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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책·여행 뭐든 좋죠, 세상 읽고 나를 파악하는 안목 키우세요

중앙일보 2020.05.04 09:30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전문가를 찾습니다.” 취업포털에서는 이런 구인광고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어요. 인터넷·모바일의 출현 이후 기업들의 관심은 디지털 시대에 보다 효율적인 마케팅·홍보·광고 방법을 찾는데 쏟아졌죠. 10년간의 직장 생활 동안 경영 컨설턴트로, 디지털 마케터,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면서 자신만의 역량을 쌓은 후 3년차 1인기업가로 살아가는 윤선미(35)씨는 전형적인 디지털 시대 ‘N잡러’입니다.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의 '자기주도진로' 인터뷰 31
‘N잡러’ 윤선미씨

 
선미씨는 어린 시절 화가를 꿈꿨어요. 중학교 때는 담임교사로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다며 미대 진학을 권유받기도 했죠. 하지만 미대 진학은 공무원인 아버지에게는 입 밖에 꺼내볼 수도 없는 선택지였어요. 지역 명문고로 여겨지던 의정부여고에선 공부를 곧잘 했지만 대학 역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정부시에 있는 집 가까운 대학 위주로 최대한 안정지향적으로 지원, 2004년 광운대 경영학과에 진학했죠. 2000년대 초반 IT 붐이 불면서 경영학에 IT를 접목한 경영정보를 전공했고요. 
 
1인기업가로 독립하며 공간의 제약 없이 카페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있는 윤선미씨.

1인기업가로 독립하며 공간의 제약 없이 카페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있는 윤선미씨.

수석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한 그는 4학년 2학기에 중소 경영컨설팅회사에 취업했습니다. 당시 컨설팅업계는 전형적인 남성 중심의 비즈니스 세계였죠. 회사 내엔 선배 여성 컨설턴트가 한 명도 없을 정도였어요. 23세 여성 인턴으로 시작한 사회생활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일하다 보니 매번 근무환경이 달라지고, 마감 주간에는 밤새우는 일도 많았어요. 새벽에 퇴근해서 씻고 다시 출근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죠.  
 
그럴수록 온전히 실력으로 승부해야겠다는 다짐이 커졌습니다. 특히 글로벌 컨설팅회사와 함께 일하면서 ‘큰물’에서 일해 본 경험자들의 유능함에 자극을 받기도 했죠. 선미씨는 그들처럼 ‘큰물에서 노는 물고기’가 되기로 다짐했어요. 배움에 대한 갈증을 스스로 학습하면서 채워나갔습니다. 기획할 때 체계적인 구조를 짜는 법, 설득력 있는 문서 작성법,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는 법 등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됐죠. 이곳에서 일한 4년 동안 선미씨는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어요.  
 
여성들의 경력 단절 예방을 위한 콘텐츠 에디터 양성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여성들의 경력 단절 예방을 위한 콘텐츠 에디터 양성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사회 초년생이던 당시에는 유능하고 멋지게 일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련시켰던 것 같아요.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비쳐지는지도 무척 신경을 썼었고요. 당시 업무강도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던지 얼굴 전체에 퍼진 여드름 때문에 마음고생도 했었죠.”
 
선미씨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때는 *웹 2.0시대 초창기였습니다. 개방과 공유를 표방하는 웹2.0시대의 핵심 키워드로는 ‘지식공유’를 들 수 있는데, 대표 사례로 *위키피디아(Wikipedia)가 있어요. 당시 대부분의 기업들은 위키피디아 같은 자신들만의 지식공유 오픈플랫폼을 구축하길 원했죠. *지식경영시스템(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 전문 컨설팅기업에서 일한 선미씨는 주로 대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지식경영시스템을 알리고 교육하는 일을 담당했어요. 한 고객사로부터 새롭게 도입한 시스템에 대한 직원 대상 온라인 교육을 담당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동영상 강의를 직접 진행하기도 했죠. 이때부터 시작한 강의활동은 1인기업가로 독립한 이후에도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퍼스널 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됐습니다.  
 
2019년에 진행한 '일하는 여성은 아름답다' 스토리텔링 강연회.

2019년에 진행한 '일하는 여성은 아름답다' 스토리텔링 강연회.

이후 직장 경력은 인쇄전문기업 타라그룹과 유아용품전문기업 쁘띠엘린으로 이어졌죠. 타라그룹에서는HRD부서의 변화관리담당자로 채용됐지만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 마케팅부서로 옮겨 그룹 전반에 대한 홍보 마케팅 기획 업무를 아울렀어요. 홍보 마케팅 업무를 하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유아용품전문기업 쁘띠엘린으로 이직할 때는 브랜드 매니저로 입사했죠.
 
이곳에서 선미씨는 멘토를 만났습니다. 2010년 온라인 쇼핑몰 기반으로 쁘띠엘린을 창업한 이남진 대표예요. 그가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론칭하고 상품기획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죠. 성장에 대한 갈증은 공부로 해소했어요. 입사 2년차인 2015년엔 서울시립대 MBA 과정에 입학해 MIS(경영정보시스템) 전공으로 빅데이터 마케팅을 보다 깊이 있게 공부했습니다.
링케치를 강의 컨설팅 교육 등을 총괄하는 마케팅회사로 확장시킨 윤선미씨는 에디터 콘텐츠 기획역량 강의도 열었다.

링케치를 강의 컨설팅 교육 등을 총괄하는 마케팅회사로 확장시킨 윤선미씨는 에디터 콘텐츠 기획역량 강의도 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대표님이 1년 동안 저에게 CEO 수업을 해주셨던 것 같아요. 덕분에 저도 쁘띠엘린에서 40여 개 브랜드를 관리하는 브랜드 매니저가 될 수 있었죠. 그때 원가나 가격 경쟁력 등 제조분야에서 어떻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다음에 내 브랜드를 만든다면 제조기반이 아닌 지식서비스 분야에서 시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지식경영 컨설턴트, 디지털 마케터, 브랜드 매니저…, 선미씨가 10년 직장생활 동안 담당했던 3가지 직무에는 한 가지 일맥상통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획 역량이 필수라는 점이죠. 컨설턴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이해하고 분석해 고객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합니다. 마케터나 브랜드 매니저 역시 고객에게 어떤 니즈가 있는지에 대한 기획이 필수적이죠.  
 
건국대에서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퍼스널 브랜딩 강의하는 모습.

건국대에서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퍼스널 브랜딩 강의하는 모습.

MBA 2년차인 2016년에 퇴사한 선미씨는 본격 창업 준비에 들어갔어요. 자신의 정체성을 ‘스토리 디자이너’로 설정하고 직접 다양한 스토리(콘텐트)를 만들어보기로 했죠. 시인으로 등단을 했고(지필문학 신인문학상 수상), 논술교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화 콘텐트를 기획하기도 했어요. 2017년 초에는 브랜드 관련 콘텐트를 담은 매거진(Project-D)을 제작했고, 그해 7월 7일에는 1인출판사 링크스토리를 창업해 어른동화 《내가 별 지켜줄게》를 출간했죠. 또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아이디어융합팩토리 성과평가대회에서 ‘스토리 융합형 브랜드매거진 콘텐츠’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자신을 알리는 탁월한 역량 덕분에 이후 1인 출판사로서 강의 요청도 쏟아졌죠. 서너 곳의 대학과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 한겨레 문화센터 등지에 활발하게 강의하는 중에 디자이너를 채용해 외주 마케팅 업무까지 병행했어요.
 
회사명을 링케치로 바꾼 뒤 콘텐츠진흥원과 함께한 여성들을 위한 창직의 시대 세미나.

회사명을 링케치로 바꾼 뒤 콘텐츠진흥원과 함께한 여성들을 위한 창직의 시대 세미나.

10년 넘게 한시도 쉬지 않고 일했던 선미씨는 2018년 초 결혼과 임신이라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습니다. 임신 후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손에서 일을 놓지는 않았죠. 오히려 회사명을 링케치로 바꾸고 강의 컨설팅 교육 등을 총괄하는 마케팅회사로 범위를 확장시켰어요. 이후부터는 1인기업가로 콘텐츠 에디터와 큐레이터로 활동에 집중했죠. 2019년 3~5월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 ‘콘텐츠에디터 입문 과정’ 강의를 진행하면서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사업을 구상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 프로젝트 사업에 지원해 9월부터 11월까지 ‘링케치 에디터 프로젝트(콘텐츠기획 지식 사업)’를 개최했죠.
 
직장인으로 10년, 자기만의 퍼스널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째를 맞이한 선미씨를 두고 지인들은 워커홀릭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쉼 없이 일하고 학습하는 생활을 이어온 삶이었죠. 하지만 그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보다는 일을 하는 동안 더 큰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합니다. 그는 지금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그처럼 명확한 목표를 갖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윤선미씨는 지난해 서울산업진흥원에서 IoT 지식 큐레이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윤선미씨는 지난해 서울산업진흥원에서 IoT 지식 큐레이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바라보는 안목이 있다면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을 얻는 방법은 책이 될 수도 있고 여행이 될 수도 있겠죠. 저는 20대 때 이탈리아나 스페인 여행도 혼자 다녔어요. 혼자 떠나는 여행은 타인에게 구속되지 않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었거든요. 저는 타인을 무척 신경 쓰면서도 타인에 지배되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세상과 소통하고 읽어낼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글=김은혜 꿈트리 에디터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행하는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dreamtree.or.kr)’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이 되겠다(what to be)는 결과 지향적인 진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how to live)는 과정 중심의 진로 개척 사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틀에 박힌 진로가 아닌,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진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성공 여부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남들이 뭐라 하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길’을 점검해 보길 희망합니다. 꿈트리 ‘자기주도진로’ 인터뷰는 소년중앙과 협업합니다. 
 

 
◈웹 2.0시대: 웹 1.0은 주로 다음·네이버 같은 정보제공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단편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면, 2004년 이후의 새로운 인터넷 환경인 웹 2.0에서는 정보의 소유자나 독점자 없이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생산하고 인터넷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이 된 것. 웹 2.0은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정보를 더 쉽게 공유하고 서비스받을 수 있다.  
 
◈위키피디아(Wikipedia): 웹 2.0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다국어판 인터넷 백과사전이다. 2001년에 시작됐으며 배타적인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용에 제약이 없다. 브리태니커와 같은 백과사전은 정보 제공자와 사용자가 엄격하게 구분되고 인쇄된 순간 고정되지만 위키피디아는 사용자도 정보 제공자로 참여할 수 있으며 끊임없이 정보를 수정·보완할 수 있다.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 지식관리시스템 또는 지식경영시스템으로 부른다. 조직 내부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컨설팅기업·광고회사 등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시스템을 통해 한 개인이 가진 지식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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