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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카카오T에 좋은 콜 몰아준다" 커지는 택시기사들 의심

중앙일보 2020.05.05 07:00
잠잠했던 모빌리티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타다'가 사라진 자리엔 카카오모빌리티가 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택시 중개 플랫폼 ‘카카오T’의 불공정한 호출(콜) 배분을 지적하는 택시 기사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는 이달 말 ‘플랫폼 독점시장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타다 금지법’으로 불렸던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얻어낸 택시업계가 또다시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무슨 일이야?

서울 시내 골목길을 주행 중인 카카오T벤티 차량. 박민제 기자

서울 시내 골목길을 주행 중인 카카오T벤티 차량. 박민제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형 브랜드 택시인 ‘카카오T블루’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하는 지역 택시기사들이 카카오의 콜 배정에 불만이다. 
· 지난달 서울시에는 ‘카카오 블루 불공정 영업’이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택시기사는 “카카오가 소속 택시회사에만 콜을 몰아줘 영업이 어려우니 조치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배차 공정성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로 문의하라”고 답했다.
· 지난 3월 경기도 안양·군포·의왕·과천시 택시 관련 부서 팀장들은 회의를 열었다. 카카오T블루 서비스 관련 “사업구역 내 콜 서비스 독점으로 시장 교란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나눴다.
·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 충북 청주시에도 동일취지의 택시업계 민원이 전달됐다.
 

택시는 왜 반발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 택시를 호출해도 서비스가 좋은 카카오T블루나 차량이 넓은 카카오T벤티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이벤트를 지속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T 캡처]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반 택시를 호출해도 서비스가 좋은 카카오T블루나 차량이 넓은 카카오T벤티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이벤트를 지속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T 캡처]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중개플랫폼 카카오T(가입자 2400만명)와 직영 택시(900여 대), 가맹 택시(5200여대)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T에는 직영·가맹에 속하지 않은 택시기사도 가입해 콜을 받는다.
· 택시기사들은 눈 앞에 있는 승객이 카카오T로 호출해도, 먼 거리에 있는 다른 택시에 콜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한 법인택시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사업을 확장하면서 '차별 콜배정을 한다'는 의구심이 퍼졌다”며 “부동산 중개사가 자기 소유 물건을 더 잘 팔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 택시를 불러도 카카오T블루, 또는 대형 승합 택시 ‘카카오 T 벤티’로 업그레이드해주는 이벤트를 지속하면서 이 같은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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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입장은?

택시기사들의 의심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다.
·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차 알고리즘에는 승객과 택시 사이 거리 외 반영 변수가 여러 개”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이 공개한 변수는 택시가 승객에게 가는 데 걸리는 예상 도착 시간(ETA) 외에 ①기사 평가 ② 기사 배차 수락률 ③기사 운행 패턴(선호도 포함) ④택시 수요와 공급 비율 ⑤실시간 교통상황 ⑥최근 운행 분포 등이다.
· 이 회사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이 여러 변수를 분석해 배차하기 때문에 특정 서비스나 특정 차량에 콜을 우선 배정할 수 없다”며 “만약 인위적으로 개입한다면, 승객과 거리가 먼 차량이 배정돼 서비스 품질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로 콜 자체가 적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승객 위치를 파악하는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먼 거리 택시에 콜이 배정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카카오T는 지난 4월 택시 탑승 위치 정확도를 개선하는 기능을 업데이트해 더 정교해졌다”고 주장했다.
· 차량 업그레이드 이벤트로 카카오 직영이나 가맹 택시들에 좋은 콜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선 “일반 택시와 카카오T블루 모두 중형택시라 AI 기반 알고리즘이 배정 순서에 따라 자동으로 콜을 배정한다”고 답했다.
카카오T블루 전국 서비스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카카오T블루 전국 서비스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통과 여파로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지난달 중단됐다. 국토교통부는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진다”고 설명했다. 택시와 협업을 통해 모빌리티 혁신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개정안 시행령을 만드는 일이 만만치 않다. 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얼마나 허용할지와 기여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는 아직 논의조차 못한 ‘뜨거운 감자’다.
·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택시와 모빌리티업계 간 전면적 갈등이 불거진다면 타다가 더 많아지긴커녕 국내 모빌리티 산업 자체가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으로는?

지난 3월 서울 중구 KST모빌리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모빌리티 플랫폼 간담회'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보섭 큐브카 대표,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공동대표, 김 장관, 이행열 KST모빌리티 대표, 이태희 벅시 대표.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중구 KST모빌리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모빌리티 플랫폼 간담회'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보섭 큐브카 대표,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공동대표, 김 장관, 이행열 KST모빌리티 대표, 이태희 벅시 대표. 연합뉴스

‘모빌리티 혁신위원회’ 출범을 준비 중인 국토부가 새롭게 불거진 갈등을 얼마나 잘 조율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 택시4단체는 오는 20일 ‘플랫폼 독점시장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한다. 
·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카카오모빌리티 가맹사업을 키우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독점의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 장병규 전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택시보다 비싼 서비스를 국민이 자발적으로 선택했는데 미연에 그런 사태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며 “지금도 누군가는 ‘타다 활성화다’,‘타다가 타다를 접은거다’라고 주장하는 (저로선 황당한) 현실에마음이 쓰리다”고 말했다. 이어 “의견에 공감한다면 국토부는 타다를 돌려달라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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