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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메르스 때부터 변종 코로나 대비 … 중증 코로나19 신약 개발 희망적”

중앙일보 2020.05.04 00:04 건강한 당신 7면 지면보기
 인터뷰 김윤원 이뮨메드 대표
김윤원 이뮨메드 대표는 ’감염병 중증 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팬데믹 상황에서도 의료 공백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김윤원 이뮨메드 대표는 ’감염병 중증 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팬데믹 상황에서도 의료 공백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VSF’
서울대병원 등 여러 의료기관서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는 경계가 없다. 국가·연령·성별 등을 가리지 않는다. 누가 중증으로 악화할지 예측하기도 까다롭다. 대부분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일부는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치료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주목받는 국산 신약 후보물질이 있다. 이뮨메드에서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 항체 신약 ‘HzVSF v13’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를 위해 처음으로 사용을 승인한 임상시험용 의약품이다.
 
 현재 코로나19 표적치료제는 없다. 기존에 쓰이던 약 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해 체내 증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들부터 우선 써 보는 정도다.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치료제 ‘칼레트라’,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로클로로퀸’ 정도가 잠재적 코로나19 치료제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검증 과정에서 실질적인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탈리아도 임상시험용 약 공급 요청
 
그렇다면 이들 치료제를 써도 상태가 나빠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윤원(65·한림대 미생물학과 교수) 이뮨메드 대표는 “면역·병리학적으로 체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중증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중증 비율이 급증하는 팬데믹 상황은 의료 체계 유지에 부담을 준다. 이뮨메드가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증 환자 치료에 주목한 이유다.
 
 
 
HzVSF v13(이하 VSF)은 임상시험 중인 약인데 어떻게 중증 코로나19 치료에 쓰였나.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진행하면 바이러스의 체내 증식보다 폐·심장·콩팥 등 주요 장기에 생긴 염증이 임상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된다. 패혈증·사이토카인 폭풍 등이 대표적이다. 자체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 항체 신약 VSF는 바이러스 증식을 막으면서 우리 몸의 면역 체계 과발현으로 생기는 전신 염증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중증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올해 2월 식약처에 임상시험용 의약품이지만 치료 목적으로 투약할 수 있도록 검토를 요청해 승인받았다.”
 
중증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는 근거는.
 
“동물실험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생기는 염증을 VSF가 완화한다는 결과를 확인한 자료가 있다. 사람이 많이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인 인간 베타 코로나바이러스를 쥐에게 치사량만큼 감염시킨 다음 VSF를 투여했더니 쥐의 70%가 생존했다. VSF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춘 것이다. 사스·메르스의 유행으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10년 내 또 퍼질 것으로 추측하고 준비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VSF의 안전성·내약성 등을 확인하는 임상 1상을 2019년 말 완료한 것도 힘이 됐다.”
 
중증이면 누구나 VSF를 쓸 수 있나.
 
“의료진이 중증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VSF의 투약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 먼저 의료진이 식약처에 치료 목적으로 임상시험용 의약품 사용을 신청한 후 이뮨메드로 제품 공급을 요청한다. 서울대병원·영남대병원·충남대병원·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중증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했다. 대규모 사용을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 VSF의 중증 코로나19 치료 효과는.
 
“긍정적이다. VSF를 투약한 사람은 중증 코로나19로 인공호흡기나 에크모 치료를 받고 있던 7명이다. 이 중 6명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직접 없앤다는 칼레트라를 복용하고, 나머지 1명은 염증이 심해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지만 모두 예후가 좋지 않았다. 더는 손을 쓸 수 없어 VSF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2~4회 투약했다. 그 결과 VSF를 투약한 7명 중 6명은 불과 2~3일 만에 임상적 증상이 호전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체내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폐·심장 손상이 심했던 1명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 억제는 확인했지만 기저질환(폐암)이 악화해 사망했다. 조만간 서울대병원 의료진과 함께 관련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가로 치료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 있나.
 
“최대 24명을 대상으로 VSF의 치료 효과를 체계적으로 확인하는 2상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9월엔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VSF 단독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는지, 언제 투약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중증인데 치료가 늦으면 바이러스를 없애도 염증으로 망가진 폐 기능을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해외에서도 이뮨메드로 VSF 공급을 요청했다던데.
 
“이미 이탈리아는 중증 코로나19 치료 목적용 임상시험 의약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동시에 중증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이탈리아 내 임상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유럽·북미·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등 5개국에서 이뮨메드와 약 공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는 현재 진행형인 감염병이다. 재유행 가능성도 높다. 무증상 확진, 빠른 전파력 등 코로나19의 특성상 언제든지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보건당국도 날씨가 건조하고 밀폐된 실내 생활이 많은 가을·겨울에 2차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VSF가 향후 중증 환자 치료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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