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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2007…파수, 행운의 땅서 또 한 번 행운을

중앙일보 2020.05.06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리하르트 수쿠타-파수

리하르트 수쿠타-파수

프로축구 서울 이랜드FC는 2015년부터 K리그2(2부 리그)에 참가했다. 단기간 내 K리그1(1부) 승격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승격은 커녕 지난 시즌까지 2부에서도 주로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최근 두 시즌(2018, 19년)은 꼴찌. 9일 개막하는 2020시즌 2부리그는 제주 유나이티드, 대전 하나시티즌 등 막강한 팀들이 가세해 치열한 승격 경쟁이 불가피하다.
 

승격 노리는 이랜드FC의 공격수
정정용 신임 감독이 공들여 영입
13년 전 U-17 월드컵 4골 기대주
동료에 식사대접 등 붙임성 좋아

리하르트 수쿠타-파수(왼쪽)는 2007년 U-17 월드컵 골폭풍 재현에 도전한다. [사진 FIFA]

리하르트 수쿠타-파수(왼쪽)는 2007년 U-17 월드컵 골폭풍 재현에 도전한다. [사진 FIFA]

이런 가운데 이랜드FC는 선두 경쟁을 자신한다. 특급 외국인 공격수를 영입해서다. 리하르트 수쿠타-파수(30·독일)가 그 주인공이다. 1m90㎝에 98㎏의 거구 파수는 장신 선수로는 드물게도 발재간까지 갖췄다. 또 독일 연령대별(13~21세) 대표팀을 모두 거치는 등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파수는 올 초 이랜드FC에 부임한 정정용 감독이 가장 공들여 영입한 선수다. 정 감독은 파수를 두고 “능력 있는 선수다. 올 시즌 팀 전술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강한 기대를 표시했다. 최근 경기도 청평 이랜드FC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파수는 “작년까진 이랜드FC에 내가 없었다. 이제는 다르다. 올해 상대 팀은 긴장 좀 해야 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한국 그라운드에 강해서다. 그는 2007년 한국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월드컵에 독일 주전 공격수로 출전했다. 4골을 터뜨렸다. 독일은 3위를 했다. 파수는 독일 최초의 아프리카계(가나) 국가대표 공격수인 게랄드 아사모아(은퇴)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파수는 콩고 출신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1960년대 독일 이민자 출신이다.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루는 데도 한국에서의 활약이 발판이 됐다. 그는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1부) 강호 레버쿠젠에 입단했다. 그는 "내 축구 인생은 한국에서 잡은 ‘글뤼크(행운·Glück)’에서 시작됐다. 이랜드FC가 영입을 제의했을 때 ‘만년’ 하위 팀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한국에서 뛸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라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단 초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개막 연기로 적응 시간을 충분히 벌었다. 역시 한국에서는 행운이 따른다”며 웃었다.
 
리하르트 수쿠타-파수

리하르트 수쿠타-파수

화려한 청소년 시절과 견주면 성인 무대에선 존재감이 없었다. 파수는 2008~09시즌 레버쿠젠에서 데뷔했지만, 그 이후로는 상파울리, 카이저스라우테른, 보훔 등 독일 2~4부 팀을 전전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2부리그 광둥으로 밀려났다. 청소년 대표 시절 단짝이던 토니 크로스(30·레알 마드리드)는 독일 최고 미드필더가 됐지만, 파수는 A대표팀 문턱도 못 넘었다. "프로 데뷔 후에는 잘 안 풀린 것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파수는 "유럽에선 매년 수많은 신인이 등장한다. 대부분 3년 내 사라진다. 나는 10년 이상 살아남았고,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혹시 아나, 내가 한국에서 대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K리그에서 성공한 독일인이 없다고 들었는데, 편견을 부숴주겠다”고 강조했다.
 
파수는 팀 동료와도 잘 어울린다. 지난달엔 "훈련 뒤에 내가 쏘겠다”며 먼저 회식을 제안했다. 구단 역사상 갓 입단한 외국인 선수가 회식을 제안하고, 비용까지 부담한 건 처음이다. 밥값은 100만원대였다. 그는 된장찌개를 좋아하고, 한국말도 꽤 알아듣는다. 파수는 "여러 팀에서 뛰었지만, 동료와 친해지는 데 밥 만큼 좋은 것도 없다. 동료와 친해야 축구도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파수는 "왜 손흥민에 관해 물어보지 않나. 외국인 선수는 꼭 받는 질문이라던데”라고 취재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는 "손흥민을 모르는 독일 축구선수는 없다. 재능에 성실함까지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나도 손흥민 못지않은 묵묵히 땀을 흘렸다. 올 시즌 내 골 폭풍을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가평=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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