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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기업 돕는 탐정되겠다”… 의기투합한 '경찰 어벤저스'

중앙일보 2020.05.07 16:40
전직 경찰 고위간부를 주축으로 뭉친 '지킴랩' 구성원이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주민 이사(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조항진 이사(전 서울 방배서장), 이문국 대표(전 서울 광진서장), 박화진 이사(전 경북지방경찰청장), 축하객, 정용주 이사. 뒷줄 오른쪽부터 김덕회·윤수복·박세희 변호사(법무법인 민), 이상철 이사(전 대전지방경찰청장), 고태관 사무국장(법무법인 민 대표), 탁종연 운영팀장 . 지킴랩

전직 경찰 고위간부를 주축으로 뭉친 '지킴랩' 구성원이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주민 이사(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조항진 이사(전 서울 방배서장), 이문국 대표(전 서울 광진서장), 박화진 이사(전 경북지방경찰청장), 축하객, 정용주 이사. 뒷줄 오른쪽부터 김덕회·윤수복·박세희 변호사(법무법인 민), 이상철 이사(전 대전지방경찰청장), 고태관 사무국장(법무법인 민 대표), 탁종연 운영팀장 . 지킴랩

이주민(58)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박화진(57) 전 경북지방경찰청장, 이상철(56)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이문국(57) 전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장, 양근원(57) 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장, 조항진(57) 전 오사카총영사관 경찰 영사….
 
전직 경찰 고위 간부인 이들 6명의 이력엔 공통점 두 개가 있다. 하나는 경찰대 출신으로 공직 시절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해외 주재관’ 경력을 거쳤다는 점이다. 이들은 미국ㆍ중국ㆍ일본ㆍ태국ㆍ베트남 등에서 주재관을 지냈다. 주재관 경력만 도합 27년.
 
경찰 내에선 ‘어벤져스’급으로 꼽히는 이들이 최근 ‘지킴랩’ 이란 이름으로 의기투합했다. 해외 진출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지킴랩은 경찰과 수사 전문가, 변호사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공직생활 당시 쌓은 네트워크와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현지 조사, 갈등 중재, 수사 협조까지 컨설팅하기로 했다. 이문국 지킴랩 대표는 “‘관(官)’에서 채워줄 수 없는 틈새를 민간 영역에서 메우고 싶다”고 말했다.
 
뭉친 계기는 소중한 주재관 경험을 살려 사회에 공헌하자는 취지에서다. 주재관은 사건·사고 처리와 재외국민ㆍ여행객 보호가 주요 업무다. 형사 절차에 밝고 현지 경찰과 협업하며 네트워크를 쌓을 기회가 많다. 7일 현재 32개국 공관 49곳에 경찰 주재관 63명이 나가 있다. 경찰에서도 선망하는 자리다. 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갈증’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각종 사기와 사건·사고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는 기업인을 많이 만났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이란 신분 때문에 돕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특히 형사 문제는 일정 부분 도울 수 있지만, 민사 문제는 한계가 많았습니다(이상철 전 대전청장).”

 

“주재관 시절 네트워크를 다졌던 현지 경찰 중간 간부들이 이제 경찰 총수 등 최고위직에 올랐습니다. 오랫동안 쌓은 초급ㆍ중급 정보가 이제 농익은 고급 정보가 됐는데 사장하긴 너무 아쉬웠습니다(박화진 전 경북청장).”

 
구체적으로 지킴랩이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 대표는 ”파트너 평판 조사부터 껄끄러운 노사 문제 처리, 수사 의뢰 등 탐정 내지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줄줄이 나열한 사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①사건·사고=현지 네트워크가 있다며 접근한 브로커에게 돈을 건넸는데 브로커가 잠적했을 때→신원을 파악하고 현지 경찰과 협조해 신속한 수사를 돕는다.

②파업=현지 공장장을 둔 공장에서 갑작스레 파업이 일어났는데 대처하기 어려울 때→현지 노동법에 근거해 관련 부처와 협조해 원만하게 해결한다.

③경비=중동 등 분쟁지역, 안전 우려가 있는 지역에 진출할 경우→안전 교육과 경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 경찰의 협조를 구한다.

④뒤처리=사업을 철수할 때 현지인과 분쟁이 일어날 경우→현지 법원 재판 과정에서 사법 절차 해결을 돕는다.

 
이미 현지에서 탄탄하게 쌓은 정보력을 자랑하는 대기업조차 지킴랩이 도울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봤다. 이미 대기업 몇 곳이 컨설팅을 의뢰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보는 한 방향이기 때문에 늘 크로스 체크해야 한다”며 “대기업도 나름의 정보를 갖고 있지만, 경찰의 풀뿌리 정보력과 크로스 체크할 때 시너지를 낸다”고 설명했다.
 
지킴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현지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부터 돕기로 했다. 대기업엔 일정 비용을 받지만, 중소기업은 무료로 컨설팅하는 식이다. 최종 목표는 ‘컨트롤 리스크스’나 ‘크롤’ 같이 연 1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위기 관리 전문 기업이 되는 것. 이 대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지는 데도 이름값만 믿고 비싼 돈을 받는 외국계 회사 대신 가성비 있는 토종 위기관리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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