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보균 칼럼] 이언주·전희경 좌절 이후 통합당

중앙일보 2020.05.07 00:45 종합 35면 지면보기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소용돌이의 30년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떠오른다. 그의 평민당 초선의원 시절이다. 1990년 1월 민자당이 등장했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합당이다. 그들은 역사관 차이와 애증 속에서 합쳤다. 그것으로 공룡 여당(국회 299석 중 221석)의 출현이다.  
 

공천 실패로 ‘497 전사’ 활용 못해
치열한 자성 없으면 패배가 습관
초선 이해찬 울분, 30년 만의 복수
한국판 뉴딜, 보수 위축 계속될 것

김대중의 평민당은 고립됐다. 지역적으로 호남 소외다. 이해찬은 울분과 반감을 표출했다. “여소야대 민심을 짓밟은 정치 쿠데타다. 반드시 뒤바뀔 것이다.”
 
그때가 보수대연합의 절정이었다. 그 후 파란과 분열, 재활과 하락이 이어졌다. 그 장면은 DJP 연합, 노무현 집권, 친노의 폐족 선언, 박근혜 탄핵, 문재인 정권이다. 4·15 총선은 그 흐름을 평정했다. 정치지형의 변모는 굳어졌다. 미래통합당은 쪼그라졌다. ‘영남 지역당’의 초라한 인상이다. 세상의 주류는 진보·호남·586 세력이다. 역사관·이념의 중심 이동도 뚜렷하다. 보수·TK·산업화 세력은 밀려났다. 거기에 비주류·고립·소외의 팻말이 달렸다. 그런 주류 교체는 문 대통령의 열망이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이렇게 정리한다. “3당 합당 후 오랜 세월 정치적 곡절은 있었지만 세상이 바뀌고 역사의 수레바퀴가 돈 셈이다.” 그 전환은 이해찬에겐 30년 만이다. 그는 자기 방식의 정치적 복수를 했다. 그의 비꼬는 듯 도발적인 말은 실현됐다. 그것은 ‘보수의 궤멸’적 타격이다. 통합당의 수도권(121석, 서울·인천·경기) 성적은 16석이다.
 
통합당 안에 대안론이 쏟아진다. 새 인물, 젊은 보수, 이미지 쇄신, 40대 기수론이다. 그 말들은 상투적이다. 숙성되지 않았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문제는 실천인데 그 점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했다. 그는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조강특위 핵심 멤버였다. 그의 패인 분석은 실감난다. “김형오의 공천위가 자기 사람 심기 위해 많은 곳에서 이리저리 돌리는 후보 공천을 한 게 참패의 결정적 이유다. 젊은 후보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그 좌절 사례로 이언주(48)·전희경(45) 의원이 꼽힌다. 낙선 결과는 그들 책임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 아쉬움이 무성하다. 둘은 497세대다. 자기 힘으로 커온 전사(戰士)다. 그 자체로 꼰대 보수당의 신선한 경쟁력이었다. 문재인 정권의 주력은 586세대다. 둘은 운동권 세력의 독주와 위선에 맞섰다
 
전희경은 10월 광화문광장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는 비례대표다. 총선 때 ‘돌연’ 사라졌다. 출마 장소는 인천 동·미추홀갑. 중앙 무대와 거리가 멀다. 김종인 당시 선대위원장은 아쉬워했다. “전의원은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진 재원이다. 종로 같은 데 출마했으면···.”  
 
야당의 무기는 상징과 언어다. 코로나19가 덮쳤다. 그럴수록 그 무기는 역동성과 세련미를 갖춰야 했다. 상징은 리더십 매력으로 창출된다. 황교안 후보의 말투는 설교하듯 규율적이었다. 인천 토박이 박상은 전 의원의 분석은 정교하다. “전희경을 서울에 출마시켜야 했다. 그의 전투력인 언어 공세로 바람을 일으키고 다른 곳과 시너지 효과를 내게끔 수도권 전략을 짰어야 했다.”
 
이언주에 대한 기억은 삭발이다. 그의 무소속 시절. 조국 법무장관 임명에 반발한 결기였다. 그 현장은 차세대 보수의 격렬한 등장이었다. 통합당은 그것을 흉내냈다. 하지만 집권당과의 차별화·대안 생산에 게을렀다. 보수는 낡은 채로 머물렀다. 그 무렵 이언주는 부산 영도에서 뛰었다. 과거 지역구(경기 광명을·재선)에서 나와 고향(영도의 초·중·고졸)에 정착했다.  
 
공천 결과는 의외였다. 부산 남구을 이다. 그것은 내부 견제와 질시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 성장에 장애물이 생겼다. 공관위에 그런 분위기가 번졌다. 불출마한 김세연 의원도 공관위원이다. 이언주·전희경은 통합당의 전략자산이었다. 오정근은 옛 조강위원들의 탄식을 종합한다. “지금은 소장파 개혁, 497 젊은 보수를 말하지만 선거 때는 한심했다. 차별화된 자산을 전체 당 차원에서 써먹지도 못했다.”
 
8일 통합당 원내대표 선출은 새 분기점이다. 경선 이슈는 ‘김종인 비대위’ 출범 여부다. 하지만 순서가 바뀌었다. 통합당엔 냉혹한 자기반성이 부족하다. 정밀한 패인 분석과 변화의 집단적 고뇌가 없다. 그것은 용기 부족과 리더십 혼란 탓이다. 전체 구성원의 평가·토론이 절실하다. 그것은 자기 단련 과정이다. 그걸 우회하면 치명적이다. 변신의 동력이 상실된다. 비대위는 습관적 무임승차일 뿐이다. 경선은 쇠락한 자들의 감투싸움이다. 패배도 버릇이 된다.
 
거여소야(巨與小野) 정국이다. 이해찬 대표는 당의 낮은 자세를 환기한다. 그것은 정치적 욕구와 배타심의 자제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제시한다.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책이다. 그 대책은 보수의 기반을 잠식한다. 거여의 궁극적 욕망은 개헌일 것이다.  
 
통합당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희망적 수치는 있다. 지역구 정당득표율이다. 민주당(49.9%)과의 격차는 8.5%포인트. 그것은 재기의 해법으로 삼을 만하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치열한 자기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그것 없이 보수의 미래는 열리지 않는다.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