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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호위무사 美 정보수장 "北 제재 완화-핵·미사일 교환 바란다"

중앙일보 2020.05.06 12:39
존 렛클리프 미국 국가정보국장 지명자가 5일(현지 시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대북 제재 완화와 핵무기 일부를 교환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서 정보기관을 정치화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정보를 보고할 것"이라며 "직을 걸고 정보기관을 보호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AP=연합뉴스]

존 렛클리프 미국 국가정보국장 지명자가 5일(현지 시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대북 제재 완화와 핵무기 일부를 교환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서 정보기관을 정치화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정보를 보고할 것"이라며 "직을 걸고 정보기관을 보호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청문회에서 호위무사로 활약했던 존 랫클리프 국가정보국장(DNI) 지명자가 5일(현지시간) "대북 제재 완화와 핵무기 일부를 교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랫클리프 국가정보국장 지명자 인준 청문회
"北, 제재와 일부 핵·미사일 기꺼이 바꿀 것"
외교수장 폼페이오 "완전한 핵포기"와 차이
특검 공격, 탄핵땐 수비수…트럼프 DNI 지명

 
랫클리프 국장 발언 내용상으로만 보면 외교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잠적 소동 중에도 "완전한 핵 포기 설득"을 강조한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얘기를 한 셈이다. 
 
미국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과 2016~2017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경제 제재 5건을 맞바꾸자는 북한의 제안을 거절했다. 당시 미국은 경제 제재 대부분을 완화하려면 영변 외에 비밀 우라늄 핵프로그램도 폐기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리용호 전 외무상이 지난해 3월 1일 새벽(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영변의 영구적 폐기 대신 유엔 제재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중 민수경제 항목만 먼저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라며 "미국은 영변 외에 한 가지를 더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

북한 리용호 전 외무상이 지난해 3월 1일 새벽(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영변의 영구적 폐기 대신 유엔 제재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중 민수경제 항목만 먼저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라며 "미국은 영변 외에 한 가지를 더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

랫클리프 지명자는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 핵 개발, 핵확산을 반전시키는 데 진전을 이뤘는지를 묻는 데 "북한은 그래왔던 것처럼 똑같이 위험하다고 본다"면서도 "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외교적 협상을 이해하고, 평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재 완화를 대가로 그들의 핵무기에 대해선 일정한 양보(some concessions about their nuclear weapons)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내게 허용된 정보 수준에선 협상이 진전을 이뤘는지, 아닌지 말할 수 없다"며 "국가정보국장으로 인준받는다면 내가 모르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미국과 핵 합의를 시도하면서 미사일 실험은 계속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서면 질의에도 "북한은 군사공격으로부터 정권을 보호하고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핵무기를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믿는다"라며 "북한은 제재 완화와 다른 정치적·안보적 이익을 위해서 일부 핵·미사일을 기꺼이 맞바꿀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제재 완화와 일부 핵무기 교환론을 거듭 꺼낸 셈이다.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점진적 해법을 추진할 의사를 몇차례 비친 적도 있지만 존 볼턴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 반발로 공식 제안으로 구체화하진 못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이후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랫클리프 지명자는 텍사스출신 공화당 하원으로 지난해 7월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로버트 뮬러 특검을 맹공격해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원래 지난해 8월 사임한 댄코츠 정보국장 후임으로 바로 지명하려다가 상원 인준 통과가 어렵다는 판단에 포기했다가 상원에서 탄핵 무죄를 선고받자 지난 2월 다시 지명했다.
 
민주당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충성파여서 17개 미국 정보기관을 관장하는 국가정보국장 직을 정치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은 북한에 빗대 "누군가 위대한 지도자가 듣기 싫어하는 나쁜 정보를 전했다가 처벌받는다면 정보기관 업무가 얼마나 왜곡될지 이해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랫클리프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충성심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다"라며 "정보가 외부 영향력에 휘둘리거나, 변조되지 않게 할 것이며 누구에게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북한 같은 어려운 목표에 대해 정보 수집이 충분히 되고 있다고 보느냐엔 "하원 정보위원으로서 우리가 아주 괜찮은 수집능력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도 "미국의 정보수집과 분석능력이 세계 최강이 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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