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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취업자 0.7% 감소? “온전한 일자리는 10배 넘게 줄었다”

중앙일보 2020.05.07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일용직 노동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일감을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 있다.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팀이 전일제 환산 방식으로 계산한 지난 3월 취업자 수 감소율은 공식 통계의 10배 이상이었다. [뉴시스]

일용직 노동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일감을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 있다.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팀이 전일제 환산 방식으로 계산한 지난 3월 취업자 수 감소율은 공식 통계의 10배 이상이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고용 충격이 정부가 발표한 통계보다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팀(경제학)에게 의뢰해 6일 발표한 ‘전일제 환산 취업자 수 추정 및 분석’이다. 전일제 환산 방식은 일주일에 40시간 일한 사람을 취업자 한 명으로 산정한다. 일주일에 20시간 일하면 0.5명, 60시간 일하면 1.5명으로 간주한다.
 

한경연 ‘정부 고용통계’ 재분석
주 40시간 기준으로 취업자 환산
3월 -7.6%, 외환위기 때보다 나빠

청년 취업난, 10년간 소득에 영향
가난한 코로나 세대 양산할 수도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3월 취업자 수는 2661만 명으로 1년 전보다 0.7% 감소했다. 하지만 박 교수팀이 전일제 환산 방식으로 계산한 취업자 수는 지난 3월 2546만 명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따진 지난 3월 취업자 수 감소율은 7.6%로 공식 통계의 10배 이상이었다. 통계청은 일주일에 한 시간만 일한 사람도 취업자로 간주한다. 월간 취업자 수가 7.6% 감소한 것은 1997~98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7.0%)보다 상황이 나쁘다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업종별 취업자 수 감소율은 교육·서비스업(-5.4%)과 숙박·음식업(-4.9%), 도·소매업(-4.6%)의 순이었다. 전일제 환산 방식으로 따지면 업종별 취업자 수 감소율이 통계청 발표보다 훨씬 컸다. 교육 서비스업은 -24.9%였고 숙박·음식업(-14.6%)과 도·소매업(-11.2%), 운수·창고업(-5.4%)에서도 취업자가 많이 줄었다. 운수·창고업에는 항공업 종사자들이 포함된다.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의 취업자도 16.8% 줄었다. 여기에는 코로나19로 이용자가 급감한 노래방·PC방 같은 업종이 들어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60대 이상 취업자는 7.4%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유일하게 취업자 수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일제 환산 방식으로 따지면 오히려 1% 감소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일자리가 (통계청 발표보다) 더 심각하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실업급여 설명회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실업급여 설명회에서 구직자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청년층 취업난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세대와 같은 ‘코로나 세대’를 양산할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고도 6일 나왔다. 한요셉 연구위원이 펴낸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 제언’ 보고서다. 그는 “같은 나이의 근로자에 비해 첫 직장 시작이 1년 늦어졌다면 이후 10년 동안 받은 임금이 연평균 4~8% 적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의 여파가 10년을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청년층 고용률과 실업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청년층 고용률과 실업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제의 씨앗은 이미 지난해 후반기부터 자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지난해 상반기 43.1%에서 하반기 44.0%로 올랐다. 늘어난 청년 일자리의 대부분은 예술·스포츠·여가·숙박·음식업 등이었다. 제조업보다 임금도 적고 고용 안정성도 낮은 직종이었다. 한 연구위원은 “일자리의 질적인 측면에선 개선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국내·외 관광객 유입과 서비스업 소비 수요가 급감했다. 청년층 일자리가 몰려있던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 1월 7.7%에서 지난 2월 9%, 지난 3월 9.9%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실업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그냥 쉬었음’ 인구까지 합치면 실제 청년층 실업난은 더 심각할 수 있다. 이마저도 “아직 시작도 안 한 상황”이라는 게 KDI 보고서의 분석이다. 한 연구위원은 “유럽과 미국 등에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 3월 중순 이후 상황은 아직 (실업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2분기 이후 고용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 한 연구위원은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에 있는 청년들에겐 이번 위기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하면 경력 상실로 인한 임금 손실도 지속해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55만 개 공공·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저임금을 간신히 웃도는 6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라는 게 한계다. 한 연구위원은 “위기 상황에서는 일단 무슨 일자리라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청년들이 경력을 쌓아나가는 디딤돌이 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소아 기자, 세종=조현숙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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