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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기의 자동차 업계…노조 유연성 발휘 절실하다

중앙일보 2020.05.05 00:02 종합 26면 지면보기
4월 자동차 수출이 36%(액수 기준)나 줄었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수출 대상국 판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중국발 부품 공급 차질로 초래된 생산 위기를 수습하자마자 이번엔 수요 충격에 빠졌다. 우리 제조업의 핵심 버팀목인 자동차산업이 생산과 수요의 복합 위기에 빠진 꼴이다.
 
그나마 위안은 내수에서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3월 자동차 국내 판매는 전년보다 10.1% 성장했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상황이 훨씬 낫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에 각 업체의 잇따른 신차 출시 효과도 한몫했다. 특히 현대차 그랜저, 제네시스 G80·GV80 등은 지금 계약하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내년까지 기다릴 정도라고 한다. 온통 잿빛뿐인 경제 뉴스 속에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글로벌 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당분간 우리 경제의 희망은 내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시간 출고 대기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모처럼 움튼 소비 심리를 지루한 기다림에 묻히게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출고 대기가 너무 길어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한다. 현대차는 그간 강성 노조의 벽에 부닥쳐 경직된 생산 방식이 문제가 돼 왔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생산 배치 전환을 노조가 반대해 소비자 불만이 끓어올랐던 일도 있었다. 비판이 쏟아지면서 뒤늦게 생산라인 확대가 이뤄지긴 했으나 노조 이기주의 이미지를 불식하기엔 힘들었다.
 
다행히 최근 현대차 노사관계에도 변화가 보인다. 올해 초 출범한 새 노조 집행부가 유연하고 합리적인 입장을 강조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에는 수출 감소로 고용 상황이 불안해지자 품질력을 높이고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는 ‘노사 윈-윈’ 모델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차종 혼류 생산 등 합리적 배치 전환 시스템에 대한 고민에 나설 뜻도 비쳤다. 강성 일색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다.
 
이런 변신 노력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구심도 만만찮다. 내부 강성 계파의 반발도 변수다. 실례로 한시적으로 주 52시간에서 벗어나 특별근로 연장을 요구하는 부품업체들의 요구가 노조에서 거부되는 일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근로자의날을 맞아 “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주류”라고 말했다. 주류라면 이에 걸맞은 책임감과 유연함이 따라야 한다. 현대차 노조, 나아가 노동계가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좀 더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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