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하는 사이였다"···중학생과 성관계, 더는 이말 안 통한다

중앙일보 2020.05.04 05:00 종합 12면 지면보기
[연합뉴스·뉴스1]

[연합뉴스·뉴스1]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남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여교사도, 여중생을 임신시킨 연예기획사 대표도 이 한마디로 처벌을 피해갔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통과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강간죄로 처벌받게 된다.  
 

중학생과 “사랑해서 성관계 맺었다”고 한다면?

지난해 충북 한 중학교의 30대 여교사가 남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 교사는 교육청 차원의 징계를 받았지만 경찰 조사에선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남학생이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15살 여중생을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임신시킨 뒤 몇 달씩 동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연예기획사 대표는 2017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이 남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미성년자지만 만 13세 이상의 나이였고, 법은 이들에게 성적인 동의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폭력‧협박 등이 없는 성관계였다면 처벌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하면 무조건 강간죄로 처벌한다. 법을 제안한 국회의원들은 “미성년자의제강간연령 기준을 16세로 높여 범죄로 인한 피해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대상자가 19세 이상인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제한을 뒀다. 만약 15세 중학생과 18세 고등학생이 성관계를 맺었다면 “사랑하는 사이”라는 이유가 허용된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교사, 뒤에서 여학생 껴안았다면?

2016년 충남 논산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는 교실에서 남학생들의 춤 연습을 구경하던 여학생을 뒤에서 껴안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교실에 혼자 남아 있던 다른 여학생도 뒤에서 껴안은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교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벌금 500만원으로 형을 대폭 경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을 뒤에서 한 번씩 껴안은 것으로 추행의 정도가 그다지 중하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는 2심과 같은 판결은 볼 수 없다. 기존 법은 13세 미만의 사람에게 강제추행을 저지르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번에 해당 조항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로 바뀌었다. 아예 벌금형이 사라진 것이다. 이 밖에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대중교통수단 등에서 추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됐다.  
 

호기심에 ‘○○○ 동영상’ 돌려봤다면?

2018년 한 여성연예인이 전 남자친구에게서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각종 사이트에는 “공유해 같이 보자”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피해자는 누구나 자신의 은밀한 영상을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해야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불법 성적 촬영물을 유포했을 때는 처벌을 받지만 전달받은 경우는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뿐 아니라 시청만 해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법 조항이 신설됐다. 동의하에 피해자가 직접 찍은 촬영물이라도 의사에 반해 배포하는 것은 불법으로 명확히 규정됐다. 또 만약 이러한 영상을 갖고 협박 또는 강요한다면 각각 1년 이상,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도 새로 생겼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