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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야당 의원에 재미 붙이면 답이 없다

중앙일보 2020.05.05 00:38 종합 27면 지면보기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미래통합당의 미래는 있나. 4·15 총선 참패 이후 통합당은 정신을 놓아버린 것 같다. 20대 지도부가 대부분 나가떨어지면서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없다. 50년 전 ‘40대 기수론’처럼 깃발을 들 위인도 보이지 않는다.
 

영남, 60대 이상, 부자당 고립
세상이 바뀐 줄 통합당만 몰라
당 쪼그라들수록 의견 더 편협
조금은 더 냉철하고, 포용해야

지역별로 통합당은 경상도당으로 쪼그라들었다. 세대별로는 60대 이상의 경로당, 계층별로는 강남당으로 전락했다. 선거 이후 대처를 보면 논리적 사고 능력마저 잃어버린 듯하다. 실증적 근거보다 신념이 앞서는 주술정당이 돼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통합당이 이긴 곳은 전국 253개 선거구 가운데 84개(33.2%)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정확하게 3분의 2인 56개 선거구가 경상도에 있다. 호남에는 한 석도 없다. 방송사 출구 조사를 보면 60대 이상에서만 통합당이 앞섰다. 선거가 끝난 지난 1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60대 이상도 민주당 우세로 뒤집어졌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수습 과정마저 실패한 결과다.
 
2017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얻은 표는 24.03%. 그때만 해도 촛불 집회의 열기가 남아 있던 때라 예외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세상이 바뀌었다. 촛불 집회 결과이건, 반성도 변화도 없는 통합당 탓이건 정치 지형은 뒤집어졌다. 자신들만 모르고 있다.
 
20대가 보수라고 한다. 보수 정당의 기대다. 보수적 가치를 말하는 젊은이들조차 통합당 언급은 부끄러워한다. 정치적 욕심이 있거나, 비정상적인 친구라고 오해받는다고 한다. 그들은 공정의 가치를 중시한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비판한다. 그렇지만 ‘꼰대 정당’은 역시 싫어한다. 보수의 기반을 넓힐 여지가 있다. 그러나 노력이 없다. 통합당의 동굴에 들어오기만 기다린다. 변화와 혁신은 피하고,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기득권만 즐겼다.
 
‘컴퓨터 선거 부정’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건 1987년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부정선거 백서를 내놨다. 아무리 논쟁해도 ‘4자 필승론’에 빠진 당직자들은 패배를 결코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선거 불복의 나쁜 이미지에 시달린 김 전 대통령은 92년 선거 때는 곧바로 패배를 인정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선거 때도 어김없이 컴퓨터 부정 논란이 이어졌다. 시민단체와 종교인, 언론인까지 끼어들어 백서 발간과 소송이 반복됐다. 컴퓨터 부정 논란의 특징은 실증적 증거보다 책상머리 추론을 근거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당이 쪼그라들수록 의견은 더 편협해진다. 부산·울산·경남에서 통합당이 이겼다. 20대 총선보다 의석이 6석이나 늘었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런데도 부·울·경에서 통합당이 선전한 것은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 영향이 크다. 국민의당이 빠진 덕분이다. 영호남 의원들 입장에서는 지역주의가 보호막이다.
 
당내 정치에서도 영남 패권주의, 태극기 부대, 극우 유튜버를 업는 것이 유리하다. 노년층까지 퍼진 통신 수단을 통해 자기들만의 가짜뉴스를 전파하고, 집권층을 조롱하고, 욕하고, 낄낄댔다. 그럴수록 고립됐다. 스스로는 그 과정이 즐거웠겠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정치를 왜 하나. 정당이 뭔가. 통합당 당선인 입장에서는 영남 지역구에서 지역 대결을 부추기고, 강남에서 색깔논쟁을 벌이고, 60년대 근대화를 우려먹는 것으로 정치 생명은 늘릴 수 있을지 모른다. 전체 의석의 균형을 잡는 것보다 내 지역구가 줄어들지 않고, 내 당선을 보장받는 게 더 절박할 수 있다. 그럴수록 여론은 외면하고, 지지율은 떨어지고, 소멸의 위기에 빠지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호남 유권자는 전략적 투표를 해왔다. 영남 출신 후보를 찾아 이길 수 있는 차선의 선택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역연합이란 우회로를 선택했다. 180석을 차지한 이제 민주당도 탈지역주의에 도전할 때가 온 것인지 모른다.
 
그때만 해도 김대중·김종필이란 인물 중심이었다. 이제 조직화한 노동계와 손을 잡고, 광주민주화운동·세월호 참사 등을 계기로 젊은 세대를 감성적 동지로 규합하고, 문화 운동과 팬덤 형성으로 새로운 집단을 만들었다. 인물 중심에서 집단 중심으로, 지역에서 복합적 이해 집단으로 발전해 왔다. 전략적 투표가 일상이 됐다.
 
그에 비하면 통합당 지지층은 여전히 촌스럽다. 박정희 식의 ‘새마을’도 없다. 편향된 가치를 공유한 동네 대표만 요구한다. 3분의 1도 안 되는 지역구, 그중에서도 더 제한된 지역·계층·세대의 목소리를 원한다. 나머지는 포기할 건가. 조금은 더 냉철하고, 포용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복지 공약을 선점해 이겼다. 후임자들은 그런 노력마저 없다. 탄핵 이후 3년. 세상은 바뀌었는데, 통합당만 거꾸로 달려간다. 야당 의원 하기가 더 재미있다는 정치인도 있다. 그러나 집권 의지를 잃으면 더는 정당이 아니다. 소멸은 시간문제다.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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