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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제시해야 정치" 아베와 차별화로 뜨는 신성 44세 오사카지사

중앙일보 2020.05.05 13:47
"(이대로 가면) 실업자와 도산이 늘고 생명을 스스로 끊는 사람이 늘어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계속 달리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출구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다."
 

"출구 없는 터널 달리라는 건 무책임"
아베의 주먹구구 노선과의 차별화
'양성률 7%미만'등 독자 기준 발표
일본유신회 소속 하시모토 후계자

일본 오사카부의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44) 지사가 4일 밤 TV아사히의 메인 뉴스에 출연해 강조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 대응을 진두지휘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사진=요시무라 지사 트위터 캡처]

신종 코로나 대응을 진두지휘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사진=요시무라 지사 트위터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오사카부에도 지난달 7일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됐고, 요시무라 지사는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는 휴업을 요청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4일 기자회견에서 그 긴급사태선언을 5월 31일까지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근거를 밝히지는 못했다. 왜 5월 31일까지인지, 향후 어떤 목표가 달성되면 해제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수치나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었다. 
  
요시무라 지사는 아베 정권의 이 같은 주먹구구식 결정과는 대조적으로 "어떤 기준에 도달하면 휴업 요청과 외출 자제가 해제될 수 있는지 '오사카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중증자 환자용 병상의 사용률, 바이러스 검사의 양성률, 전체 확진자 중 감염경로 추적이 어려운 확진자의 비율 등에 대해 오사카 나름의 기준을 만들고, 이달 15일 시점에서 그 기준이 충족되면 휴업·외출 자제 요청을 천천히 해제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일본의 감염증특별조치법 상 긴급사태선언 발령은 총리가 하지만 휴업 요청과 해제의 권한은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선 중증자들을 위한 병상 확보가 중요하다"며 "병상 사용률이 안전한 녹색 상태인지, 황색 신호가 켜졌는지, 적색인지를 알기 쉽게 수치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오사카성 밤 조명의 색깔을 (병상 확보율에 따라 녹색, 황색, 적색으로) 바꾸겠다. 모든 주민들이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밝혔다.

 
4일 TV아사히에 출연한 요시무라 오사카부 지사, 그는 오사카 주민들에게 외출자제와 휴업 해제를 위한 명확한 수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TV아사히 캡처]

4일 TV아사히에 출연한 요시무라 오사카부 지사, 그는 오사카 주민들에게 외출자제와 휴업 해제를 위한 명확한 수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TV아사히 캡처]

인터뷰 다음날인 5일 오후 요시무라 지사는 ‘중증자용 병상 사용률 60% 미만’, ‘바이러스 검사 양성률 7% 미만’,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 수가 하루 10명 미만으로,그 전 주와 비교해 늘지 않을 것’ 등의 조건이 7일 연속 충족될 경우 휴업과 외출자제 요청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기준을 독자적으로 발표한 광역단체장은 전국에서 요시무라뿐이다.  
 
요시무라 지사는 최근 일본 보수진영에서 뜨는 인물이다. 오사카와 간사이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는 보수 성향 일본유신회 소속으로, 특히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춘분의 날' 휴일에 주말이 겹쳤던 지난 3월 20~22일 3일 연휴때 다른 지역은 모두 무대책이었지만 요시무라 지사는 "오사카부와 인근 효고현 사이의 불필요한 왕래를 삼가 달라”는 대응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초 일본유신회의 간판스타는 “위안부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었다”고 망언했던 하시모토 도오루(橋下徹·50) 전 오사카 시장이었다. 화려한 언변과 정치적 감수성을 토대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하시모토식 극장정치가 간사이 지역을 휩쓸었다. 
 
 일본유신회를 창당한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시장. 사진은 지난 2015년 하시모토 당시 오사카 시장이 정계를 은퇴하면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일본유신회를 창당한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시장. 사진은 지난 2015년 하시모토 당시 오사카 시장이 정계를 은퇴하면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하지만 하시모토는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를 합쳐 도쿄도와 같은 초대형 광역자치단체를 만든다는 ‘대(大)오사카 구상’이 주민투표에서 좌절되면서 2015년 정계를 떠났다.  

 
하시모토의 오른팔이던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오사카 시장과 함께 '포스트 하시모토' 시대 일본유신회의 간판스타가 바로 요시무라다. 
 
44세의 젊은 나이와 깨끗한 외모, 변호사 출신으로 하시모토를 연상케 하는 거침없는 언변 등이 그의 무기다.
 
오사카의 번화가 도톤보리 주변, 긴급사태선언으로 인적이 드물다. [연합뉴스]

오사카의 번화가 도톤보리 주변, 긴급사태선언으로 인적이 드물다. [연합뉴스]

일본 유력 언론의 한 간부는 "신종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매번 한 발씩 늦는다’, '과학적 근거 없이 정치적인 판단에 치중한다'는 비판으로 아베 총리가 죽을 쑤고 있는 사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와 요시무라 오사카 지사,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홋카이도 지사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며 "코로나가 수습된 뒤 일본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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