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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다음날 학평, 6월 중간고사·모평···대입 쫓겨 괴로운 고3

중앙일보 2020.05.05 18:04
지난달 9일 오전 부산에 거주하는 고3 한 학생이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지난달 9일 오전 부산에 거주하는 고3 한 학생이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뉴스1

“학교에 가는 것도, 안 가는 것도 불안해요.”
 
서울 동작구의 한 일반고에 재학 중인 3학년 A양(18)은 13일부터 등교한다는 소식에 반가움과 불안한 마음이 함께 들었다고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하루빨리 등교 수업을 하고 싶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에 가는 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다. A양은 “지난 두 달 동안 집에서 제대로 공부를 못해 하루빨리 등교하고 싶지만, 행여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보다 1주일 이상 빨리 등교 개학을 맞는 고3 학생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고3은 등교하자마자 학교 중간고사, 수능 모의고사 등 빠듯한 일정을 쫓아가야 한다. 코로나19 우려가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먼저 등교 수업을 한다는 불안감도 이들을 괴롭힌다.
 
4일 발표한 교육부의 등교수업 방안에 따르면 고3은 13일에 등교한다. 반면 나머지 학생들은 20일 이후 순차적으로 등교한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앞서 의견 수렴 과정에서 감염병 전문가들은 “‘황금연휴’(지난달 30일 석가탄신일~5일 어린이날)가 끝난 뒤 2주 이후 등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코로나19의 일반적인 잠복기(14일)를 고려하자는 취지였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달 넘게 미뤄온 전국 초·중·고교의 등교수업 일정과 방식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달 넘게 미뤄온 전국 초·중·고교의 등교수업 일정과 방식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교육부는 고3만큼은 황금연휴 뒤 1주일 만에 등교토록 결정했다. 두 달 이상 등교가 미뤄지면서 고3 수험생의 대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고3은 ‘연휴 2주 후 등교’의 예외로 둔 것이다. 
 
때문에 감염병 전문가 등으로부터 ‘대입에 쫓긴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등교개학 후 집단발병 가능성에 대해 “높지는 않지만 있다”고 밝힌 적 있다. 
 
경기도의 한 일반고 교장은 “고3 학생들이 등교해도 한동안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기침하거나 열이 나는 학생이 있으면 학교 전체가 혼란이 빠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고3은 개학 연기로 빠듯해진 학사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수업일수·시수가 줄었지만, 수업 진도는 그대로라 짧은 시간에 학습할 양이 늘었고, 시험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등교 바로 다음 날인 14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예정돼 있고, 6월에는 중간고사와 모의평가(모평)를 동시 준비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3월 말 온라인 개학을 발표하며 중간‧기말고사는 등교 이후에 실시한다고 밝혔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은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대부분 학교에서 지필고사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수행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행평가로 중간고사를 대체하면 학생‧학부모의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수행평가로만 점수를 매기면 만점자가 수두룩해 1등급이 없을 때가 많다. 고교 내신은 대입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만큼 중간고사를 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학기 개학이 연기된 가운데 전국 중3과 고3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지난달 9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대구고등학교 컴퓨터실에서 심화국어 과목 교사가 온라인 양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신학기 개학이 연기된 가운데 전국 중3과 고3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지난달 9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대구고등학교 컴퓨터실에서 심화국어 과목 교사가 온라인 양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다음 달 18일로 예정된 ‘6월 모평’도 고3이 소홀히 할 수 없는 시험이다. 6월 모평은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직접 출제해 ‘미니 수능’이라 불린다. 전국의 재수생이 본격 합류해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재학생들이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고3 수험생들에 등교 개학 전에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6월에는 중간고사와 모평이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고1‧2 때 내신이 2등급 이내였던 학생들은 중간‧기말고사를 잘 봐야 하지만, 중하위권인 학생들은 6월 모평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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