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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지성호 뭇매에···野 “제발 오버말라”vs“뭘 잘못했나”

중앙일보 2020.05.03 14:3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하면서 ‘김정은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미래통합당 태영호·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을 두고 3일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4·15 총선 서울 강남갑에서 당선된 태 당선인은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이다. 그는 4월 2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김정은)가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혼자 일어설 수도, 제대로 걸을 수도 없다는 점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탈북민 출신인 지 당선인은 지난 1일 국내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99% 확신하고 있다”며 북한 내부 소식통을 근거로 사망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이 전날 김정은의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을 보도하면서 건재를 확인했다.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 [중앙일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 [중앙일보]

 
◇비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을 향해 사과와 반성을 촉구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근거 없는 주장을 한 데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물을 먹이다니, 태영호·지성호가 인물은 인물”(박찬대 원내대변인), “알량한 공명심이야말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주범”(강병원 의원) 등 강하게 비판했다. 
 
비판은 야권에서도 나왔다. 서울 송파병에서 통합당 후보로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두 당선인에 대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자문한 대북 전문가다. 김 교수는 이날 “김정은 건강 이상설에 대해 관련 전문가가 예측하고 전망할 수 있지만, 나름의 근거와 정보를 가지고 신중하게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며 “저도 관심 있고 북한 연구자지만 공개적으로 함부로 확언하거나 주장하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일 동안 공개활동이 없다는 것 말고는 확인할 수 있는 팩트가 매우 한정되어있는 상황에서 전문가의 예측과 전망은 크게 두 가지에 기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오후 3시 10분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 시찰 영상을 15분간 방송했다. 김 위원장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행사장에 들어서며 건재를 과시했다. [뉴스1]

지난 2일 오후 3시 10분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순천린(인)비료공장 준공식 시찰 영상을 15분간 방송했다. 김 위원장은 당당한 걸음걸이로 행사장에 들어서며 건재를 과시했다. [뉴스1]

 
그러면서 첫째로 ‘믿을만한, 매우 신빙성 있는 정보나 자료’를 꼽았다. 김 교수는 “도·감청 정보나 인공위성 사진 자료나 정찰정보나 휴민트(인적정보) 등은 대부분 정부만 접근할 수 있다”며 “탈북자 채널을 통한 북한소식통은 본질적으로 추측이거나 전언이고 간접정보다. 따라서 북한 권력 내부의 민감한 사항은 소식통으로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자 청와대와 통일부 장관 그리고 국책연구기관 등이 적극 부인하고 나선 데는 나름 믿을만한 정보와 자료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여기에 비해 두 당선인은 정보와 자료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미흡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국민적 관심사항에 대해 공인으로 입장을 낼 때는 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고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CNN에 일어서거나 걷지 못한다고 확언하거나, 국내언론에 죽은 게 확실하다고 확언하는 건 분명 잘못된 태도이고 북한 전문가로서 부적절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둘째로는 ‘북한의 과거 사례나 행태에서 비슷한 이슈의 패턴을 예측하거나 추론하는 방법’을 꼽았다. 김 교수는 “이미 김정은이 20일 넘게 공개활동이 없던 사례가 충분히 있었고 그때마다 별 이상 없이 등장했던 행태가 여러 차례 있었다”며 “김정일도 수시로 오랫동안 잠적했다 등장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유고의 가능성이 있다면 북한 내부움직임이 보이는 패턴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틀린 주장이 입증되었으면 겸허하게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오히려 변명을 거듭하거나 정치적 쟁점화로 대응하는 건, 우리 야당의 신뢰가 더욱 추락하는 결과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발 실력을 갖추라. 제발 오버하지 말라”며 “제발 ‘동굴’에 갇히지 말고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사고를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김정은이 모습을 보인 직후에도 이들은 “의문이 말끔히 지워지지 않았다”(태영호), “김정은의 건강문제가 없는지는 속단하지 말자”(지성호)고 의문을 거두지 않았다.
 
경기 부천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 [연합뉴스]

경기 부천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 [연합뉴스]

 
◇옹호=방어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상현(무소속)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준공식에 참석한 동영상을 보면 절뚝이며 걷는 듯한 모습”이라며 “그 원인이 발목부상인지, 심장 수술 후유증인지는 모르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잠적했다가 나타났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주장했다.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을 보다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차명진 전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정은 유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차 전 의원은 “인민민주주의, 주체사상 체제에서는 수령이 직접 인민의 끼니까지 챙겨야 한다. 그 수령이 무려 20일 동안이나 사라졌다는 건 통치 포기요, 체제 스톱을 의미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놈이 또 어디 숨어서 뭔가 일을 저지르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행적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통합당의 전신) 의원도 지난 2일 블로그에 “두 당선자는 잘못한 게 없다. 분명 정황은 매우 의심스러웠다. 저도 김정은이 분명 변고가 있을 거라고 봤다. 그리고 뇌경색이 와서 20일 치료 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골든타임 걱정 없는 독재자라고 해도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라며 “대깨문들과 문빠, 달좀들은 광화문 나가서 꽃술 흔들고 생환 잔치라도 벌이기 일보 직전 같다”고 했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지난 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간담회 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지난 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간담회 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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