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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의 '성폭력 전담기구'···오거돈 성추행 터진 뒤 설치한다

중앙일보 2020.05.04 15:07
부산여성단체협의회, 부산여성연대회의, 부산여성단체연합, NGO여성연합, 구군여성단체협의회 등 부산지역 5개 여성단체들이 4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폭력을 규탄하고, 관련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여성단체협의회, 부산여성연대회의, 부산여성단체연합, NGO여성연합, 구군여성단체협의회 등 부산지역 5개 여성단체들이 4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폭력을 규탄하고, 관련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가 성희롱·성폭력 대응 전담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한 지 11일 만이다.  
 

부산시 4일 특별대책위원회 열고 전담기구 설치 논의
부산성폭력상담소 “공약 내놓은 지 2년 만에 뒷북 행정”
부산경찰청 피해자 진술 확보 못해 수사 답보
오거돈, 사퇴 기자회견 이후 열흘 넘게 행방 묘연

 부산시는 4일 오후 3시 30분 ‘공공조직 성인지력 향상 특별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성희롱·성폭력 대응 전담기구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특별대책위원회는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위원장으로 부산시와 공무원 노조, 시의원, 여성단체, 인권변호사, 전문기관 및 유관기관 관계자 등 10명으로 구성된다.  
 
 부산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오 전 시장 사퇴 직후 10여일간 후속 대책을 논의해왔다”며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성희롱·성폭력 대응 전담기구 설치를 포함한 특별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대책위원회는 전담기구가 구성될 때까지 수시로 개최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전담기구 설치 이외에도 시 조직의 성인지 감수성 진단,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총괄적·적극적 대응체계 마련, 성평등 인식개선, 성평등 조직문화 확산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오거돈 전 시장 사퇴직후 열린 부산시 확대간부회의. [사진 부산시]

오거돈 전 시장 사퇴직후 열린 부산시 확대간부회의. [사진 부산시]

 성희롱·성폭력 대응 전담기구 설치는 오 전 시장의 공약 사항이었다. 오 전 시장은 당선 이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전담기구 설치 방안을 추진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오 전 시장 성추행 피해 신고를 접수한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내고 부산시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질타했다. 
 
 상담소는 “오 전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에 대해 당선 이후에는 입장을 바꿔 아직 구성도 못 했다”며 “전담팀 구성을 미뤘던 모습이나 지난 2018년 회식 자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양옆에 앉힌 보도자료 등에서 (이번 성추행 사건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담소는 “부산시에 성희롱, 성폭력 전담기구를 구성하고 성평등 교육을 통한 조직문화와 인식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경찰청은 피해자 진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자가 경찰 고소를 하지 않아 수사가 답보 상태다. 2013년 6월 성범죄에서 친고죄 규정이 폐지되면서 피해자 고소가 없어도 수사가 가능하지만, 성폭행이 아닌 강제 추행은 피해자 진술만이 강력한 증거다. 경찰은 2차 피해 등을 우려해 피해자에게 직접 고소 등 피해 진술을 독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법률상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수사기관으로 강제로 불러 진술을 받을 수는 없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강제 추행은 폐쇄회로(CC)TV나 목격자 진술이 없이는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현재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 피해자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조사를 해야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위법성을 찾을 수 있을 텐데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이 형사 고소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형사 고소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피해 여성이 형사고소를 하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피해 여성이 원하는 대로 오 전 시장이 사과하고 사퇴했다. 피해 여성이 형사 고소로 얻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형사 고소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중앙포토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중앙포토

 오 전 시장은 사퇴 기자회견 이후 잠적해 지금까지 열흘이 넘도록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책임지겠다’고 말을 해놓고 잠적했다”며 “오 전 시장은 경찰 수사에 응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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