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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찾아뵐까 말까…어버이날 자녀 딜레마

중앙일보 2020.05.07 00:03 종합 1면 지면보기
어버이날

어버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오는 8일 어버이날 풍경이 예년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코로나에 취약한 노인들 걱정
“안 찾아뵈면 서운하실 텐데…”
정부 “요양병원 방문 자제해야”
일부선 ‘유리벽 면회실’ 만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6일부터 정부 방역 지침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지만 외출이나 장거리 이동은 여전히 부담돼서다. 특히 부모와 떨어져 타향살이 중인 자녀들은 지난 1월 설 명절 이후 넉 달째 ‘생이별’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부산이 고향인 직장인 박모(32)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끝나고 해서 찾아뵐 생각이었는데 부모님이 한사코 ‘오지 말라’고 하셔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일이 바빠 설에 내려가지 못한 게 후회된다”며 “부모님 만류에도 가고 싶지만 아내는 두 살배기 딸을 데리고 이동하는 게 부담돼 건너뛰길 바라는 눈치”라고 말했다. 어버이날 고민은 세대별로도 갈리는 모습이다. 신혼부부 등 젊은층은 양가 부모를 찾겠다는 이가 많은 반면, 어린 자녀를 둔 30~40대는 주저하는 가정이 많다.  
 
지난해 결혼 후 첫 어버이날을 맞는 이모(29·여)씨는 “요즘 한강이나 대형마트, 쇼핑몰 이런 곳엔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며 “코로나19로 어버이날 부모님을 찾아뵐지 말지를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생활로 많이 돌아왔는데 안 가면 부모님이 더 서운하실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3, 7세 자녀를 둔 30대 후반 주부 김모씨는 요즘 어버이날 문제로 남편과 ‘냉전’ 중이다. 시부모님이 인천에 산다. 하지만 시댁에 사는 시동생이 최근 다니던 회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자가격리하는 일이 생겼다.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지만 김씨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가는 게 영 찜찜하다.
  
“형제·식구들 다 모이면 찜찜”…부모님 용돈·꽃 택배로 보내기도
 
김씨는 “남편에게 용돈만 드리자고 제안했는데, 남편은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어서 갑갑하다”고 말했다. 각 지역 맘카페에도 고민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작성자는 “어버이날에 형제들이 다 모이는데,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그렇게 모이는 게 맞는지 걱정된다”고 썼다. 이에 “외출이 걱정돼 음식을 만들어서 시댁에 가기로 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 인터넷 게시판엔 부모를 방문하지 않고 꽃바구니, 용돈, 손주 앨범 사진을 보내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한 주부는 “손주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 보내드렸다”고 했고, 다른 직장인은 “온라인 송금보다 우체국 현금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부모님에게 용돈을 보냈다”고 적었다.
 
직장인10명 중 8명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 겪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직장인10명 중 8명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 겪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런 고민도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이들에겐 행복한 고민이다. 여행사에 다니는 김모(35·여)씨는 매년 양가에 50만원씩 드리던 어버이날 용돈을 줄이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두 달 넘게 무급휴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직 정유회사 다니는 남편 월급이 감봉되진 않았지만 예년처럼 용돈을 드리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신 자녀들은 면회조차 어려울 전망이다. 요양병원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 집단시설인 만큼 가족을 포함해 외부인의 방문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할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라는 게 정부 지침이다.
 
최모(58)씨는 “한 달에 두 번씩 동생과 번갈아 어머님을 뵈러 갔는데, 코로나19 이후 못 간 지 넉 달째”라며 “어버이날이라 안 갈 수도 없고, 병원 앞에 가서 왔다 간다고 전화하거나 창문으로나마 봬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속이 타들어가는 가족들의 시름을 덜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내놓는 요양병원도 있다. 충남 논산의 한 요양병원은 예약제로 비대면 면회를 진행 중이다. 보호자와 환자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보면서 전화하는 식이다. 면회객이 다녀갈 때마다 공간이나 의자를 매번 소독한다. 이런 식으로 ‘하루 다섯 팀씩 오후 2~4시 사이 면회를 허용한다.
 
백민정·황수연·이태윤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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