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두려워 공중화장실 사용 꺼려
"화장실 변해야 외출 길게, 소비 증가"
수도꼭지·문 센서로, 칸마다 자동 청소
"화재 예방처럼 방역도 필수 설계를"
손 씻은 후에도 손 소독제 사용 권장
![최근 홍콩 국제공항의 공중화장실에는 공기 살균 기능이 장착된 지능형 로봇이 등장했다. [EPA=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05/25e4ea27-0615-4526-a1ff-10cdac48330a.jpg)
최근 홍콩 국제공항의 공중화장실에는 공기 살균 기능이 장착된 지능형 로봇이 등장했다. [EPA=연합뉴스]
“화재 예방처럼 방역을 필수 건축 설계로”
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은 코로나19는 전염병에 취약한 공중화장실의 근본적인 설계 결함을 들춰냈다고 평했다. 문 손잡이, 수도꼭지 등 손이 닿는 곳이 많은데다가 대변과 소변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다.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 두렵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영국 런던 인근 고속도로의 공중화장실에 있는 일부 변기가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덮개로 덮여 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05/e6e9c45a-0c0e-4345-931e-e3223b8c2893.jpg)
영국 런던 인근 고속도로의 공중화장실에 있는 일부 변기가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덮개로 덮여 있다. [AP=연합뉴스]
호주국립대의 전염병‧미생물학 교수인 피터 콜리뇽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감염병 통제는 화재 예방만큼이나 공중화장실 설계에서 필수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을 지을 때 보건 전문가를 투입해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코로나 시대 공중화장실 설계의 핵심은 ‘비접촉’이다. 콜리뇽 교수는 “화장실 출입문이나 수도꼭지에 묻어 있는 바이러스를 만질 경우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면서 “손으로 만지지 않아도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작동하는 센서 시스템을 화장실 곳곳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톰 브래들리 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한 사람 등이 손을 씻고 있다. [EPA=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05/b3d5ebc3-525d-46b0-ba88-1dbe387d4e2d.jpg)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톰 브래들리 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한 사람 등이 손을 씻고 있다. [EPA=연합뉴스]
화장실 칸칸마다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청소가 되도록 설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공중화장실의 정치‧문화적 의미를 연구하는 사라 북맨은 “미래 화장실에선 화장실 칸마다 자동으로 청소되는 방식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손의 움직임을 센서가 감지해 자동으로 나오는 페이퍼 타월, 사람이 부딪히지 않도록 설계한 출입문 등도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손의 움직임을 센서가 감지해 페이퍼 타월이 자동으로 나오는 기기. [웨이보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05/f07ccf74-4aab-4311-8465-cd9b5631af7f.gif)
손의 움직임을 센서가 감지해 페이퍼 타월이 자동으로 나오는 기기. [웨이보 캡처]
이안 맥케이 호주 퀸즐랜드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특히 이전 사용자가 손을 제대로 씻지 않은 경우에 대비해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공중화장실을 설계할 때 건강과 건축의 ‘콜라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장실이 달라져야 외출 길어져 소비 늘어”
그렇다면, 왜 공중화장실이 달라질 경우 경제도 회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공중화장실 디자인도 연구해 온 북맨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화장실 위생이 개선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중화장실이 사람들이 밖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낼지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안후이의 기차역 공중화장실에서 소독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05/8c42e661-b4f8-4899-9c55-c233cb0fc0ef.jpg)
중국 안후이의 기차역 공중화장실에서 소독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람들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길 꺼려할 경우 외출을 짧게 한 후 집에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화장실을 거부감 없이 이용하게 되면 외출 시간이 길어지고 쇼핑이나 외식 등 소비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위생적인 화장실에 대한 신뢰를 극대화하기 위해 화장실 청결이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시켜 주라고 조언한다. 북맨은 “손 세정제를 담아 놓는 통을 투명하게 만들어 남은 세정제의 양을 보여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방역 화장실’을 지으려면 초기 비용은 많이 들 수 있으나 장기적으론 돈을 절약하는 길이라고 북맨은 말했다. 감염 확산을 막고,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방역 전문가들과 화장실 설계 전문가들이 함께 공중화장실에서의 코로나19 감염 방지책을 연구해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新 손 씻기 방식의 등장 … “손 소독제도 사용”
코로나19는 손 씻는 방법마저도 바꿔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렌던 머피 호주 최고 의료책임자는 “이 바이러스가 지나가도 우린 평생 새로운 방식으로 손을 씻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영국 런던의 공중 화장실에 손 씻는 방법 안내가 붙어 있다. [EPA=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05/4850f740-b339-4c0a-a74c-c67a17d8f508.jpg)
영국 런던의 공중 화장실에 손 씻는 방법 안내가 붙어 있다. [EPA=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손을 다 씻은 후엔 페이퍼 타월을 이용해 수도꼭지를 잠그라고 권장한다. 손으로 수도꼭지를 만졌다가 손이 다시 오염될 수 있어서다. 또 전문가들은 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온 후에도 손 소독제를 사용하길 권한다. 손을 씻은 후 화장실 출입문 등을 손으로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WHO는 올바른 손씻기 방법을 안내하면서 수도꼭지를 잠글 때 페이퍼 타월을 이용하라고 권장한다. [WHO 홈페이지]](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05/d9ea6816-9621-4fea-b870-0c89aef06f1f.jpg)
WHO는 올바른 손씻기 방법을 안내하면서 수도꼭지를 잠글 때 페이퍼 타월을 이용하라고 권장한다. [WHO 홈페이지]
콜리뇽 교수는 “손 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한 결과 코로나19 감염자가 감소 추세로 가고 있다”면서 “두 가지를 앞으로도 철저히 지킨다면 감염을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맨은 “우리가 이 코로나19 전염병 시대에 얻은 것은 사람들이 (이전의 삶으로부터) 변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 기회를 살려 공중화장실을 변화시키면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