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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짜리 방사광가속기 거머쥔 자, 지역 살린다···운명의 8일

중앙일보 2020.05.04 17:47
경북 포항시 가속기과학관 1층에 전시된 가속기연구소 모형. 둥근 건물이 3세대 방사광가속기, 길게 뻗은 건물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중앙포토]

경북 포항시 가속기과학관 1층에 전시된 가속기연구소 모형. 둥근 건물이 3세대 방사광가속기, 길게 뻗은 건물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중앙포토]

14만명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1조원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이 어느 지역으로 돌아갈까. 충북 오창과 전남 나주, 강원 춘천, 경북 포항 등 지방자치단체 4곳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오는 8일 오전 사업 예정지를 발표한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국내외 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라 지자체간 경쟁이 어느때보다 뜨겁다.
 
방사광가속기는 일종의 최첨단 거대 현미경으로, 태양보다 100경배 밝은 강력한 X선을 활용해 원자 크기의 물질 구조를 분석하는 최첨단 연구시설이다. 기존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단백질 구조나 1000조분의 1초에 준하는 찰나의 세포 움직임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첨단 반도체 공정과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산업부문에 활용할 수 있을뿐 아니라, 기초과학 연구에도 필수적인 첨단장비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의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와 AIDS 치료제 사퀴나비르 등이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한 대표적 신약 개발 성과다.  
 
지난달 20일 강원도청에서 방사광가속기 춘천 구축지지 성명 및 강원도 바이오연구 혁신기관 업무 협약식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강원도청에서 방사광가속기 춘천 구축지지 성명 및 강원도 바이오연구 혁신기관 업무 협약식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 방사광가속기는 포항에 3세대와 4세대, 2기가 이미 구축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성능과 시설 용량면에서 한계에 달했다. 특히 최근 들어 산업분야에서 관련 연구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 시설은 기초과학 연구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신규 방사광가속기는 산업지원이 첫째 목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사업공고의 제목에서 ‘산업지원 및 선도적 기초 원천 연구 지원을 위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는 국비 8000억원 투자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따르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유치 지역에 6조70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2조4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13만70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2022년에 공사를 시작하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자체는 최소 26만㎡ 규모의 부지를 비롯, 4차선 이상의 진입로, 전력 인입선로 등도 제공해야 한다. 전체 사업비는 이 같은 지자체의 2000억원 규모 투자를 포함해 1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평가항목으로 접근성과 안전성, 정주여건 등 입지조건을 50%, 지방자체단체 지원 항목은 각각 25%로 정했다. 입지조건을 선정의 최우선 조건으로 두고 있다는 얘기다.
 
어느 지역이 방사광가속기를 가져갈 수 있을까. 지자체들은 각자 장점을 호소하며 사활을 건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남 나주의 경우 최근 유치에 성공한 한전공대를 중심으로 산학연 클러스터와 방사광 가속기간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호남권이 연구환경 분야에서 전국 최하위라는 점을 들어, 국가균형발전 실현 차원에서 방사광가속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총선 기간 나주에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약속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춘천은 강원도와 함께 ‘기업이 밀집해있는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기본 충족 요건보다 약 2배 넓은 50만㎡가 넘는 부지를 마련해 ‘춘천 가속기 혁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낸 박영일 춘천 방사광가속기 유치위원장은 “춘천 가속기 부지는 서울에서 40분, 경기ㆍ인천 등 다른 수도권도 2시간대 거리”라며 “대학은 물론 산업수요를 감당하기에도 춘천이 최적지”라고 말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이미 3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와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어 건설 및 운영 노하우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충북 오창은 산업ㆍ연구단지와 가깝고 대덕특구 등 관련 연구시설도 풍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각 지자체가 강조하는 장점은 다른 지자체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전남 나주의 경우 “가뜩이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한전공대에 가속기까지 주는 건 현 정권이 지나치게 호남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포항 역시“기존 가속기가 있는데 또 주는 것은 너무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방사광가속기는 첨단 과학시설이긴 하지만, 지역경제에 유발 효과가 크다는 측면에서 과학기술을 넘어 정치ㆍ경제적 이슈로까지 번져가고 있는게 사실”이라며“각 지자체들은 가뜩이나 계속된 불황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친 상황에서 가속기를 유치하면 지역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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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