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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시작되나…현대차 4월 미국 판매 38.7% ↓

중앙일보 2020.05.03 15:37
4월 미국 자동차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판매 절벽'이 시작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미주리주 자동차 딜러샵에 판매가 중단된 신차들이 주차돼 있다. AP=연합뉴스

4월 미국 자동차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판매 절벽'이 시작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미주리주 자동차 딜러샵에 판매가 중단된 신차들이 주차돼 있다. AP=연합뉴스

4월 미국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세계 자동차 시장의 바로미터인 미국 시장의 추락이 현실화한 것이다. 한국 자동차 업계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경쟁 업체보다 판매 감소 폭이 작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3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미국 판매량 집계를 종합한 결과, 현대자동차그룹은 4월 미국 시장 판매가 38.7%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늦게 셧다운(이동 제한 및 생산 중단)에 들어간 미국 실물 경제의 타격이 본격화한 것이다.
 
3월 판매량에서 비교적 타격이 작았던 현대차그룹도 판매 절벽을 맞았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7%, 기아자동차가 38.3%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의 고급 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49.8%나 판매가 줄었다. 지난달에는 현대차(-11.3%), 기아차(+1.0%) 등으로 비교적 선전했었다.
’판매절벽’ 시작된 4월 미국 자동차 시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판매절벽’ 시작된 4월 미국 자동차 시장.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경쟁 업체들의 감소 폭은 더 컸다.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판매량이 46.7%나 빠졌다.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도 각각 46.9% 판매가 줄었다.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미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일본계 완성차 업체의 부진은 더 심각하다. 도요타와 혼다는 4월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54%나 감소했다. 닛산은 63% 감소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1980년 집계 시작 이후 최저 판매 수치 

미국 자동차 업계는 4월 신차 판매가 62만대에 그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의 65만5000대보다도 적은 수치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1980년 신차 판매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월간 판매 수치”라고 보도했다. 
미국 생산시설의 '셧다운'이 장기화하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조립로봇들이 멈춰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생산시설의 '셧다운'이 장기화하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조립로봇들이 멈춰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일본계 브랜드의 판매가 크게 줄어들면서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다소 상승했다. 도요타(13.8%→12.0%), 혼다(9.4%→7.6%)의 점유율이 미국·한국 브랜드로 옮아가면서다. 현대·기아차의 4월 미국시장 합산 점유율은 지난달보다 0.8% 포인트 상승한 8.9%가 됐다.
 
위안거리는 또 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현대·기아차가 고질적이던 인센티브(판매촉진비)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주요 완성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인센티브(전년 동기 대비)가 줄었다. 현대차는 저년 동기 대비 인센티브가 5.2% 감소했다. 반면 판매량이 급감한 도요타와 폴크스바겐은 각각 24%, 27%나 늘었다. 인센티브가 줄었다는 건 그만큼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판매 절벽이 계속된다면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승용차 생산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696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은 전년 대비 22%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프랑스의 도요타 공장에 선적이 중단된 신차들이 주차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은 전년 대비 22%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프랑스의 도요타 공장에 선적이 중단된 신차들이 주차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시장은 지난해 2110만대에서 1590만대로, 북미 시장은 1630만대에서 1220만대로 판매가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 내수시장 역시 전년 대비 16.7% 줄어든 320만대에 그칠 것이란 게 IHS마킷의 분석이다.
 
5월 이후 주요 자동차 시장의 생산이 재개될 전망이지만 하반기 이후 시장이 회복할 때까지 복잡하게 얽힌 부품 생태계가 버텨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국 정부는 자동차 부품 생태계 지원을 위해 33조원에 달하는 유동성 공급을 검토 중이지만 기초 체력이 부족한 부품업체의 경우 도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판매 절벽이 본격화하면서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어떻게든 버텨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회복하기를 기다려야 한다”며 “부품 생태계 지원과 재고 관리, 판매망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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