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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데 규정 타령, 아베노마스크 헛돈…답답한 코로나 대응

중앙선데이 2020.05.09 00:02 685호 27면 지면보기

전 아사히신문 기자의 ‘일본 뚫어보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 정부는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천 마스크를 가구당 2장씩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 정부는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천 마스크를 가구당 2장씩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연휴 기간에 강화도를 다녀왔다. 집을 벗어나 ‘멀리’ 놀러 가는 건 오래간만이었다. 진달래꽃이 예쁘게 핀 풍경도 보고 마음도 모처럼 맑아진 느낌이었다. 강화도는 이전에도 몇 번 놀러 간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린 건 처음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그동안 외출을 자제했던 사람들이 바깥바람을 쐬러 나온 것 같았다. 해외여행길이 막혀 국내 관광지를 찾은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천 마스크 배포 얼마나 도움 될지
5350억원 예산 방호복 샀더라면

오사카 병원에 방호복 전달 묻자
기준 따지다 열흘 지나 “괜찮다”

한국 정보 달라는 의뢰 많지만
‘한국 칭찬=일본 비하’ 비판받기도

일본도 지난 4월 말부터 ‘골든 위크’라고 불리는 연휴였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진자가 아직 늘어나는 상황이라 여행객이 크게 줄었다. 예년엔 붐볐던 항공기나 신칸센(新幹線), 고속도로가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뉴스로 봤다. 일본 정부는 연휴가 끝나기 전인 지난 4일 ‘긴급사태’ 기한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당분간 일본 국내 여행도 어려울 듯하다.
  
매뉴얼 없는 급한 대응에는 약한 듯
 
나는 지난 4월 초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2주간 자가격리를 했다. 격리 기간 중 한국 지인들로부터 “부족한 것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보낼게요” “자가격리가 끝나면 맛있는 것 먹으러 가요” 등등 따뜻한 말과 마음을 많이 받았다. 무사히 격리 기간이 끝난 후에는 실제로 축하 식사를 몇 번 했다.
 
최근 한국이 코로나19 위기에서 재빨리 회복해 나가는 상황을 본 일본의 몇몇 방송국에서 나한테 연락이 왔다. 한국과 일본은 뭐가 달랐는지, 일본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 의료 전문가도 아닌 나한테 인터뷰를 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는 범위에서 열심히 답했다.
 
결정적인 차이는 일본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지진같이 자주 경험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매뉴얼이 있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반면에, 처음 경험하는 일에는 그렇지 못한 편이다. 일본사람들은 대부분 매뉴얼대로 하는 것은 잘하지만 융통성 있게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것은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뭔가를 결정하는 데 오래 걸리기도 하고 좋게 말하면 신중한 면도 있는데 코로나19처럼 급하게 대처해야 하는 일에는 약한 듯하다.
 
나 또한 한국에 오래 살다 보니 한국의 빨리빨리 스타일에 익숙해진 것 같다. 일본의 대응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 지난 4월 중순쯤 오사카(大阪) 시내 의료기관에서 방호복이 모자라 오사카 시장이 시민들에게 우비를 기부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뉴스에서 봤다. 방호복이 없어서 쓰레기봉투를 쓰는 상황이라고 했다.
 
(‘1세대에 2매의 마스크’)은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아베 정부의 마스크 배포 정책을 비판하는 SNS 패러디물. [SNS 캡처]

(‘1세대에 2매의 마스크’)은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아베 정부의 마스크 배포 정책을 비판하는 SNS 패러디물. [SNS 캡처]

일본 정부는 가구당 천 마스크 2개를 배부했다. 그것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쓰는 작은 마스크다. 국민들은 아베 정부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를 비틀어 ‘아베노마스크’라고 부른다. 가구당 2개 그것도 천 마스크를 한 번 배부하는 것이 얼마나 방역에 도움되는 일인지 의문스럽다. 게다가 466억엔(약 5350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투입해서. 의사나 간호사가 잇따라 감염됐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그 돈으로 의료 현장에 필요한 마스크나 방호복을 샀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국에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마스크는 해외로 보내는 데 제한이 있어서 어렵고, 방호복을 찾아봤더니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할 듯했다. 물론 많이는 못 사지만 몇 십 개만이라도 보내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주변에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지인의 가족이 방호복을 수출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대량으로 보내는 게 났겠다 싶었다.
 
오사카 시내 병원에 근무하는 친구한테 연락했더니 역시 “방호복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답변이 왔다. 그런데 친구가 병원 쪽에 문의해 보니 “일본의 기준에 맞는 건지 알고 싶다” “어떤 회사인지 알고 싶다” 등등 여러 정보를 추가로 요구했다. 결국 열흘이 지나서야 “오사카는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서 이번엔 괜찮을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방호복 전달을 처음 제안했을 때 오사카는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이었다. 안 사겠다는 판단까지 10일이나 걸리는 것을 보고 대응이 국가 차원에서도 병원 차원에서도 한참 늦는 것을 알았다.
 
한국 보도를 보니 한국 정부가 검사 키트를 일본에 제공할 경우 일본 정부는 우선 성능평가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내가 경험한 일과 비슷하다. 방호복도 검사 키트도 한국에서 이미 검증을 받았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 그야말로 긴급사태인 지금 평상시에 밟아야 할 절차는 되도록 간략화해서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닌가.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그런 위기감이 없어 보이는 건 왜일까.
 
일부 책임은 아베 총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아베 총리가 지난 4월 12일 SNS에 올린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택 소파에 앉아서 개를 쓰다듬거나 독서를 하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의도는 알겠지만 긴급사태 속에서 집에서 지내야 하는 건 일반 사람들이다. 총리는 쉴 새 없이 움직여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빠야 정상이 아닌가. 더구나 부인 아키에(昭恵) 여사가 벚꽃놀이에 이어 단체여행을 다녀온 것이 밝혀져 더더욱 설득력이 없어 보였다.
  
SNS에 달린 ‘매국노’ … 일본에 댓글 부대?
 
한국에서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지난 3월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서울 종로의 한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사진 왼쪽), 5부제 시행 두 달이 지난 요즘엔 줄을 서지 않고도 마스크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뉴스1]

한국에서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지난 3월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서울 종로의 한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사진 왼쪽), 5부제 시행 두 달이 지난 요즘엔 줄을 서지 않고도 마스크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뉴스1]

한국에서는 매일매일 진지한 표정으로 코로나19의 현황을 발표하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모습만 봐도 최선을 다하고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가 생각난다. 엄청난 지진과 쓰나미 피해에 원자력발전소 사고까지 터져서 일본 정부는 밤낮없이 대응해야 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당시 관방장관은 날이 갈수록 지친 모습이었다. 그는 하루에 1~2시간밖에 못 잤다고 한다. 대응을 잘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노력하는 모습은 보였다.
 
한국을 어느 정도 아는 일본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번 코로나19 때 대응이 평소에 아는 일본, 한국과는 달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본 친구들 말로는 한국사람은 평소엔 ‘괜찮아’ 식으로 대담한 자세로 정부가 통제해도 잘 안 따른다는 이미지가 있었고, 반대로 일본사람들은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써서 정부의 지침을 잘 듣는 이미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정반대였다. 한국사람들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방역에 협조한 반면 일본인은 무슨 근거로 그런지 별로 신경도 안 쓰는 듯 지냈다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 심각한 상태가 돼 버렸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초기부터 철저하게 검사를 하고 감염된 사람을 찾는 것을 보면서 일본은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도쿄올림픽 때문에 검사를 잘 안 하고 감염자가 없는 것처럼 하고 있다는 건 뻔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와중에 내가 그렇게 주장해봤자 “또 한국 편을 든다”는 등 비판만 받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되는 일이다. 작은 목소리라도 냈어야 했다.
 
실제로 자가격리 중에 고양시에서 보내온 음식 등 지원품의 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댓글 중에 “한국에 귀화하십시오” “두 번 다시 일본에 들어오지마, 매국노 신문기자님”이라는 말이 있었다. 전에도 위안부 다큐멘터리 영화 기사를 썼을 때 ‘매국노’라는 댓글을 봤지만 예상했던 반응이라 기분 나쁘긴 해도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런데 단순히 지원품을 올렸을 뿐인데 이런 반응이 있다니.
 
최근 일본 외무성 예산에 ‘우리나라 상황이나 대처에 대한 정보 발신의 확충’이라는 항목에 24억엔(약 275억원)을 투입한다는 보도를 봤다. 취지는 ‘감염증을 둘러싼 부정적인 대일(對日)인식을 없애기 위해 외무성 및 재외공관에서 SNS 등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 상황이나 대처에 대한 정보 발신을 확충’한다는 것이다. 한국 배우 심은경이 주연한 일본영화 ‘신문기자’에도 일본 국가 예산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댓글 부대가 나왔다. 정말 그런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내 SNS에 달린 댓글도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에 관한 한국의 정보를 달라는 의뢰도 많은 반면에 ‘한국을 칭찬했다=일본을 비하했다’고 받아들이고 공격하는 유치한 반응도 있다. 무엇이 일본을 위한 것인지 누가 매국노인지.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을 비교해 보면 일본은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이 보일 것이다. 너무 늦었지만 후회 없도록 정보를 공유하려고 한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나리카와 아야(成川彩) 2008~2017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후,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석사과정에 유학. 한국영화에 빠져서 한국에서 영화를 배우면서 프리랜서로 일본(아사히신문 GLOBE+ 등)의 여러 매체에 영화 관련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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