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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세계 당구 리드하는 한국, 그 힘의 원천은 동네 당구장

중앙일보 2020.05.07 10:00

[더,오래]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17)

 
시소의 한 편에는 거인이 앉아있고 반대편엔 소인이 앉아있다면, 거인 쪽으로 기울어진 시소는 좀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앞으로의 모든 상황은 거인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도 주도권을 잡고 있던 거인은 점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고, 소인은 그들의 목소리에 따라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무엇보다 거인이 시소에서 내리지 않는 한 반대편의 소인은 늘 허공 위에 떠 있게 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소인을 허공에서 내려오게 하는 키를 거인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국내 당구 산업의 시장도 이와 매우 흡사하다. 거인의 집단이 존재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영세 업자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제껏 국내 당구 산업은 제조 유통업체 중심으로 발전이 되어오다 보니, 엔드유저 격인 당구장 업자는 오히려 소외된 것이 사실이다.
 
시소의 한 편에는 거인이 앉아있고, 반대편엔 소인이 앉아있다면, 거인 쪽으로 기울어진 시소는 좀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앞으로의 모든 상황은 거인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다. [사진 Pxhere]

시소의 한 편에는 거인이 앉아있고, 반대편엔 소인이 앉아있다면, 거인 쪽으로 기울어진 시소는 좀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앞으로의 모든 상황은 거인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다. [사진 Pxhere]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소인끼리 뭉치는 것이다. 시소의 소인 쪽에 소인과 무게가 비슷한 무리가 올라가면 시소는 점점 소인 쪽으로 기운다. 일대일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올 것만 같았던 치우친 시소가 움직인다. 이렇게 된다면 거인도 더 이상 소인을 좌지우지 못 하게 된다.
 
물론 소인은 너무 영세하기에 미래를 보기보다는 지금 현재에 집중하기에 뭉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후발 주자 역시 시장에 진입하면서 거인의 편에 서기 위해 안달이다. 이렇게 해서 기울어진 운동장의 구조가 당연시되어버렸다.
 
당구장 사장은 누가 뭐래도 당구 산업의 주인공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도 당구 산업을 리드할 수 있는 국가가 된 가장 큰 배경은 2만 4000여 개의 동네 당구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시소에서 완전 소인 쪽이다.
 
거인은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소인처럼 뭉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소인은 무리의 힘을 믿고, 한목소리를 내야만이 거인과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점이 내가 당구장사장 커뮤니티를 운영하게 된 이유다.
 
시장이 긍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균형이 중요하다. 더 멀리 가기 위해선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져 있는 현 상태에서 거인 쪽으로 줄을 서기보다는 소인 쪽의 시소에 무게 추를 달아야 하지 않을까. [사진 Pixabay]

시장이 긍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균형이 중요하다. 더 멀리 가기 위해선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져 있는 현 상태에서 거인 쪽으로 줄을 서기보다는 소인 쪽의 시소에 무게 추를 달아야 하지 않을까. [사진 Pixabay]

 
당구장 사장 커뮤니티는 뿔뿔이 흩어져 있던 당구장 사장의 목소리를 하나의 창구로 모아 큰 힘을 가진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수요자 개개인은 공급자가 쉽게 넘어갈 수 있었을지 몰라도 수요자가 뭉치고 한목소리를 낸다면 의외의 결과가 펼쳐질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 내가 운영하는 당구장 사장 커뮤니티와 약 10년 동안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던 다른 당구장 사장 커뮤니티와 손을 잡고 협력과 상생 의지를 다졌다. 이는 소인 쪽으로 시소의 무게를 늘리기 위해서다. 두 커뮤니티의 사장 회원 수를 합하면 2만 4000여 명에 육박한다. 두 커뮤니티가 공동으로 힘을 모아 국내 당구 산업의 주인공이 되는 생태계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시장이 긍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한다. 나 역시 공급 쪽에 가까운 업자이지만 더 멀리 가기 위해선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져 있는 현 상태에서 거인 쪽으로 줄을 서기보다는 소인 쪽의 시소에 무게 추를 달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올댓메이커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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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대표 이태호 대표 올댓메이커 대표 필진

[이태호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 번듯한 직장에 몸을 담그다가 무언가에 홀린 듯 사표를 내고 창업을 하게 되었다. 당구장브랜드 '작당'을 론칭, 많은 은퇴자 및 퇴직예정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전국 매장 30여개를 개설했다. 점주이자 손님인 시니어 층에 대한 관심이 많은 청년사업가이다. 그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 상황들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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