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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소리 싫었던 나성범, 화려하게 부활했다

중앙일보 2020.05.07 15:28
"야구장에서 나는 소리가 정말 싫었어요. 관중 응원 소리도, 선수들의 기합 소리도…,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크게 틀고 지루한 재활 훈련을 했어요."
 
2020 프로야구 개막일인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4회 초 1사 상황에서 타석에 선 NC 나성범이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2020 프로야구 개막일인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4회 초 1사 상황에서 타석에 선 NC 나성범이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나성범(31·NC 다이노스)은 지난해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 5월 3일 창원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주루 중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전방십자인대 파열과 연골판 부분 파열로 수술과 재활을 하면서 이후 그라운드에 설 수 없었다. 나성범은 지난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수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많이 설렜고, 어느 시즌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 그에게 무릎 부상이라는 큰 시련이 닥쳤다. 
 
십자인대를 다친 선수들이 100% 제대로 복귀한 것은 아니었다. 수술과 재활을 해도 부상 이전의 완벽했던 무릎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무릎이 다치던 순간이 트라우마로 남아 활동 범위가 좁아지는 경우가 있다. 그랬으니 나성범은 야구가 참 꼴보기 싫었을 것이다. 
 
나성범은 올 시즌 개막 전까지도 계속 스스로를 다독였다. "올해 개막전 엔트리에만 들었으면 좋겠다. 예전처럼 잘하는 모습을 보여줄지는 모르겠다"며 소박한 소망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자신의 복귀를 반신반의하던 그는 지난 5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개막전에서 3번 지명타자로 나와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4회 1사에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결승 솔로포를 쏘아올리는 등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그동안 초구 공략을 즐겼지만, 이날 경기에선 밀어치고 당겨치고 끈질기게 볼을 골라내는 모습을 선보이는 등 플레이가 한층 성숙해져 있었다.  
 
지난 5일 삼성전에서 NC 나성범이 솔로홈런을 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삼성전에서 NC 나성범이 솔로홈런을 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나성범이 이렇게 빨리 타격감을 끌어올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상훈 CM충무병원 원장은 "나성범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100%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좌타자라서 타격 시 다친 오른 다리가 앞으로 나가기 때문에 타율이 떨어질 확률이 낮다. 타격감을 끌어올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올 여름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변수가 됐다. 개막이 3월 말에서 계속 늦춰졌고, 그 사이 나성범은 편안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긴장했던 개막전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날(5월 5일)은 지난해 나성범이 수술대에 올랐던 날인데, 안 좋았던 기억도 날려버릴 수 있게 됐다. 나성범은 "팬들에게 강해져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중했다. 나도 팬들도 기다린 첫 경기에서 홈런을 날려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마침 이 경기는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에 생중계됐다. KBO리그 첫 경기 중계에 많은 미국 야구팬들이 경기를 시청했다. 나성범이 타석에 들어서자 ESPN 해설자는 "나성범은 보라스와 계약을 맺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런 경기에서 나성범이 홈런을 날렸으니 제대로 쇼케이스를 펼친 셈이다. 나성범은 미국 중계에 대해 "신경 안 쓰고 평소대로 경기했다"고 했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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