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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미국간 나경원의 조기귀국···이인영은 그때가 뼈 아팠다

중앙일보 2020.05.04 05:00
지난해 11월20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함께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국회 입장을 미 의회 관계자 등에게 전하기 위해 함께 워싱턴으로 향했다. 뉴스1

지난해 11월20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함께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국회 입장을 미 의회 관계자 등에게 전하기 위해 함께 워싱턴으로 향했다. 뉴스1

"나경원 대표가 조기귀국해 많은 얘기를 하지 못했다."
7일 1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지난해 11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의 미국행을 꼽았다. 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원내대표 3인의 미국행은 당시 난항을 겪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실마리를 의원 외교에서 찾아보겠다는 모처럼의 초당적 행보였지만 출국일(11월20일)에 황교안 당시 한국당 대표가 돌연 단식노숙투쟁에 들어가면서 나 원내대표는 일정을 이틀 앞당겨 돌아와야 했다. 이 원내대표는 "초당적 외교를 펼치는 한편 (패스트트랙)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며 "결과적으로 마지막까지 진지한 협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끝날 때 가보니 할 일은 거의 다 했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있다”면서도 “공존의 정치, 협치의 새 마당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패스트트랙 입법 전쟁 '승리' 이끌어…'대리 사과인' 별명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여권에선 패스트트랙 입법 전쟁의 승리를 이 원내대표의 최대 치적으로 꼽는다. 그는 한국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검경수사권 조정,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에 관한 협상을 사실상 보이콧하자 바른미래당·정의당 등 군소정당과 ‘4+1 협의체’를 가동해 법안 처리를 이끌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입법전쟁에서 패했다면 총선 때 지지층을 결집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인영표 리더십'도 당내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원내대표단에 속했던 한 의원은 "반대 의견을 내는 소수 의원들을 억누르기 보다는 특유의 인내심으로 설득하며 원팀을 유지했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고비 때마다 공개발언에서 꺼냈던 ‘대통령의 시간’, ‘국회의 시간’ 등 '시간 시리즈'도 화제였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다소 상투적인 어법이지만 상대방에겐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내부엔 집중해야 할 포인트를 짚어주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대리 사과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임기 중 예상치 못한 논란이 튀어나올 때마다 총대를 메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 때 사과한 게 최근의 사례다. 당시 이해찬 대표는 휴가 중이었다. 지난 1월 이 대표 책임 하에 영입한 원종건씨가 데이트폭력 논란으로 물러났을 때, 지난 2월 당 차원에서 '민주당만 빼고'라는 컬럼을 쓴 임미리 교수를 고발해 논란이 됐을 때, 같은 달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대구봉쇄 발언이 물의를 빚었을 때 등 그는 올해만 5차례 고개를 숙였다. 모두 자신의 의사결정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비문’ 벗어나 인지도 급상승…'민주주의자' 이미지 퇴색

 
이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가 됐을 때 내 리더십 기반이 취약했다"며 "혹자는 친문이 아니라서 추진력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 걱정도 했다"고 회고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이 원내대표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상호 의원 등과 함께 86그룹의 대표주자로 평가받았지만 당내 주류라 하긴 어려웠다. 한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맞섰던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따르면서 '비노''비문'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입법과제를 성사시키면서 친문 그룹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에게서 깊은 신뢰를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대중적 인지도도 급상승했다. 그러나 4년 차 여당 원내대표이자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20대 국회의 오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민생을 살릴 수 있다면 야당이 주도하는 것들도 좋다는 마음으로 절박하게 임할 것”(2019년 5월 9일 정책조정회의)이라던 그의 취임 일성은 지켜지지 못했다. 반대로 지난 총선을 앞두고 그는 야당으로부터 "일방통행식 동물국회를 만든 주범인 이 원내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심판해야 할 주요 인물"(통합당 핵심당직자)이라는 날선 비판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김근태 전 당의장으로부터 물려받은 '민주주의자' 이미지는 크게 퇴색했다. 남북 평화 문제 등 '이인영표 어젠더'를 띄울 기회도 잡지 못했다. 86그룹에 속하는 한 민주당 의원은 "자신만의 정치적 어젠더가 뚜렷한 인물인데 임기 중에 어필할 기회가 없었던 거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9 DMZ 통일 걷기'를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해 8월 5일 강원도 철원 평화전망대를 찾아 군 관계자와 이동하며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2019 DMZ 통일 걷기'를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해 8월 5일 강원도 철원 평화전망대를 찾아 군 관계자와 이동하며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당 대표 도전할까…불투명한 미래 

 
민주당 안팎에선 4선에 성공한 이 원내대표의 다음 행보에 적잖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등병의 자세로 코로나19 2차 경제대전 전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도전 가능성에 대해선 "이등병이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을 거 같다"고 말했다. 같은 김근태계 출신인 우원식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이 원내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서울시장 도전, 대권 직행 등도 가능한 시나리오일 수 있지만 아직 본인은 어떤 구상도 피력하지 않고 있다"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임기를 마치면 민통선 트래킹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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