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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도 주식 사기 바쁜 개미들, 1조7000억 쓸어 담았다

중앙일보 2020.05.04 17:11
지난 3~4월 폭락장 속에 달아오른 '동학 개미'(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기가 5월 들어서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2거래일 휴장 후 개장한 4일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1조7000억원가량 주식을 쓸어 담은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시를 짓눌렀지만, 개인들은 외국인(9451억원)과 기관(8051억원)이 팔아치운 주식을 대부분 사들이며 맞대응했다. 하지만 개인의 폭풍 매수에도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8% 하락한 1895.37로, 4거래일 만에 19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2.68% 내린 1895.37에 거래를 마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2.68% 내린 1895.37에 거래를 마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종전 순매수 기록 8년9개월 만에 갈아치워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주식 1조698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9년 이후 역대 최대다. 종전 기록인 2011년 8월 10일(1조5559억원) 순매수 규모를 8년9개월여 만에 깼다. 하루 1조원 넘게 순매수한 것만 올해 들어 네 번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개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사들인 주식은 24조2457억원에 달한다. 이날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5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담았고 SK하이닉스(1689억원), LG화학(915억원), 삼성전자 우선주(533억원), KB금융(492억원) 등 대형주를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2% 넘게 빠지자 '싼값'에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몰린 결과로 보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미·중 무역갈등 같은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등한 것 같고, 개인 투자자는 코로나19 진정 등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초 이후 외국인은 주식을 팔고, 개인은 사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

연초 이후 외국인은 주식을 팔고, 개인은 사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

주식 '빚투' 다시 증가세

증권가에선 그동안 개인 투자자는 기관 투자자에 비해 자금 동원력, 투자 지식 측면에서 열세에 있어 증시 영향력이 적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모습이다. 일단 자금 동원력이 풍부하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통하는 '투자자 예탁금' 규모만 봐도 알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29일 기준 42조7263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 본격화 시점인 1월 20일(28조1621억원)보다 51.7% 늘어났다. 
 
투자 학습도 활발하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20위 목록(교보문고 기준)엔 7권이 주식 투자와 관련된 책이었다. 1년 전엔 한 권도 없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보이는 패턴은 과거와 다르다"며 "투자 학습 열기가 상당하고, ETF(상장지수펀드)와 해외 투자,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 방식도 발전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는 한국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코스피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4조4041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이다. 지난 2월 말 4조6000억원대였던 신용융자 규모는 차츰 줄기 시작해 3월 말 3조753억원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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