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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은행, 2008년 이후 최대 충당금 쌓았지만, 여전히 부족"

중앙일보 2020.05.04 16:24
은행들의 대손은 주로 가계금융에 집중돼 있어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자들의 경제적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를 알려주는 척도가 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은행들의 대손은 주로 가계금융에 집중돼 있어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자들의 경제적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를 알려주는 척도가 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에 대비해 1분기 대손충당금으로 500억 달러(약 62조원)를 쌓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금융권에서 기업·가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는 신호다.  
 

미국 월스트리트 충당금 350% 증가
디폴트 예상해 미리 쌓아두는 현금
FT "도이치뱅크 충당금 여전히 부족"
실업률 치솟을 경우 은행 타격 불가피

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은행은 지난 1분기 대손충당금을 1년 전보다 무려 350% 늘어난 250억 달러(30조6700억원)로 책정했다. 유럽 은행은 269% 확대한 160억 달러(19조6000억원)로 설정했다. 이번 주 프랑스 BNP파리바·네덜란드 ING·이탈리아 유니크레딧 등의 재무제표가 공개되면 미국과 유럽 주요 은행들의 1분기 충당금은 총 5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자들이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해 추후 발생할 손실을 미리 계산해 쌓아두는 돈이다. 각 은행이 경제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전체 대출에서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대상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건 향후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상황을 상정한다는 뜻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셰일 등 원유업계·부동산·유통 등에서 추가 해고가 발생하고 미국 실업률이 더욱 치솟을 경우, 미국 전역에서 디폴트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월스트리트에 타격을 줄 수 있다. [AP=연합뉴스]

셰일 등 원유업계·부동산·유통 등에서 추가 해고가 발생하고 미국 실업률이 더욱 치솟을 경우, 미국 전역에서 디폴트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월스트리트에 타격을 줄 수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대형 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는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60% 넘게 줄었다고 밝히며 그 원인으로 늘어난 대손충당금을 지목했다. 두 회사는 코로나19로 대손충당금을 각각 68억 달러(8조3000억원), 31억 달러(3조8000억원)를 추가로 설정했다. 유럽 최대 은행인 HSBC는 대손충당금으로만 30억 달러(3조6800억원)를 쌓아, 올해 순손실이 110억 달러(13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업계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위기에 대응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독일 도이치뱅크는 충당금을 5억 유로(6710억7000만원)로 설정해, 경쟁사인 영국 바클레이즈가 21억 파운드(3조2000억원) 쌓은 것에 비해 위험을 과소평가했다고 FT는 지적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원의 사샤 스테판 교수는 “지금의 경제 위기가 10년 전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떻게 이런 적은 충당금을 설정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나중에 손실이 급증할 경우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 키안 아바우호세인는 “도이치뱅크의 예상하는 것보다 50% 더 큰 손실이 올해 발생할 것”이라며 “그 규모는 최대 30억 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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