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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해양관광 거점 이라더니, 부산 북항 난개발 논란

중앙일보 2020.05.06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부산 북항에 건축 중인 숙박시설. 송봉근 기자

부산 북항에 건축 중인 숙박시설. 송봉근 기자

부산 중·동구에 있는 북항 재래부두를 국제관문 기능과 친수공간 등을 갖춘 국제 해양관광 거점으로 개발하는 북항 재개발 사업이 난개발 논란을 빚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없지만, 애초 목적과 맞지 않은 대규모 생활형 숙박시설을 잇달아 허가하면서다.
 

부산시 61층 이어 59층짜리 허가
항만 재개발 취지와 달라 갈등
동구·시민단체, 허가 취소 요구
해수부·부산시 서로 책임 떠넘겨

부산시는 지난달 23일 북항 재개발구역 내 상업·업무지구 D-3블록(1만3241㎡)에 1221실의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건축을 허가했다. 높이 213m인 지하 5층 지상 59층(연면적 18만9000㎡)짜리다. 일부 판매·업무시설도 들어선다. 앞서 같은 상업·업무지구인 D-1블록(1만6419㎡)에는 2017년 1월 건축허가가 난, 공정률 42.9%의 또 다른 생활형 숙박시설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이는 지하 4층 지상 61층(연면적 22만㎡, 높이 199m)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향후 D-2블록(1만6195㎡)에는 지하 4층 지상 72층(연면적 21만6400㎥) 숙박시설(생활숙박 645실, 관광숙박 316실)이 건축허가 신청될 예정이다. 상업·업무지구 3개 블록 전체에 숙박시설 총 3210실이 들어서는 것이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건축법상 숙박시설이어서 소유자·임차인이 숙박업 신고 후 영업을 하거나 아파트처럼 주거시설로 이용할 수 있다. 건축주는 이를 사전에 아파트처럼 분양한다. 개발 계획상 국제 해양관광 거점인 북항 재개발구역에 대규모 아파트가 허가된 셈이어서 난개발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관할 기초단체인 동구는 항만 재개발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사실상 아파트나 다름없는 생활형 숙박시설을 허가했다”며 허가 취소를 주장했다. 북항 재개발이 해운대 마린·센텀시티처럼 아파트가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동구는 높이 200m가 넘는 이들 숙박시설이 200m 떨어진 배후 수정산 산복도로 높이보다 2배 이상 높아 주민들의 부산항 조망권을 심하게 훼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이 일자 부산참여연대도 지난달 29일 “공공 공간의 사유화를 막고 사람 중심의 도시 부산이 되기 위한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시행청인 해양수산부와 건축허가 청인 부산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부산 동구는 D-3블록에 건축허가 신청이 들어온 지난해 9월 부산시가 의견을 묻자 “신청 용도가 대부분 숙박과 취사가 가능한 생활숙박시설로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해양수산부도 같은 시기 “D-3블록 건축계획에 포함된 생활숙박시설은 호별 분양을 할 경우 사실상 고급 주거 용도로 전용될 우려가 크므로 시설 규모를 최소화해 북항 재개발 사업 목적에 부합되도록 협조를 바란다”는 의견을 냈다.
 
부산시는 해수부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재개발구역의 건축 용도를 규정하는 지구단위 계획을 해수부가 결정했고, 산하 사업시행자인 부산항만공사가 숙박시설로 땅을 매각했다”면서 “논란이 있어 지구단위 계획을 변경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해수부가 변경하지 않아 법에 따라 허가해줬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D블록은 법적으로 불허시설인 단독주택·공동주택 외 시설은 모두 허용된다.
 
문제의 북항 재개발 사업(1단계)은 부산항 연안과 국제여객부두, 중앙 1∼4부두 일대 153만2419㎡에 8조519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상업·업무지구, 해양문화지구(오페라하우스), IT·영상·전시지구, 복합도심 지구, 복합항만지구(국제여객터미널) 등을 개발한다. 자성대부두(5부두) 등 2단계 북항 재개발 사업(220만㎡)은 2022년 이후 계획돼 있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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