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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사라졌어요"···재난지원금 조회한 싱글맘의 울분

중앙일보 2020.05.06 17:01
오는 11일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시작된다. 서울 성동구청은 별도 전담 창구를 마련하고, 재난지원금 지급 신청과 상담을 돕고 있다. [사진 성동구]

오는 11일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시작된다. 서울 성동구청은 별도 전담 창구를 마련하고, 재난지원금 지급 신청과 상담을 돕고 있다. [사진 성동구]

서울에서 혼자 딸을 키우고 있는 40대 강모씨는 지난 4일 '긴급재난지원금'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눈을 의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정부가 이달 중순께 전 국민에게 준다는 재난지원금이 궁금해 접속했는데 정작 자신이 '1인 가구'로 나온 것이었다. 남편과 이혼하면서 아이의 건강보험료를 자신 앞으로 가져오지 않은 것이 이유였다. 
 

주민등록·건보료 기준으로 실거주와 다를 수도
강남구 11건, 송파구 8건 등 이의신청 줄이어
시설 입소자는 증빙서류 내면 지원금 받을 수 있어

주민등록부 상엔 강씨가 세대주, 딸이 세대원으로 올라있어 '2인 가구'로 나와야 하지만 건보료를 전남편이 내고 있어 남편 앞으로 아이의 재난지원금이 가게 된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강씨가 받을 재난지원금은 40만원. 2인 가구(60만원)보다 줄어드는 셈이다. 강씨는 "코로나19 사태 속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고생한 건 나인데 마스크 한 장 사주지 않은 전 남편이 아이 몫으로 나온 재난지원금을 받아야 하냐"고 반문했다. 강씨는 거주지 주민센터에서 이의신청을 하면 '2인 가구'로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에 이의신청을 고민 중이다.
 
긴급재난지원금

긴급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 이의신청 얼마나 늘어날까

재난지원금 조회가 시작되면서 서울 각 주민센터에 '이의신청' 접수를 하는 사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6일 기준 강남구엔 11건이, 송파구엔 8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성동구와 용산구 주민센터에도 "가구원 숫자가 잘못됐다"며 이의신청이 들어왔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홈페이지가 지난 4일부터 열렸고, 가구원 수 열람을 요일제로 하고 있어 이의신청자는 계속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방무 행정안전부 재정정책과 과장은 "재난지원금 산정의 기준을 주민등록과 건강보험료로 잡다 보니 실제 가구와 정부가 판단한 가구원 수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이의신청을 하게 되면 접수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각 시·군·구청에서 판단해 조정 결정을 내리게 된다"며 "이혼과 가정폭력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가구원 수의 변동은 이의신청을 통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처리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4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가구원 수를 확인할 수 있는 '긴급재난지원금.kr'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홈페이지 캡처]

정부는 지난 4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가구원 수를 확인할 수 있는 '긴급재난지원금.kr'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홈페이지 캡처]

부모 이혼하고 할머니와 사는 경우

행안부가 각 지방자치단체로 내려보낸 이의신청 판단 기준에 따르면 주소지가 같더라도 건강보험에 따라 가구원 수 산정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작은 음식점을 하는 A씨(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아내와 이혼 후 생계 때문에 어린아이를 홀로 고향에 사는 노모에게 맡긴 채 생활을 해왔다. A씨는 아이의 건강보험료를 직장에 다니는 아내(직장가입자)에게서 가져오지 못했다. 재난지원금 기준에 따르면 A씨는 '1인 가구'다. 노모 역시 1인 가구, A씨의 아내는 아이와 함께 '2인 가구'로 분류된다. 하지만 A씨가 이의신청을 하고 아이의 부양을 노모가 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면 노모가 2인 가구로 인정받아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동학대,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어떻게 하나

B씨는 손찌검을 하는 남편을 피해 딸 아이를 데리고 보호시설에 입소했다. 보호시설을 거주지로 올리지 않고 아이를 돌봐온 B씨는 '세대주'가 재난지원금 신청을 해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낙담했다. 하지만 정부 안대로라면 이의신청을 통해 B씨도 지원금을 받을 길이 열린다. 
 
정부는 아동학대, 성폭력, 가정폭력 등을 피해 시설에 입소한 경우 '시설입소' 증빙서류를 내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세대주인 B씨 남편이 3인 가구 몫의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B씨에게 따로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이다. 행안부는 "자녀 1인과 함께 한 부모시설에 있는 경우 2인 가구로 보고 지원금을 지급하다"고 설명했다.
 

재난지원금 혼선에 바빠진 지자체

이의신청 접수가 시작됐지만, 신청을 받는 주민센터 담당자들은 이의신청서와 함께 받아야 하는 증빙 서류가 불명확해 혼선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이혼 가정의 이의신청인 경우엔 주민등록등본과 이혼 시 주양육자가 엄마라는 판결문 등의 서류가 있으면 된다"며 "이의신청 증빙서류에 대해서 조만간 국민께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의신청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구청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현재까지 총 11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된 상태로 이의신청 내용이 세부적으로 달라 세세하게 모든 걸 판단할 수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홈페이지에 접속 후 확인한 가구원 수가 달라서 문의 전화가 오는 경우가 많다"며 "세대주 이름이라 세대원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아 주민센터에서 확인할 수가 없는데 막무가내로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이의신청에 대해 정부에서 문답(Q&A) 형식으로 지침이 내려오다 보니 다양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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