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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폰·OLED 다 수출절벽 ‘고난의 행군’ 시작됐다

중앙일보 2020.05.04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 자동차 판매 감소로 지난달 27일 가동을 중단한 기아자동차의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공장의 야적장이 텅 비어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 자동차 판매 감소로 지난달 27일 가동을 중단한 기아자동차의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공장의 야적장이 텅 비어있다. [뉴시스]

코로나 발(發) 수출 절벽이 산업 현장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 교역이 얼어붙으면서 이미 4월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4.3% 급감했고 당연시됐던 무역 흑자는 99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99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 반전
현대차 4월 미국판매 38.7% 줄어
갤S20 첫달 판매, S10의 반도 안돼
OLED 패널수출 46개월 만에 최저

3일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미국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다. 미국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바로미터다. 한국 자동차 업계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경쟁 업체보다 판매 감소 폭이 작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미국 판매량 집계를 종합한 결과, 현대자동차그룹은 4월 미국 시장 판매가 38.7%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늦게 셧다운(이동 제한 및 생산 중단)에 들어간 미국 실물 경제의 타격이 본격화한 것이다.
 
3월 판매량에서 비교적 타격이 작았던 현대차그룹도 판매 절벽을 맞았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7%, 기아자동차가 38.3%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의 고급 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49.8%나 판매가 줄었다. 지난달에는 현대차(-11.3%), 기아차(+1.0%) 등으로 비교적 선전했다.
 
경쟁 업체들의 감소 폭은 더 컸다.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판매량이 46.7%나 빠졌다.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도 각각 46.9% 판매가 줄었다.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난 셈이다.
 
’판매절벽’ 시작된 4월 미국 자동차 시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판매절벽’ 시작된 4월 미국 자동차 시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미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일본계 완성차 업체의 부진은 더 심각하다. 도요타와 혼다는 4월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54%나 감소했다. 닛산은 63% 감소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4월 신차 판매가 62만 대에 그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의 65만5000대보다도 적은 수치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1980년 신차 판매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월간 판매 수치”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승용차 생산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696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가운데 최상급 제품인 갤럭시S20도 미국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6일 공식 출시 후 단 한 주도 20만 대 이상 판매된 적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외에 5G(세대) 스마트폰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낮은 수요가 S20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도 판매 부진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IT매체 폰아레나·PC맥 등은 최근 시장조사업체 ‘엠사이언스’를 인용해 “갤럭시S9과 S10은 출시 후 2주차에 각각 50만 대, 40만 대 팔렸지만, S20은 미국 출시 이후 7주간 한 번도 20만 대 이상 팔린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전작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보루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수출도 4월 급감했다. OLED는 중국의 공세에 밀려 포기한 LCD(액정표시장치)를 대신해 디스플레이 강국의 자존심을 이어갈 ‘희망’이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2분기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다.
 
4월 OLED 패널 수출은 5억3600만 달러(약 656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25.2% 감소했다. 2016년 6월(5억2500만 달러) 이후 46개월 만에 최저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OLED가 탑재되는 스마트폰과 TV 생산·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디스플레이는 통상 1~2주 전에 주문을 받아 조립·생산을 하기 때문에 패널 수요의 감소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수출 부진은 이제 시작”이라며 “향후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뒷받침하는 경상수지 악화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동현·김태윤·김영민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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