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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비웃는 'n번방 나비효과'···美, 6조 들여 아동 성착취물 단속

중앙일보 2020.05.07 05:00
지난 2월 미국 상원에서 표결을 진행하는 모습. 아동 성착ㅊ퓌 영상 단속을 위해 약 6조원을 투입하는 역대 가장 강력한 법안이 이번주 발의된다고 NYT는 5일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 미국 상원에서 표결을 진행하는 모습. 아동 성착ㅊ퓌 영상 단속을 위해 약 6조원을 투입하는 역대 가장 강력한 법안이 이번주 발의된다고 NYT는 5일 보도했다. [AP=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아동 성착취 영상 단속을 위해 약 6조원(50억 달러)을 투입하는 역대 가장 강력한 법안을 입법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상 제작자와 시청자 모두를 단속할 수 있도록 연방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내용의 해당 법안은 이번 주 상·하원 양원에서 나란히 발의된다.
 
이번 법안은 기업의 책임에 중점을 두던 기존 법안과 달리 미 연방 수사당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게 핵심이다. 법안을 만든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오리건주)은 "가장 좋은 방법은 검찰과 수사관 등 관련 공무원에게 예산을 충분히 주고 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이든 법안은 연방과 주, 지방기관의 예산을 확대해 관련 업무 담당 공무원 100여명을 고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 산하 아동 착취 및 외설 부문에도 90개의 새로운 직책과 백악관 내 아동 성착취물법 집행 감독직도 신설한다. 
 
지역별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연간 6000만 달러의 예산을 지급하고 실종 및 착취 아동 센터에 15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도 있다. 와이든 의원은 "추가 자금은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국이 징수한 관세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동 성착취물 폭증…연간 7000만건 신고 들어와 

미국 의회는 이번 주 아동 성착취 영상을 단속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을 상정한다. 법안에 따르면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암호화된 개인 정보 제공을 거절해온 미국의 일부 IT기업도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로이터=연합]

미국 의회는 이번 주 아동 성착취 영상을 단속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을 상정한다. 법안에 따르면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암호화된 개인 정보 제공을 거절해온 미국의 일부 IT기업도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로이터=연합]

 
NYT에 따르면 미 의회는 아동 성착취 영상의 폭발적인 증가와 기술의 발달로 생기는 법 집행의 한계 때문에 새로운 법안을 만들기로 했다. 2008년에도 관련 법이 도입됐지만, 당시 100만개 미만으로 파악되던 불법 영상이 12년 만에 당국 신고 건수만 연간 7000만개에 이를 정도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동 성착취물의 제작과 결제, 시청 양상도 달라졌다. 한국 N번방 사례에서 나오듯 범죄자들은 암호 화폐 기술을 사용하고 수사당국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SNS를 이용해 범죄물을 유통한다. 플랫폼과 기술 변화에 걸맞은 처벌법이 현재로썬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와이든 법안은 IT기업들의 아동 성착취 영상 관련 증거 보관 기간을 현행 90일에서 180일로 늘리고 사생활 보호라는 명목으로 보호되던 개인정보에 대한 수사당국의 접근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실행되면 한국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韓, 영상 소지만 해도 3년 이하 징역 

지난 3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중당 당원들이 사이버 성착취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들은 N번방 사태 이전에도 소라넷을 폐쇄할 때 사이버 성착취를 법률로 봉쇄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국회가 안일하게 대응했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뉴스1]

지난 3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중당 당원들이 사이버 성착취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들은 N번방 사태 이전에도 소라넷을 폐쇄할 때 사이버 성착취를 법률로 봉쇄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국회가 안일하게 대응했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뉴스1]

 
한국에서는 최근 이른바 'N번방 사건'이 터지면서 아동 성착취물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SNS로 아동이나 여성을 유인해 협박한 뒤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이들의 성착취 영상을 제작, 유포하는 일당이 경찰에 속속 붙잡히면서다. 
 
경찰은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 수많은 피해자들의 수사 요청을 받았지만, 디지털 성범죄가 해외 웹사이트나 해외 SNS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어 범인 검거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해왔다. 이번 'N번방 사건'의 경우 적극적인 수사와 해외 공조가 이뤄져 용의자 검거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고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방지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형법,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개정안을 각각 통과시켰다. 아동 성착취물을 시청하거나 소지만 해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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