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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서 100일 새 122조원 빠져나갔다…'리먼 사태'의 4배

중앙일보 2020.05.03 13:4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통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브라질의 헤알화는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지난달 말 달러 대비 -27% 폭락했다. 사진은 지난 3월 1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외환시장의 한 모니터에 표시된 주요 통화 대비 헤알화 환율.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통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브라질의 헤알화는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지난달 말 달러 대비 -27% 폭락했다. 사진은 지난 3월 1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외환시장의 한 모니터에 표시된 주요 통화 대비 헤알화 환율.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서 해외 자본이 짧은 기간 내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급기야 ‘외환위기 도미노’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차이나 쇼크'의 11배 규모 유출

국제금융협회(IIF)가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1월 20일을 기점으로 지난달 29일까지 100일간 개도국에서의 외자 유출 누계액을 집계했더니 1000억 7000만 달러(약 122조 5000억원)에 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일 전했다. 
 
이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0일간 유출된 자금(약 236억 달러)의 4.2배 규모다. 2015년 중국 증시와 위안화가 동반 하락했던 ‘차이나 쇼크’ 때와 비교하면 약 11배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도국들의 재정 악화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면서 이런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각국은 경제 대책과 의료 시스템 확충 등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올해 재정 악화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해 재정 악화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말레이시아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18%에 달하는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는 다급한 나머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재발 방지를 위해 설정했던 재정적자 한도까지 일시적으로 해제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개도국의 재정 적자가 GDP 대비 8.9%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6개월 전보다 1.8배 증가한 수치다.  
 
브라질 등 산유국은 유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재정 부담이 더 늘어난 상황이다. 
 

◇헤알화 27% 급락, 역대 최저치

시장에선 급격한 자본 유출로 개도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각국의 채무 부담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개도국들이 연쇄적으로 외환위기를 맞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면서 세계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개발도상국의 환율 급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개발도상국의 환율 급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미 브라질 헤알화는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달러 환율이 27% 정도 급락하면서 지난달 말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도 같은 기간 25% 넘게 떨어졌고, 터키의 리라화(-15%)는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 들어 개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 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ㆍ남아공ㆍ멕시코ㆍ터키ㆍ칠레ㆍ인도네시아ㆍ태국ㆍ인도ㆍ말레이시아 등 9개 주요 개도국의 경우 지난달 초만 해도 총 1만 명 수준이던 확진자가 지난달 말엔 3만8000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다 보면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지원 놓고 독일 고심

유럽발 악재도 세계 경제를 긴장시키고 있다. 닛케이는 "유럽 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이탈리아의 재정 악화가 화근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 은행들이 이탈리아에 많은 투자를 한 상황이어서 이탈리아가 흔들리면 프랑스 역시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는 7월부터 유럽연합 의장국을 맡는 독일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탈리아를 지원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럴 경우 그동안 소외당했던 동유럽 국가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럽의 재정 위기가 EU의 위상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일의 판단이 더 중요해진 셈이다. 상황에 따라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이탈)로 시작된 EU의 균열이 더욱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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