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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실업난 쏘아올린 '전국민' 2탄···정부, 고용보험 꺼냈다

중앙일보 2020.05.03 17:27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둘러싼 논의에 불을 댕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실업난이 신호탄이 됐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에 이은 ‘전 국민’ 2탄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실업부조 도입, 고용보험 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실업부조 도입, 고용보험 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논의의 불씨는 청와대가 먼저 던졌다.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고용보험을 갖추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정치의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연 정책 세미나 자리에서다.
 
이 배턴을 기획재정부가 이어받았다. 바로 다음 날인 2일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공황과 수차례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각국이 오랜 기간 쌓아온 제도의 성벽이 이번 코로나 해일을 막아내는데 역부족”이었다며 “우리도 곧 들이닥칠 고용 충격에 대비해 하루빨리 제도의 성벽을 보수할 타임”이라고 적었다.
 
이 글에 대해 김 차관은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를 도입하자는 뜻으로 적은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김 차관은 “임시직, 일용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어떤 명칭으로 불리든 간에 700만 명에서 최대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근로자가 고용보험 혜택이란 성 밖에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제 성 밖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 개선을 논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고용 형태별 고용보험 가입자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용 형태별 고용보험 가입자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를 보면 올 3월 고용보험 가입자(피보험자 기준) 수는 1378만2000명이다. 경제활동인구 2778만9000명(3월 통계청 조사) 가운데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 도입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일회성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못 박은 긴급재난지원금과는 논의의 규모 자체가 다르다. 1995년 출범한 고용보험의 틀 자체를 바꾸자는 얘기다.  
 
학계에서는 고용보험 대상 확대 자체를 두고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재원 때문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기획재정부 제공]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기획재정부 제공]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산업 변화와 고용 방식이 다변화하며 기존 고용 보험 사각지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의 경우 180일 이상 근무를 해야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등 문턱이 높아 고용 보험 내에 사각지대까지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사업장 기반 고용보험을 소득 기반 보험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이를 바탕으로 고용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실업급여 보장 체계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간의 세수 투입은 불가피하므로 적용 범위와 방법에 대한 타협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고용보험은 지원금이 아닌 보험이다. 먼저 보험료를 내야 보험금(실업급여)도 타고 각종 혜택(직업능력개발 교육, 취업 알선 등)도 받을 수 있다. 현재 고용보험료 징수의 기본은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와 근로자가 반반 부담하는 체계다. 독립 사업자 형태인 자영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면 고용보험료 전액을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 일용 근로자, 자영업자는 지금도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2004년 법이 개정되며 일용 근로자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됐고, 2012년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도 가능하게 됐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용보험 가입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용보험료 부담, 소득이 드러나는 데 대한 걱정 때문에 실제 가입 확대로는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0.2%(3월 기준)도 안 된다. 상용 근로자 비중은 99.8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에도 자영업자는 고용보험 임의 가입의 문이 열려 있지만, 자기 부담과 소득이 파악되는 것을 꺼려 가입률이 낮은 상황”이라며 “세수를 기반으로 보험 범위를 확대하려면 납세자의 자기 책임성이 정확히 알려져야 하고, 국세청 역시 세원 파악을 보다 정확히 하는 등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고용보험의 근간이 되는 기금 재정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고용보험기금은 2조944억원 적자를 봤다. 고용보험료 등 수입(11조8508억원)보다 실업급여 등 지출(13조9452억원)이 많아서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기금 적립금은 2017년 10조원대에서 지난해 7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치 지형의 변화:한국과 G2' 정책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강 정무수석은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연합뉴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치 지형의 변화:한국과 G2' 정책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강 정무수석은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연합뉴스

현재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 대부분이 저소득이거나 근로 형태가 불안정한 사람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가려면 수입보다는 지출 쪽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사업주ㆍ근로자로부터 받는 보험료를 대폭 올리거나 관련 세금을 늘리거나, 아니면 둘 다 시행하는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전 국민 고용보험 논의에 정부가 불을 댕기긴 했지만 이 때문에 실제 방안 마련과 시행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한가득하다.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인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코로나19로 고용보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합의는 이미 되어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기존의 흩어져 있는 고용ㆍ취업지원제도 등을 정비해 추가적인 재원 마련에 대한 부담을 줄일 필요는 있다”고 짚었다. 
 
조준모 교수는 “전 국민 고용보험은 중부담ㆍ중복지에서 고부담ㆍ고복지로, 기금기반에서 세수 기반으로 사회 안전망을 대전환하는 무거운 논의”라며 “기존 국민취업제도와 각종 재정사업을 효율화해 세수를 절약하는 등 재정 건전성 노력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조현숙ㆍ허정원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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