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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전주국제영화제 사상 첫 무관객 행사…국제표준 만들 겁니다”

중앙일보 2020.05.05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영화제작자 이준동 대표 .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영화제작자 이준동 대표 .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행사예요. 평소엔 한국의 독특한 영화제로만 알려졌지만, 올해는 어떻게 치러질지 칸영화제 관계자들도 궁금해할 겁니다. 한국 총선을 전 세계가 궁금해한 것처럼요.”
 

전주국제영화제 이준동 집행위원장
코로나로 지난달 30일 열려다 연기
경쟁작만 최소인원 모여 본 뒤 시상
일부는 온라인 통해 관객에도 공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오는 28일 무관객 개막한다고 선언한 이준동(63) 집행위원장의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객 없이 국제영화제를 개막하는 것은 전 세계 최초다.
 
당초 4월 30일 개막하려다가 이달 28일로 일정을 미뤘지만, 상황이 지속하자 “경쟁부문 중심의 비공개 영화제로 전환, 개최한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발표 다음 날 서울 마포구 영화사 사무실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27년 차 영화제작자다. 영화사 나우필름·파인하우스필름을 이끌며 형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시’ ‘버닝’에 더해 ‘인어공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도희야’ 등 상업영화를 제작했다.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 위원, 영화나눔협동조합 이사장 등 영화계 대소사에 참여해왔지만,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년처럼만 해도 선방이다 할 판에 이런 강적(코로나19)이 등장했죠. 코로나에 최적화된 영화제 플랫폼을 준비했다고 자부합니다.”
 
올해 특별전을 여는 퀘이 형제 감독의 작품이 담긴 공식 포스터.

올해 특별전을 여는 퀘이 형제 감독의 작품이 담긴 공식 포스터.

전주국제영화제가 제시한 방식은 파격적이다. 우선 선정을 마친 국제경쟁·한국경쟁·한국단편경쟁 등 경쟁 부문 진출작은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열흘간 전주 시내 극장에서 심사위원, 영화감독 및 관계자 등 최소한의 인원이 모여 1회씩 상영하고 심사를 진행한다. 또 상영작 중 제작사 및 감독이 허락한 일부는 온라인을 통해 일반 관객에게 상영한다. 온라인 관객과의 대화(GV)도 마련됐다. 코로나19 안정화 이후엔 올해 초청작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장기 상영 프로그램도 펼친다.
 
프랑스 칸영화제가 5월 예정이던 개최를 무한정 미루고,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는 아예 취소되는 등의 혼란 속에 표본이 될 만한 방식이다. 이 위원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사회가 몇 가지 성공사례를 쌓아가고 있다”면서 “영화와 영화인을 발굴·지지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된 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난 2월 중순부터다. 영화제측은 “정부가 요구하는 방역 수준보다 더 엄격하게 준비해서 하자”는 쪽이었다. ▶전체 좌석의 16.5%만 채우는 띄어 앉기 ▶모든 관객에게 일회용 장갑 지급 ▶철저한 방역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전주시 재난 안전대책본부가 반대했다. 이 위원장은 “영화제에 온 외지인들이 영화를 본 뒤 식당, 주점에 가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감염을 우려한 것”이라며 “4월 27일 지금의 형태로 최종 타협해, 전주영화제조직위 이사회를 통해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또 “영화제 규모의 축소라기보다 팬데믹에 최적화된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입국 경로가 차단된 상황에서 해외 게스트 행사는 일정을 미룰 때부터 온라인 전환을 고심해왔다.
 
전주영화제 측은 초청작 감독 및 참석 예정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온라인 상영은 OTT(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상영(국내 관객 대상)을 기획 중이며 불법복제방지 기술 적용 등을 적용해 작품의 저작권 보호에 힘쓸 것”이라고 알린 바 있다.
 
OTT 플랫폼 방식은.
“넓게 봐선 OTT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건 양방향 주문형 플랫폼이다. 전 세계 모든 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을 고려하고 있다. 자존심 높고 고고한 칸영화제조차 생각 안 할 수 없다. 그걸 어떻게 설계할지는 누구도 답이 없다. 유럽쪽 영화 마켓에서 많이 쓰는 ‘페스티벌스코프’(온라인 주문형 영화제 플랫폼)가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 우린 그것조차 없다. IT 강국이지만 이런 경험 자체가 없으니, 몇 명까지 동시접속이 가능할지, 보안관리와 과금은 어떻게 할지 등 숙제가 많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 및 전문가들과 논의 중이다.”
 
온라인 상영에 대한 창작자들 반응은.
“올해 선정 작품이 200편 정도인데, 10% 전후 온라인 상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미 동의한 작품이 상당수 된다. 나머지는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전주에 대한 신뢰를 느꼈다. 이렇게라도 상영하게 돼서 고맙다는 감독도 있고.”
 
예산 압박도 있다. 한 달여 연기된 일정으로 생긴 인건비, 온라인 전환 비용 등이다. 이 위원장은 “올해 예산 약 52억원 중 전주 시비 30억원은 다 썼다”며 “나머지는 영진위 영화발전기금(영화관 티켓값 3%) 지원과 협찬, 티켓 판매인데 협찬이나 티켓 판매는 불가능해졌다. 영화발전기금을 이럴 때 더 풀어야 하는데 영진위가 그 역할을 못 한다”며 답답해했다.
 
올해 전주영화제는 영화계 거장의 경험과 철학을 관객과 나누는 ‘마스터클래스’ 부문에 벨기에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더 차일드’) 감독 다르덴 형제를 내정했었다. 유럽의 대표적 사회파 거장이다. 최초 방한을 코로나19가 막았다. 이 위원장은 “아쉽다”면서 다만 “마스터클래스는 영화제를 준비하며 조금 더 챙겨보려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영화제 세부 사항은 곧 발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온라인 상영에 대해 “이미 동의한 작품이 100편 가량”이란 표기를 “이미 동의한 작품이 상당수”로 5월 6일 바로잡습니다. 영화제 측은 '100편 가량'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영화 편수라며 여전히 해당 감독 및 제작사와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고 아직 완전히 동의 받은 작품 편수라고 특정하기 어렵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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