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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불출마 어떤가" 임종석 "고맙습니다"···그날밤 부산선

중앙일보 2020.05.05 09:42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제21대 총선을 약 5개월여 앞둔 지난해 11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관련한 '후일담'을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소개했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 배경에는 자신의 권유가 있었다는 뒷이야기다.
 
박 전 대변인은 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날 밤 그(임 전 실장)와 나눈 대화를 온전히 기억하고 있던 나로서는 정계 은퇴로 해석될 수도 있는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말이 참 의아하게 들렸다"며 임 전 실장과 과거 나눈 대화를 복기했다. 박 전 대변인은 '그날 밤'은 지난해 10월 30일이라고 소개했다. 임 전 실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약 보름여 전 일이다.
 
박 전 대변인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변인과 임 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 조문을 위해 부산에 도착했다고 한다. 밤새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총선 승리가 관건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박 전 대변인은 그날 밤을 회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내가 불쑥 그에게 제안했다"라며 "'실장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 어떻겠습니까?'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정적이 흐르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제21대 총선 기간 함께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제21대 총선 기간 함께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변인은 임 전 실장에게 불출마를 권유한 이유로 '586 용퇴'와 '청와대 참모 과다출마'를 들었다고 한다. 임 전 실장은 대표적인 '586 세대' 정치인인 동시에 청와대 참모다.
 
박 전 대변인은 당시 임 전 실장에게 "실장님은 이 두 가지 프레임의 맨 앞에 서 있다"며 "586과 청와대 참모들이 이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그 문을 열어줄 역할이 실장님께 책임처럼 주어져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변인에 따르면 임 전 실장은 불출마 권유를 듣고는 "형! 고맙습니다. 저도 고민하는 게 있는데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라고 반응했다. 이어 박 전 대변인은 "그로부터 2주일쯤 지난 후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놀라운 결단을 하고 있었다"며 "그의 결단으로 586도 청와대 참모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그들의 길을 갈 수 있었고, 21대 국회에 19명의 청와대 참모들이 국회의원 당선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박 전 대변인은 임 전 실장에게 정치로 돌아오라는 취지의 제안도 함께 했다. 그는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말은 우리가 그날 밤 나눈 대화의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며 "'총선 불출마'라는 피 한 방울의 헌혈이었으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변인은 "나는 그가 말한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는 것은 '총선 불출마'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정치의 영역은 넓다"고 덧붙였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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