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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벌써 11억명이 원격진료…성큼 다가온 언택트 시대

중앙일보 2020.05.07 07:00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71)

오늘 연주곡은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황금 날개를 타고 가라(Va Pensiero)’다.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단원들이 뭉쳤다. 모든 공연이 취소된 지금, 단원들은 각자의 집에서 멀리 캐나다에 있는 지휘자의 영상 지휘에 맞춰 연주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단원들이 함께한 오페라 '나부코' 중 '황금날개를 타고가라' 유튜브 화면 캡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단원들이 함께한 오페라 '나부코' 중 '황금날개를 타고가라' 유튜브 화면 캡처.

 
바야흐로 언택트(Untact) 시대다. 비대면 사회는 이미 우리 일상 가까이 와있다. 많은 학생들이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도 직접 대화하기보다는 SNS를 통해 문자를 보내는데 더 익숙하다. 회사에 나가지 않고 휴양지에 앉아서 화상회의를 통해서 일 처리를 하는 리모트 워크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가속화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당 기간 언택트 상황에 놓여있게 했다. 가까운 미래에 언택트는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런 언택트 시대에 미래의료는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여러 가지 논의가 있다. 가장 핵심은 원격진료다. 환자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료받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서 비대면 진료와 치료가 주를 이루는 시대로 가고 있다.
 
A씨는 어제저녁부터 감기몸살에 걸려서 꼼짝을 못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주말인 데다가 밤이어서 병원을 갈 상황이 안된다. 119에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해볼까 생각했지만, 감기몸살 때문에 앰뷸런스를 타는 것도 왠지 내키지 않는다. 이때 스마트폰을 켜고 원격진료를 신청한다. 늦은 밤인데도 의사가 나와서 상담해준다. 이것저것 문진을 한 후 처방한 약은 한 시간 정도 후에 약국에서 집으로 직접 배송을 해준다.
 
상상에서나 나올 법한 일은 지금 중국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기반의 원격진료 시스템인 ‘핑안(平安)굿닥터’는 현재 중국에서 11억 명이 가입했다. 매달 6000만 건의 원격진료를 하고 있다. 핑안굿닥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기본은 원격진료를 통해서 약을 집으로 배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888명의 상주 의료인이 24시간 상담을 하고, 3100개 병원의 전문의와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또 3만 2000곳의 약국, 1100곳의 건강검진센터, 500곳의 치과와 연결해서 원격진료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에 도움을 준다. 그 외에 의료정보도 제공하고, 영양제 및 의료기구 판매, 보험 상품까지 취급하고 있을 정도로 건강의 전 부분을 다룬다.
 
지금까지는 진료는 의사가 주도하고 AI(인공지능)는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한 달에 6000만 건에 달하는 막대한 숫자의 진료 노하우가 빅데이터로 축적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AI가 가장 똑똑한 주치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원격 진료의 부작용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언택트를 실현하기 가장 곤란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의료분야다. 전문가가 오감(五感)을 이용해서 진료해야 하는 특성상, 화면만 보고 진료를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혼란은 가늠하기 힘들다.
 
언텍트 시대에 미래 의료의 가장 핵심은 원격 진료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서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 [사진 pixabay]

언텍트 시대에 미래 의료의 가장 핵심은 원격 진료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서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 [사진 pixabay]

 
만약 환자가 열이 나고 기침이 나서 원격진료를 신청했을 때, 원격진료로 놓치는 부분이 많다. 일반적으로 병원에 가면 의사는 청진기로 폐음이 정상인지 들어보고, 목구멍 안을 들여다봐서 염증이 있는지 확인한 뒤 엑스레이를 찍어서 폐렴이 있는지 확인한다. 피부의 색과 병변을 보고 환자의 중증 여부를 판단한다.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런 부분이 환자를 더욱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 중요한 것은 열나고 기침이 있는 수 만가지 가능성 중에 몇 가지 질환으로 추려내서 집중하게 하는 단서가 된다. 만약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훨씬 더 많은 검사와 치료가 필요해 의료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점은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소재일 것이다. 제한된 진료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의료분쟁의 책임소재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이것은 어려운 문제다. ‘무인자동차’가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단계에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은 만에 하나 사고가 났을 때 책임소재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공급자와 사용자 간의 합의와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있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의료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자타가 공인하게 됐다. 이번 기회를 잘 살려서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의료가 앞으로 미래의료를 이끌어나가기를 기대한다.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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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필진

[유재욱의 심야병원] 작은 간판이 달린 아담한 병원이 있다. 간판이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다. 이 병원의 진료는 오후 7시가 되면 모두 끝나지만, 닥터 유의 진료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두가 퇴근한 텅 빈 병원에 홀로 남아 첼로를 켜면서, 오늘 만났던 환자들이 한 명 한 명 떠올린다. ‘내가 과연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을까?’ 바둑을 복기하듯 환자에게 했던 진료를 하나하나 복기해 나간다. 셜록 홈스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닥터 유의 심야병원은 첼로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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