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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말기 퇴행성 척추 질환, 가성비 좋은 수술 선택을

중앙일보 2020.05.04 00:04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기고 문홍주 고대구로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


우리나라 사회가 초고령화 사회로 넘어가면서 기존의 디스크나 협착증 등의 단순 질환보다 척추 변형이나 다수의 골다공증성 골절을 동반한 말기 퇴행성 복합 문제를 보이는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런 환자들은 신장·뇌·심혈관 질환, 중증 당뇨 등 중증 노인성 질환 없이 비교적 건강한 데도 말기 퇴행성 척추 질환에 의한 통증과 기능적 장애로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한다. 이미 수차례 수술을 받았거나 물리치료, 시술, 진통제 등 보존적 치료나 이전의 단순 질환 치료를 위한 수술로는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특징도 있다. 가급적 수술을 피하려는 사회적 통념에도 불구하고 이런 환자들은 수술하자는 의사를 만나면 오히려 반가워하기도 한다.
 
 충분한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다면 수술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때 ‘수술의 가성비’를 꼭 따져볼 것을 권한다. 값싼 수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가능하다면 자신의 신체를 최대한 보존하고 가장 적게 희생하면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수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단순 척추 질환 수술 중에 관절을 희생하는 척추 유합술은 아직도 많이 시술된다. 증상 조절을 위해 훌륭한 방법이지만 남아 있는 관절의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장기적으로는 인접 마디 변성 등을 가속하거나 일자 요추로 인한 전체 척추의 불균형을 유발하는 풍선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어느 정도 ‘유통기한’이 있는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좋은 치료지만 가성비가 좋지 않아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말기 퇴행성 척추 질환을 앓고 있다면 질환 속에 숨어 있는 단순 척추 질환을 먼저 찾아 앞서 말한 ‘가성비’ 좋은 수술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장수가 가장 훌륭하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단순 척추 질환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더는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비전문적인 수술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척추 변형을 전공하는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또한 수술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보호자와 치료자가 척추 질환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는 것도 필수다. 퇴행성 척추 질환도 퇴행성이다. 70~80세에 수술하고 앞으로 전혀 통증 없이 지내는 걸 기대하거나, 40~50대 환자가 수술 후 척추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 기대하는 것은 척추 질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것이다.
 
 지나치게 수술 이후의 삶을 단정 지어 말하는 의사보다는 수술 후 10년을 함께 고민하는 의사와 수술을 논의하는 것을 추천한다. 말기 퇴행성 척추 질환 치료에는 완벽과 정답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것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환자도 의료진도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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