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10)
직선만으로 이루어진 브릭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깊은 관찰력과 예술적인 감각이 더해져야만 가능한 작업이죠. 그는 브릭 본래의 모양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대상을 정교하게 묘사하는 한편, 묘사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징성을 지닌 작품을 만들어내고는 합니다. 브릭으로 이야기를 쌓는 아티스트 김학진 작가를 만나보겠습니다.
![브릭 아티스트 김학진. [사진 브릭캠퍼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06/9678bf9d-bfb8-42cb-a9fa-6b3b4f3c78bd.jpg)
브릭 아티스트 김학진. [사진 브릭캠퍼스]

브릭캠퍼스 내에 위치한 김학진 작가의 작업실.
브릭 아티스트로의 길을 열어준 아버지의 선물
〈브릭 링크〉에서 전 세계에 2개밖에 남지 않은 상품을 구해서 소장 중이라고 하는데요, 김 작가는 그 순간을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그가 기억하는 인생 최초의 선물이자, 아버지에게 받은 가장 의미 있는 선물이니까요. 어찌 보면 아버지의 선물이 김학진 작가를 브릭 아티스트의 길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건축가를 꿈꾸던 게임 개발자에서 브릭 아티스트로
졸업 후 지원하고자 했던 건축 회사가 IMF 영향으로 채용하지 않자, 시선을 바꿔 그 당시 좋아하던 게임을 만들던 회사에 지원했습니다. 게임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프로세스가 건축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첫 월급의 반을 레고를 사는 데 썼고 그 후로도 월급의 일정 부분은 늘 ‘레고비’로 책정해 두었을 정도였죠. 그렇게 그는 아마추어 브릭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취미’를 ‘직업’으로 바꾸는 것이 ‘취미’
김학진 작가는 그즈음 브릭 아트 창작품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있었는데, 2014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스팀펑크아트전 측에서 함께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 작품이 바로 살바도르 달리의 코끼리를 스팀펑크 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었죠. 그 전시를 통해 레고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서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영감을 받았고, 그때부터 전업 브릭 아티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최애’ 작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현재 브릭 아티스트로서의 방향을 제시해 준 이 작품을 꼽았습니다.

제주 브릭캠퍼스에 전시 중인 김학진 작가의 작품 〈나이브〉.

제주브릭캠퍼스에 전시 중인 김학진 작가의 작품 〈코뿔소〉.
테크닉에 대한 집중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담는 작품
대표적으로 ‘릴레사’는 에티오피아의 마라톤 은메달리스트 ‘페이사 릴레사’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한 작품으로, 그는 리우 올림픽 당시 국민을 탄압하는 정부를 세상에 고발하는 엑스(X) 자 세리머니로 화제가 된 인물입니다. 김 작가는 그의 용기에 감명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였고, 평화를 갈망하는 외침을 표현하기 위해, 유려함과는 거리가 먼 거친 느낌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또한 작가는 밀렵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한 코뿔소 사진을 보고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코뿔소’라는 작품을 제작하였습니다. ‘사라짐’과 ‘복구’의 경계에 서 있는 모습을 투명 브릭으로 나타낸 놀라운 표현력이 보이시나요? 이처럼 김학진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브릭 창작품을 넘어서 세상을 향해 커다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놀라운 예술 작품들입니다.

서울 브릭캠퍼스에 전시 중인 김학진 작가의 작품 〈다이브〉.

제주 브릭캠퍼스에 전시 중인 김학진 작가의 작품 〈릴레사〉.
세계로 뻗어가는 K-브릭 아트
제작을 마무리한 후 상해로 작품을 옮긴 뒤 ‘이제 내 것을 다시 만들어야지’ 하던 중에 3.1 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회에서 연락이 와서 두 번째 모자이크 작품을 만들게 되었죠. 브릭 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 청와대 오찬에 초청되어 전시를 하는 영광도 누렸습니다. 최근에는 레고 코리아와 보그 코리아의 협업을 통해 최초로 패션과 브릭 아트의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김학진 작가 브릭 아트로 표현할 수 있는 것에는 그야말로 한계가 없습니다.

청와대에 전시된 백범 김구 브릭 모자이크.

방콕 Show DC Mall에 전시한 BTS 브릭 아트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
브릭 아티스트로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예술가로서 만들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아 그것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대답하더군요. 앞으로 만나게 될 김학진 작가의 수많은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을 기대하겠습니다.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