같이 천정고가 낮은 지하도로망으로 자율주행 운송로봇이 다닌다면 에너지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우선 로봇만 다니는 낮은 천정고의 터널은 트럭이 다니는 터널보다 건설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둘째, 작은 크기의 운송로봇은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수백g짜리 피자를 배달할 때에도 60㎏ 이상의 사람이 100㎏가 넘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한다. 결국 수백g을 배달하기 위해서 160㎏의 무게를 이동시키는 에너지는 낭비되는 것이다. 택배트럭은 배달 내내 다른 물건들도 싣고 다녀야 한다.  
 
운송로봇은 그런 낭비를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게다가 5G기술을 이용한 자율주행 로봇은 사거리에 신호등도 필요가 없이 크로스로 지나다닐 수 있다.   이동속도와 흐름이 인간이 운전하는 교통수단과 비교가 안 되게 효율적이다. 지하 자율주행로봇 전용도로망은 지하하수도, 지하철, 지하광케이블망처럼 경쟁력 있는 미래도시의 필수 인프라구조가 될지도 모른다.
  
피자 배달 위해 160㎏ 이동해서야 …
 
1970년 경부고속도로를 뚫고 나서 우리나라 근대화가 본격화됐다. 21세기의 경부고속도로는 이러한 대도시내 지하 자율주행로봇전용 도로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하터널을 뚫을 수 있는 현대건설과 운송로봇을 만들 수 있는 현대자동차를 소유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도로가 자동차로 넘쳐나서 지하 40m에 터널을 뚫는 GTX를 만들려 하고 있다. 만약에 도로에서 물건을 운송하는 교통량을 모두 지하로 내려 보낸다면 지상의 도로는 인간만을 위해서 쾌적하게 쓰일 수 있다. GTX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기술은 발전할수록 보이지 않게 사라진다. 휴대폰의 키패드도 스마트폰이 되면서 화면 속으로 사라졌다. 호텔에 가면 서비스 기능을 하는 복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의 도시는 서비스운송과 사람이 혼재한 상태다. 지금은 비대면 상업 활동이 늘어나면서 폭증할 물류 교통량을 따로 분리할 방법을 고려해야할 시점이다.  
 
19세기에 파리가 지하하수도를 뚫을 때에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급변하는 세상일수록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한다. 인간이 몸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은 한참 동안 바뀌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는 전염병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 흩어져 살 것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계속 모일 것이냐. 깊이 생각해야 할 주제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하버드·MIT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30여 개의 국내외 건축가상을 수상했고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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