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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이 초선에 손편지 두번 쓰자…1주일뒤 찾아간 김진표

중앙일보 2020.05.06 05:00
‘대전 6선이냐, 수원 5선이냐’
21대 첫 국회의장 자리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내 물밑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대전에서 내리 6선한 박병석 의원과 경기도 수원에서 5선에 성공한 김진표 의원의 맞대결 양상이다. 휴일인 5일에도 두 의원은 서울 여의도 등지에서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먼저 시동을 건 사람은 국회의장 도전 3수생인 박 의원이다. 20대 국회의장 선출 당시 5선 의원으로 6선이던 정세균ㆍ문희상 의원에게 도전했다가 잇따라 고배를 마신 박 의원은 지난달 이미 당선인 축하 인사 등을 겸해 호남ㆍ충청 등을 돌며 눈도장을 찍었다. 일주일쯤 늦게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김 의원도 국회의원회관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동료ㆍ후배 의원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2003년 6월 당시 초선이던 박병석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김진표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경제분야 대정부질의를 벌이고 있다. 김형수ㆍ오종택 기자

2003년 6월 당시 초선이던 박병석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김진표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경제분야 대정부질의를 벌이고 있다. 김형수ㆍ오종택 기자

 

‘다선 우선 주의’ 대 ‘문재인 정부 기여론’

여야를 통틀어 유일한 6선 의원이라는 점은 박 의원의 가장 큰 디딤돌이다. 19대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부터 20대 전ㆍ후반기까지 3번 연속 국회의장 후보는 모두 여당 내 경선을 통해 결정됐지만 그 전엔 여당 내 희망자 중 최다선 의원이 의장직을 맡는 관례가 대체로 지켜졌다. “순리대로 가는 게 맞다”(충청권 재선 당선인)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김 의원을 미는 의원들은 “노무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력 등 전체적인 공직 경력에서 오는 중량감에선 김 의원이 우위”라고 주장한다. 박 의원도 5선 시절 6선들(정세균ㆍ문희상)과 경선을 치른 적이 있다는 점도 ‘다선 우선론’을 반박하는 논거가 되고 있다.
  
김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시급한 입법 현안을 다루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국회의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캠프 '일자리위원장'을 맡았던 김 의원은 현 정부 출범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이끌며 국정 기조 설계에 관여했다. 그러나 박 의원 역시 지난 대선 당시  정부 출범 이후 100일 국정 방향을 준비하는 ‘국민의나라위원장’을 역임했던 대표적 친문 중진이다. 박 의원을 지지하는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국회의장은 여야의 의사를 조정ㆍ중재하는 게 본업”이라며 “의장 후보가 대통령과의 호흡을 강조하는 건 대통령에게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장이 21일 국회 영상회의실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협력'을 주제로 인도네시아 하원의회가 개최한 국제화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장이 21일 국회 영상회의실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협력'을 주제로 인도네시아 하원의회가 개최한 국제화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대표ㆍ당대표ㆍ대선후보 구도와 맞물린 표심

박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28석 중 20석을 쓸어담은 충청권이, 2014년 경기도지사에 도전하기도 했던 김 의원은 경기도(59석 중 민주당 51석 획득)가 기반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국회의장 선출이 7일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이어 내년 초부터 본격화될 대선 후보 레이스와 맞물려 있어 후보들의 지역기반이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차지한 의석수는 경기도가 많지만 응집력은 충청도가 앞선다는 게 당내 평가다. 충북 청주청원에서 5선한 변재일 의원이 김 의원을 돕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충청권 당선인들은 대체로 박 의원에게 기울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충청권 출신인 현 지도부(이해찬 대표-충남 청양, 이인영 원내대표-충북 충주)는 곧 퇴임할 예정인 반면 3파전으로 전개되는 원내대표 경선 후보들은 모두 경기도 지역구 의원(전해철 의원-안산 상록갑, 김태년 의원-성남 수정, 정성호 의원-양주)이다. 충청권에서 재선한 한 의원은 “유력 대선 후보가 호남 출신인 점까지 감안하면 지역 안배 차원에서도 충청권 의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도에서 재선한 다른 의원은 “1997년 DJP(김대중ㆍ김종필) 연합 시절에나 통했을 이야기”라고 말했다.
    
지역 안배론을 둘러싼 갑론을박 사이로 두 후보의 지역기반과 무관한 서울(41석)과 호남(27석) 의원들 표심이 주요 변수가 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중진 의원은 “호남에선 과거 전당대회 출마 과정 등에서 공을 들여온 김 의원이 유리할 수 있지만 호남 당선인 대부분이 초선이란 게 변수”라며 “중진이 밀집한 서울 의원 사이엔 당내 분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경선 없이 선수(選數)대로 가자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왼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83석 초선 표심 향배가 최대 변수

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예정대로 15일 통합된다면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는 83명의 초선 의원들이 참여하게 된다. “특히 이번에는 중고 신인들보다 계파색이 엷은 '진짜 초선'이 많아 표심을 예상하기 어렵다”(수도권 재선 당선인)는 말이 나온다. 박ㆍ김 의원도 초선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박 의원은 총선 직후 손글씨로 쓴 편지를 초선 당선인 전원에게 두차례 보내 호응을 얻었다. “보좌진 구성이 의정성과와 직결된다” “후원회와 정치자금은 유리그릇 같아야 한다” 등의 가이드가 담긴 편지다. 반면 김 의원은 수도권 초선들을 집중적으로 맨투맨 공략하는 양상이다. 경기도의 한 초선 당선인은 “박 의원의 편지를 받은 지 일주일 뒤 김 의원이 찾아왔다”며 “아직 표심을 정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임장혁ㆍ김홍범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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