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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야 공부하지" "집단 감염 걱정"…등교개학 엇갈린 반응

중앙일보 2020.05.04 18:52
고3·중3 온라인 개학일인 지난 9일 경남 거창군 거창대성고등학교 교실에서 고3 수학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3·중3 온라인 개학일인 지난 9일 경남 거창군 거창대성고등학교 교실에서 고3 수학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3 딸을 키우는 박모(48·서울 강남구)씨는 4일 정부가 고3부터 등교개학을 시작한다고 발표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입을 6개월 앞둔 딸이 온라인 개학을 한 뒤에도 방학 때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재수생이나 상위권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 시기에도 열심히 공부할 텐데 우리 애만 허송세월하는 게 걱정이었다”며 ”학교에 가면 집에 있을 때보다는 긴장하고 공부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면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등교개학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그는 “초등 저학년은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고3을 제외하고는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등교를 해도 늦지 않다”고 우려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달 넘게 미뤄온 전국 초·중·고교의 등교수업 일정과 방식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달 넘게 미뤄온 전국 초·중·고교의 등교수업 일정과 방식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등교개학 앞두고 학교·학부모 의견 엇갈려

교육부가 4일 초‧중‧고 등교수업 시기와 방법을 발표한 가운데, 교사‧학부모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만큼 등교를 해야한다는 의견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교육부 설문조사에서도 등교개학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교육부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학부모 2000명에게 적절한 등교 시점을 물었더니 생활방역 체계 전환 ‘2주일 후’라는 응답이 28.2%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지켜본 뒤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23.4%로 나타났다. 교사 22만4894명 설문조사에서도 ‘2주일 후’가 30.7%로 가장 높았지만 ‘한 달 이상 지켜본 뒤 결정’이란 응답도 28.8%에 달했다.
4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정문에 '온라인 개학'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정문에 '온라인 개학'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확진자 나오면 학교 혼란"…세부 가이드라인 필요 

경기도의 한 일반고 교장은 “고3을 생각하면 등교수업을 하는 게 맞지만, 이후 확진자가 나오면 학교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도 “싱가포르 같은 일을 막으려면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고3을 제외한 나머지는 원격수업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앞서 싱가포르는 등교개학 후 집단감염이 발생해 2주 만에 온라인 개학으로 전환했다.
 
한국교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수업 시 교사·학생은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안 쓰면 어떻게 조치하는 지 등 사안별로 명확하고 실현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교개학 미뤄야" 국민청원 등장

등교개학 후 감염을 우려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중2 딸을 키우는 이모(50·서울 양천구)씨는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한데 학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초3 자녀 둔 김모(37·서울 송파구)씨는 “학생들이 하루 종일 마스크 쓰고 수업 듣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체험학습을 한다고 하고 집에 있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등교개학 시기를 미뤄야 한다’는 청원에는 4일 오전 2만4000여명이 동의했지만, 등교 일정 발표 후 4만3000명으로 늘었다. 청원인은 “학교는 코로나19 확산에 적합한 장소”라며 “코로나19가 한국에서 완전히 종식되거나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등교개학 시기를 미뤄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한 가정집에서 한 초등학교 1학년?3학년 학생이 온라인 개학에 맞춰 EBS 강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0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한 가정집에서 한 초등학교 1학년?3학년 학생이 온라인 개학에 맞춰 EBS 강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부모개학'에 지친 학부모…등교 찬성도 적지 않아

하지만 등교를 해야 한다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온라인 개학이 '부모 개학'이라 불릴 만큼 가정에서 학습 관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초2 자녀를 둔 이모(38·서울 은평구)씨는 “온라인 수업 후 아이 혼자 수업을 들은 적이 없을 정도로 부모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긴급돌봄에 참여하는 학생도 늘었고, 교회·학원 등 학교를 제외하고 모두 일상생활로 돌아갔기 때문에 등교개학을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 설문조사에서도 원격수업의 어려운 점을 묻자 학부모 49%는 “가정 내 학습과 생활을 지도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온라인 수업이 ebs 영상만 틀어주는 식으로 진행돼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교육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87%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아닌 콘텐트 제공형이나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가 직접 학생들과 영상으로 소통하는 수업을 한 경우는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전민희·남윤서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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