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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이와중에 또 남중국해 분쟁···코로나도 두손 든 中 70년 야심

중앙일보 2020.05.05 06:00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을 겪는 와중에 중국이 남중국해 영토화와 홍콩 개입을 가속하고 있다. 코로나19에서 먼저 벗어난 중국이 역병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공백을 노려 ‘남중국해는 이제 중국 마음대로 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눈이 잠시 비껴간 사이 남중국해의 난사(南沙)군도와 시사(西沙군) 군도를 자국의 행정구역에 편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엔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류가 고통을 받는 동안이라도 분쟁을 중지하자고 호소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영유권 분쟁에 불을 지르고 있는 셈이다.  

남중국해 절해고도에 설치한 싼사시
구청 설치 분쟁지 시사·난사제도 편입
한반도 35배 바다, 3조 달러 교역로
한국에도 석유수송·교역 생명선 가치
석유·가스 매장돼 영유권 분쟁 가열
중국 12월엔 2호 항모도 이곳에 배치
2016년 중재재판소 판결 무시하고
자국 영토화·기정사실화 가속 의도
향후 베트남 등 주변국과 갈등 우려
홍콩에선 의회 개입과 민주인사 탄압
코로나 틈새 이용한 중국 공세 가속

지난 2018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당시 예정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필리핀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중국이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남중국해 해역을 중국령으로 선포하면서 앵국 간에는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 욕심은 동남아시아와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18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당시 예정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필리핀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중국이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남중국해 해역을 중국령으로 선포하면서 앵국 간에는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토 욕심은 동남아시아와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유권 분쟁지역에 관할 행정기관 설치

중국 민정부는 지난 4월 18일 하이난(海南)성 싼사(三沙)시 산하에 시사(西沙)구와 난사(南沙)구를 각각 설치한다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 일본 아사히 신문 등이 보도했다. 행정 관청을 설치해 수백km 떨어진 남중국해의 섬과 산호초, 그리고 해역의 행정 관리를 맡긴다는 이야기다. 그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자.  
중국 남부 하이난성 싼사시 인민정부가 있는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永興島))의 모습. 남중국해 절해고도에 섬보다 더 긴 활주로를 건설하고 주민을 이주시켜 유인도로 만들었다. [위키피디아]

중국 남부 하이난성 싼사시 인민정부가 있는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永興島))의 모습. 남중국해 절해고도에 섬보다 더 긴 활주로를 건설하고 주민을 이주시켜 유인도로 만들었다. [위키피디아]

시사구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인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의 섬과 산호초, 그리고 해역을 관할한다. 파라셀 제도 동쪽의 맥클스필드 천퇴(얕게 물에 잠긴 바다)와 스카버러 환초로 이뤄진 중사(中沙)군도와 인근 해역도 함께 담당한다. 시사구는 육지 면적이 10.07㎢에 인구는 1800명 정도다. 시사구 인민정부는 싼사시 인민정부가 있는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永興島), 베트남명 푸럼)에 설치됐다.  
난사구는 역시 영유권 분쟁 지역인 스프래틀리 제도(난사(南沙)군도)의 도서와 산호초. 그리고 바다를 맡는다. 난사구의 인민정부는 중국이 파이에리 크로스 환초에 세운 인공 섬에 설치됐다. 중국은 이날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와 스프래틀리 제도의 80개 섬·환초 등에 중국식 이름도 붙였다. 중국 영토화를 노골화한 셈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섬과 환초를 행정구역에 편입하고 중국식 이름을 대거 붙인 것은 이에 대한 실효 지배 강화를 노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왼쪽)이 지난 2018년 4월 12일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함대를 사열한 뒤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왼쪽)이 지난 2018년 4월 12일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함대를 사열한 뒤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베트남 등과 영유권 분쟁 재점화

중국의 이런 ‘도발’에 대해 베트남은 “단호히 거부한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베트남은 지난 4월 2일 중국 해양 감시선이 남중국해에서 자국 어선과 충돌해 침몰시키고 어부들을 억류했다가 풀어주는 사건이 발생해 그렇지 않아도 격앙된 상태였다. 베트남은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적인 셧다운 조처를 하는 등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일격을 당한 셈이다. 남중국해의 도서와 환초 등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동남아 국가는 한둘이 아니다. 중국은 이들 나라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는 대로 한바탕 외교적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얼 17일 중국 남부 하아난성의 싼야에서 취역한 중국 자체 건조 1호 항공모함인 산둥함. 남중국해를 담당한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섬과 환초 등을 영토화하고 바다를 영해화하거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만들 경우 한국이 수입하는 다량의 석유와 수출하는 상품은 자칫 중국이 관할하는 해역의 한복판을 지나야 할 수도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얼 17일 중국 남부 하아난성의 싼야에서 취역한 중국 자체 건조 1호 항공모함인 산둥함. 남중국해를 담당한다. 중국이 남중국해의 섬과 환초 등을 영토화하고 바다를 영해화하거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만들 경우 한국이 수입하는 다량의 석유와 수출하는 상품은 자칫 중국이 관할하는 해역의 한복판을 지나야 할 수도 있다. AP=연합뉴스

교역로 남중국해는 한국에도 생명줄

중국은 왜 코로나 와중에 이런 도발을 벌이는 것일까. 먼저 남중국해의 실체를 살펴보자. 남중국해는 동남아시아에 있는 바다로 한반도의 약 35배에 해당하는 350만㎢의 광활한 면적이다. 북쪽으로 중국·대만, 서쪽으로 베트남, 동쪽으로 필리핀, 동남쪽으로 말레이시아의 사라왁 주(보르네오섬 북부)와 브루나이, 서쪽으로 말레이시아의 말레이반도와 싱가포르, 태국, 캄보디아, 남쪽으로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과 접한다. 이런 지리적인 이유로 남중국해의 섬과 환초 등을 둘러싸고 주변 각국은 치열한 영유권 전쟁을 벌여왔다. 이름도 서구는 남중국해, 중국은 난하이(南海), 베트남은 비엔동(東海), 필리핀은 서필리핀해, 일본은 남지나해로 각각 부른다.  
지난해 12월 17일 중국 에서 남중국해로 나가는 입구인 하이난성 싼야시에서 열린 중국 항모 산둥함의 취역식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7일 중국 에서 남중국해로 나가는 입구인 하이난성 싼야시에서 열린 중국 항모 산둥함의 취역식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남중국해가 중요한 것은 이 해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교역로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선박 운항의 3분의 1에서 절반가량이 통과하는 바다여서 국제전략적으로 중요도가 높다. 2017년 기준 3조 달러에 이르는 화물이 지나간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으로 향하는 중동의 석유가 지나가고, 이들 산업국가의 생산물이 서구나 중동·아프리카로 이동하는 주요 경로다. 어업이 발달해 동남아의 식량 공급원으로도 가치가 높다. 해저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됐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영유권 분쟁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지만, 남중국해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의 에너지 수송로이자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교역로다. 남중국해에 자리 잡은 국가들은 서로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고, 멀러 떨어진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며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나 환초의 유인화에 제동을 걸어왔다. 미국은 한국에 ‘항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작전에 계속 동참을 요구해왔다. 중국은 ‘영토주권’ 문제라며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국가의 개입을 비판해왔다.  
 
지난해 12월 17일 취역식에서 공개된 중국 자체 건조 1호 항모인 산둥함과 함재기.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7일 취역식에서 공개된 중국 자체 건조 1호 항모인 산둥함과 함재기. AP=연합뉴스

중국, 자체 건조 1호 항모 산둥함 배치  

중국은 첫 자체제작 항공모함인 산둥(山東)함을 지난해 12월 17일 다른 곳도 아닌 남중국해 해역인 하이난성 남단의 싼야(三亜)시에서 취역했다. 했다. 중국은 랴오닝성 다롄에서 건조한 배수량 6만5000t급 산둥함을 이곳에 배치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취역 행사를 열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도 맡고 있는 군 통수권자다.  
산둥함은 옛 소련의 쿠즈네초프급 항모 설계를 바탕으로 중국이 자체 제작했다. 중국이 전력화한 두 번째 항모인 산둥함은 러시아가 함재기로 개발한 수호이-33을 복제한 선양 J-15 함재기 36대 등 48대의 고정익 항공기와 헬기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존하는 중국 최강의 해상 전력이다. 중국은 이런 산둥함에 남중국해를 맡긴 것이다. 누가 봐도 중국이 남중국해를 지배하고 영토화하겠다는 노골적인 표현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 [위키피디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 [위키피디아]

중, 70년 전부터 남중국해에 눈독 들여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국의 안방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은 중화민국 시절인 1947년이다. 중화민국은 그해 남중국해의 일방적인 해상경계선인 구단선(九段線)을 설정했다. 이 구단선 안에 프라타스 제도(둥사(東沙) 군도), 중사(中沙) 군도, 파라셀 제도(서사(西沙) 군도), 스프래틀리 제도(난사(南沙) 군도) 등 영유권 분쟁 지역이 포함됐다.  
구단선은 1949년 이후 중국을 석권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이어 받아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7월 12일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과 관련 해상과 도서의 권리 주장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으며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스프래틀리 군도의 모든 섬과 스카버러 암초는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국제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이 영토나 영해 등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중국이 이 지역에서 진행 중인 인공섬 건설도 불법으로 판결했다. 인공 섬을 만들어 사람들을 이주시킨다고 해서 중국의 영토나 영해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역..붉은 색이 중국이 주장하는 영유권 영역이다. [VOA]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역..붉은 색이 중국이 주장하는 영유권 영역이다. [VOA]

하이난성 분리하고 싼사시 세워 30년 공들여

사실 중국은 남중국해를 손에 넣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중국은 1988년 광둥(廣東)성의 일부이던 하이난 섬을 분리해 별도의 성을 설립했다. 이해하기 힘든 것이 광둥(廣東)성은 2017년 기준으로 인구가 1억1169만이나 되는 밀집 지역인데 여기에서 인구가 불과 917만에 지나지 않는 섬 하나만 달랑 분리했다는 점이다. 하이난 성은 현재 중국 33개 성급 행정구역(성·자치구·직할시·특별행정구) 가운데 마카오 특구(644만), 시짱(西藏·티벳) 자치구(337만), 칭하이(靑海) 성(598만), 닝샤(寧夏) 자치구(682만) 다음으로 인구가 적다.  
하이난 성의 면적은 3만5354㎢로 베이징(北京)·톈진(天津)·상하이(上海)·마카오 등 도시로 이뤄진 성급 행정구역을 제외하고는 가장 작다. 베이징(1만6411㎢)의 두 배 정도로 한국으로 치면 영남 지역 전체와 비슷하다. 굳이 이렇게 작고 인구도 적은 지역을 분할해서 별도의 성으로 둘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를 반문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는 중국은 남중국해 섬과 암초를 자국 영토로 삼기 위해 오랫동안 치밀한 작전을 전개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중국은   2012년 7월 싼사(三砂)시를 설치하면서 남중국해의 영토화·영해화를 더욱 노골화했다.  
중국이 이런 곳에 새롭게 관할 행정기관까지 설치한 것은 한마디로 2016년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을 무시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제사화의 힘의 공백을 이용해 남중국해의 영토화·영해화를 가속화해 ‘기정사실’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수많은 중국인을 고통에 빠뜨렸지만 영토에 대한 중국의 야심은 전혀 바꾸지 못했다.  
2019년 홍콩 시위의 모습. 홍콩 도심 센트럴의 에딘버러 광장에서 의료협회 주최로 집회가 열리는 모습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2019년 홍콩 시위의 모습. 홍콩 도심 센트럴의 에딘버러 광장에서 의료협회 주최로 집회가 열리는 모습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홍콩 압박하고 일본과 영토 분쟁 재연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으로 서구의 관심이 떨어진 틈을 타서 홍콩에 대한 압박도 강화해왔다. 의회에 대한 개입을 시도하고, 민주파 지도자들을 구속했다. 지난해 벌어졌던 홍콩시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기선 제압으로 볼 수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치면서 중국과 다른 결을 보여줬던 홍콩을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속셈이 엿보인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작전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과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주변에선 지난 1~3월 중국의 공군기 진입이 전해 동기보다 57%가 늘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다. 코로나19에서 먼저 벗어난 중국이 영토와 관련한 공세를 최우선적으로 재개한 셈이다. 국제사회는 이런 중국의 공세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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