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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아이 치면 '포승줄'…'민식이법' 희화화 게임 논란

중앙일보 2020.05.04 14:26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킬 경우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을 희화화한 모바일 게임이 출시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스쿨존을 뚫어라-민식이법은 무서워'란 이름으로 지난 2일 출시 된 이 게임은 4일 오전 기준으로 100여회 다운로드됐다.   
 
플레이어가 택시운전사가 돼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피해 운전을 하는 게 게임 테마다.  
 
게임 도입부에는 민식이법이 시행된다는 뉴스 화면이 뜨고, 아이들을 피하지 못하면 포승줄에 묶여 경찰에 잡혀가는 그림이 뜨면서 게임이 끝난다.  
 
게임 자체가 노골적으로 민식이법을 비판하는 내용인 셈이다. 
민식이법 관련 게임 화면.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민식이법 관련 게임 화면.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민식이법 비판' 목적 뚜렷한 게임에 의견 분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온 모바일 게임 후기란에는 민식이법에 대한 내용이 자주 언급됐다. 
 
한 이용자는 "예측불허한 스쿨존 아이들의 움직임이 그대로 게임에 반영되어 있다. 게임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법이 문제"라고 댓글을 달았다.
 
다른 이용자도 "법 취지는 타당하나, 음주사망사고를 낸 사람과 스쿨존에서 과실사망사고를 낸 사람과 동등하게 처벌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법 자체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스쿨존 내에서 길을 건너다 사망한 김민식군의 이름을 넣어 조롱하는 댓글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반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고인 모욕이다" "도가 지나쳤다"는 비판 댓글도 달렸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과잉 처벌' 논란 이어져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차량에 치여 숨진 김민식(당시 9세)군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법이다.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시속 30km 이상으로 운전하거나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낸 경우 어린이가 사망했다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관련 규정 때문에 과잉처벌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민식이 법 개정을 청원합니다' 게시글에는 3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게임 속 택시기사 실제로 처벌될지는 미지수  

그러나 해당 게임과 달리, 택시운전사가 현실에서 민식이법으로 처벌되려면 여러 조건이 더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지난 3월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시속 30km 이상으로 운전하거나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상황에 한해 적용된다"며 운전 준칙을 지키는 경우라면 운전자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법원은 그동안 일반적인 교통사고 사건에서 '예견 가능성'이나 '불가항력적 상황' 등을 따져 안전운전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해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해선 운전자 과실이 없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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