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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경제 반등하겠지만 원위치 안될 것, 아마존처럼 해야 산다”

중앙일보 2020.05.04 00:02 종합 2면 지면보기
코로나19 사태 이후 로보틱스·AI의 활용이 빨라진다. 영화관에 가던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즐기는 등 소비 행태도 달라진다. 앞으로는 아마존처럼 온라인 쇼핑 고객들에게 높은 별점을 받은 상품들을 모아 오프라인으로 판매하거나 일반 종이에 적은 글씨와 그림을 그대로 디지털로 변환해 주는 스마트펜 같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안경수 네오랩컨버전스 회장의 설명이다. 김성룡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로보틱스·AI의 활용이 빨라진다. 영화관에 가던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즐기는 등 소비 행태도 달라진다. 앞으로는 아마존처럼 온라인 쇼핑 고객들에게 높은 별점을 받은 상품들을 모아 오프라인으로 판매하거나 일반 종이에 적은 글씨와 그림을 그대로 디지털로 변환해 주는 스마트펜 같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안경수 네오랩컨버전스 회장의 설명이다. 김성룡 기자

안경수(68) 네오랩컨버전스 회장은 직업이 ‘사장’이다. 1984년 32세에 대우전자 이사에 오른 그는 임원 경력만 36년. 오너가 아닌데도 사장 이상 직급으로 일하고 있는 기간이 27년인 국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맡았던 기업도 정보기술(IT)과 굴뚝, 한국과 일본,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넘나든다. 그는 일본 후지쓰 70년 역사상 본사 임원에 오른 첫 외국인이었다. 안 회장이 한국의 ‘경영 구루’(존경해야 할 사람)라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달라진 비즈니스 환경과 대응책을 듣기 위해 지난달 30일 그를 만났다.
 

안경수 네오랩컨버전스 회장
임원 경력만 36년, 최장수 CEO
“비접촉·비대면이 생활 파고들어
디지털화 한층 더 빨라지지만
가치창출 한계, 계층격차는 커져
온·오프 공존 추구 아마존이 힌트”

코로나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 같은 변화는 인류가 새로운 변화와 타협하며 진행됐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가 정한 프레임에서 우리가 바뀌고 있다. 이미 비접촉·비대면이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지금 드러난 변화는 수면 위 빙산이다. 수면 아래 빙산까지 감안하면 그 변화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로보틱스·AI의 활용이 빨라진다. [중앙포토]

코로나19 사태 이후 로보틱스·AI의 활용이 빨라진다. [중앙포토]

그런 변화의 예로 뭐가 있나.
“디지털화가 빨라질 것이다. 그것도 순서가 있다. 우선 사람 대신 센서로부터 정보를 얻게 된다. 사물인터넷(IoT)의 활용 폭이 넓어진다. 이렇게 모은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빅데이터 기술은 고도화한다. 혼자서는 안 된다. 다양한 분석·활용을 위해 클라우드·네트워크 기술도 발전한다. 일종의 IT판 ‘집단지성’으로 이해하면 된다. 활용의 룰을 정하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시큐리티(보안) 수요도 커진다. 이러면서 가상현실(VR) 같은 기술이 우리 삶으로 들어오고, 궁극적으로는 디지털의 총아라는 인공지능(AI)의 활용이 보편화한다.”
 
긍정적인 변화 아닌가.
“단편적으로 봐서 그렇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디지털 디바이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디지털을 잘 활용하는 ‘생존자’와 디지털에 익숙지 않아 도태되는 ‘탈락자’가 급격하게 구분된다.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올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코로나발 나비효과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국가 간 생산협업도 달라지고 있다.
“당장 ‘전략물자’라는 개념이 달라졌다. 이젠 마스크·진단키트는 물론 비상시를 대비한 각종 일상용품도 국가 안전을 위한 전략물자로 분류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고 물자·자본의 빗장까지 걸어잠갔다. 국제무역의 근간으로 여겨졌던 글로벌 분업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각종 디지털 자산과 네트워크에도 국경이 생긴다. 미국이 화상회의 솔루션 ‘줌’에 대해 데이터를 중국 내 IT 인프라에 저장하는 등의 보안상 이유로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한 예다.”
 
영화관에 가던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즐기는 등 소비 행태도 달라진다. [중앙포토]

영화관에 가던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즐기는 등 소비 행태도 달라진다. [중앙포토]

기업의 경영 환경은 어떤가.
“어쨌거나 경제는 바운스백(반등)할 것이다. 다만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진 않을 것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사람이 넷플릭스를 즐기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극장을 가는 빈도는 줄게 마련이다. 이미 직원을 감축한 기업들은 코로나가 종식됐다고 바로 채용에 나서진 않는다. 달라진 근무 방식과 기술 습득 조건 등에서 사업자와 근로자의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시대엔 코로나 이전 시대의 관점과 방식으로 살기 힘들다는 뜻이다. 물론 기회도 있을 것이다. 다만 코로나 이전 시대에 상상하던 그런 기회는 아닐 것 같다.”
 
연착륙할 방법은 없나.
“역설적으로 오프라인과 아날로그에 답이 있다고 본다. 예컨대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 배달 서비스가 활황이다. 그런데 경제 생태계에서 배달하는 사람만 활동하면 경제 참가자들의 구매력은 계속 떨어진다. 결국에는 온라인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디지털만으로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 아마존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다. 무인 매장까지 포함해 오프라인 매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고객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옴니채널’ 전략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와의 공존을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는 아마존처럼 온라인 쇼핑 고객들에게 높은 별점을 받은 상품들을 모아 오프라인으로 판매해야 한다. [중앙포토]

앞으로는 아마존처럼 온라인 쇼핑 고객들에게 높은 별점을 받은 상품들을 모아 오프라인으로 판매해야 한다. [중앙포토]

기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네오랩컨버전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펜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AI를 장착해 카메라가 달린 펜이 일반 종이에 적은 글씨와 그림을 그대로 디지털로 변환해 IT기기로 옮겨준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원격 수업이 자리 잡으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이처럼 아날로그에 디지털의 편리함을 결합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을 것이다. 평생 아날로그로 살아온 사람이 디지털을 향유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도 줄일 수 있다.”
 
앞으로는 일반 종이에 적은 글씨와 그림을 그대로 디지털로 변환해 주는 스마트펜 같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에 주목해야 한다. [중앙포토]

앞으로는 일반 종이에 적은 글씨와 그림을 그대로 디지털로 변환해 주는 스마트펜 같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에 주목해야 한다. [중앙포토]

대기업 CEO에서 벤처에 도전했다.
“창업자의 기술과 아이디어, 젊은 직원들의 창의성과 열정에 나의 다양한 경험을 접목하려 노력하고 있다. 내 커리어의 마지막을 바쳐 한국의 전반적인 벤처 생태계를 개선하고 싶은 바람이다.”
 
최장수 CEO가 된 비결을 알려달라.
“첫째, 남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열심히 일하되 더 큰 기대는 갖지 말라. 둘째, 직원을 나의 고객으로 생각하고 만족시켜라. 셋째, ‘라떼 이즈홀스’(‘나 때는 말이야’를 뜻하는 유행어) 하지 마라. 늘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변화에 적응하라는 얘기다.”
 
안경수 회장
경기고,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화학공학 석사,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우기술 공동대표, 삼성그룹 비서실 상무, 삼호물산 사장, 효성그룹 부사장, 노루페인트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일본 후지쓰 경영집행역, 소니 B2B솔루션 겸 글로벌비즈니스 그룹장 등 일본 기업의 중책도 맡았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네오랩컨버전스 회장을 맡고 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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