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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들의 라운지…성수동에서 소문난 '코사이어티'에 가다

중앙일보 2020.05.03 11:03
서울 성수동 서울숲역 근처. 대로변에서 좁은 회색 콘크리트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코사이어티(cociety)’라고 쓰인 작은 주황색 간판이 보인다. 도로에서 불과 한 블록 들어왔지만, 순식간에 적막이 감도는 작은 정원이 나타난다. 성수동의 여느 공간이 그렇듯, 얼마 전까지 금속 공장으로 기능했던 투박한 공간은 완벽하게 모습을 바꿨다. 현대적인 분위기의 회색 건축물에 단정한 가구들이 놓인 창문 너머 공간은 세련된 카페 같기도, 사무실 같기도 하다. 사방이 트인 안쪽 커다란 전시 공간은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대체 뭐 하는 곳일까. 알 듯 모를 듯, 수수께끼 같은 문 너머 공간이 궁금해지는 곳. 바로 코사이어티다.  
긴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색다른 공간, 코사이어티는 공간만큼이나 독특한 서비스를 제안하는 곳이다. 최정동 기자

긴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색다른 공간, 코사이어티는 공간만큼이나 독특한 서비스를 제안하는 곳이다. 최정동 기자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⑪ 코사이어티 이민수?위태양 대표

“자유로울 것 같은 창작자들이 의외로 활동 반경이 좁은 경우가 많아요. 작업에 몰두하느라 항상 바쁘기도 하고, 혼자 일하다 보니 교류가 적죠. 사실 분야는 달라도 창작자끼리 모여 이야기하다 보면 해결되는 문제들이 많아요. 고민을 공유하다 보면 시너지가 생기죠. 이런 활동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을 꿈꿨습니다.”

코사이어티를 운영하는 '언맷피플'의 위태양(왼쪽), 이민수 공동 대표. 지난 16일 서울 성수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코사이어티를 운영하는 '언맷피플'의 위태양(왼쪽), 이민수 공동 대표. 지난 16일 서울 성수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코사이어티를 운영하는 ‘언맷피플’의 이민수‧위태양 공동대표에게 공간을 정의해달라고 하자 나온 대답이다. ‘위워크’처럼 함께 모여 일할 수 있도록 창작자들에게 공간을 대여해주는 공유 오피스의 개념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요즘 주목받는 ‘트레바리’‘문토’‘취향관’처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소셜 살롱의 개념인가.  
 
창작자에게 작업 공간을 빌려주고, 서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내어준다는 점에선 전자와 같지만, 단순한 공간 대여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트를 기획해 창작자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다는 점에선 후자에 가깝다. 두 기능을 절묘하게 섞은 새로운 공간. 지난해 8월 성수동에 문을 연 코사이어티는 정의하자면 ‘창작자를 위한 라운지’다.  
'창작자들을 위한 라운지'를 표방하는 코사이어티는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트로 창작자들이 교류하고 영감과 기회를 얻으며 나아가 창의적인 비즈니스까지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 코사이어티

'창작자들을 위한 라운지'를 표방하는 코사이어티는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트로 창작자들이 교류하고 영감과 기회를 얻으며 나아가 창의적인 비즈니스까지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 코사이어티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가 오픈 기간에는 월 2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멤버십 형식으로 운영됐다. 건축학도부터 커피 브랜드 기획자, 패션 브랜드 CEO, 그래픽 디자이너, 공간 디자이너들이 코사이어티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작업 공간을 사용하거나,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며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고 자연스러운 접점을 만들어갔다. 때로는 코사이어티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A동에 위치한 작업 공간. 혼자서 집중하며 업무와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최정동 기자

A동에 위치한 작업 공간. 혼자서 집중하며 업무와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최정동 기자

 
코사이어티의 공간은 모두 네 동이다. A동은 일을 위한 작업 공간과 미팅룸·회의실·라운지·주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B동은 커피 바와 숍, 도서관으로 꾸며져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공지붕이 매력적인 넓은 C동은 전시‧촬영‧패션쇼‧문화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멀티 공간이다. 실외도 실내도 아닌 D동은 야외 모임과 전시를 위한 열린 공간이다. 워낙 잘 만들어진 공간 덕에 지난해 12월에는 ‘골든스케일디자인어워드’를, 올 1월에는 ‘한국문화공간상’을 수상했다.  
코사이어티의 오프닝 전시,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의 '변화구성.' 판매하는 오브제에 사진 작업을 결합했다. 사진 코사이어티

코사이어티의 오프닝 전시,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의 '변화구성.' 판매하는 오브제에 사진 작업을 결합했다. 사진 코사이어티

 
공간을 채우는 프로그램은 한층 매력적이다. 사진과 오브제가 어우러진 전시장 한쪽에선 커피 브랜드의 팝업이 손님을 맞는다. 야외 공간에선 영화 상영회와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창작자들의 ‘라운드 토크 프로그램’, 우리 주변의 멋진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잇 토크’, 강연 프로그램 ‘코티 인스퍼레이션’ 등 소모임도 활발하다. ‘그림으로 먹고살기, 가능할까요?’‘잡지, 왜 계속 만드는 거죠?’ 등 라운드 토크 프로그램의 주제들도 흥미롭다. 멤버십 이용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맥주 파티는 기본. 가끔 서울 숲으로 소풍을 가기도 한다. 한 달만 이곳에 드나들며 이런 프로그램들을 접한다면 없던 창의력도 샘솟을 것 같은 탐나는 기획들이다.  
디자인에 관한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코사이어티

디자인에 관한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코사이어티

 
코사이어티는 두 대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필요해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각각 건축과 브랜딩을 전공한 이민수, 위태양 대표는 현재 코사이어티 운영 회사인 ‘언맷피플’의 전신 ‘스튜디오 언맷’에서 다른 창작자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각기 배경이 다르고 활동 영역도 다른 1인 창작자들이 모였지만 혼자서 작업할 때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서로 필요한 부분에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사소한 고민도 나누다 보니 새로운 가능성이 계속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림으로 먹고 살기, 가능할까요?' 라운드 토크에서 참여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코사이어티 인스타그램

'그림으로 먹고 살기, 가능할까요?' 라운드 토크에서 참여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코사이어티 인스타그램

코사이어티는 ‘서로에게 영감이 되는 곳’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뭔가를 만드는 창작자들끼리 모여 가볍게 어울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회를 얻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공간에는 사람도 있지만 코사이어티가 기획한 콘텐트도 흐른다. 더 나아가 위태양 대표는 코사이어티를 통해 “사업의 장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창작자들이 단순히 뭔가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이를 통해 사업적 성취를 얻었으면 한다는 얘기다. 12개 커피 브랜드를 모아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들의 이야기를 나눈 ‘다가오는 커피’, 코로나19로 연기됐지만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창작자들이 참여하는 ‘다가오는 상점’ 등의 기획이 그 예다. 본격적으로 투자자와 창작자와의 만남의 장을 만들어볼 생각도 있다.  
바리스타와의 대화를 통해 커피 산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한 '다가오는 커피' 프로그램. 사진 코사이어티 인스타그램

바리스타와의 대화를 통해 커피 산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한 '다가오는 커피' 프로그램. 사진 코사이어티 인스타그램

 
성수동뿐만 아니라 지역 거점을 마련할 계획도 갖고 있다. 코사이어티를 이용하는 멤버들 일명 ‘코티 프렌즈’는 서울 성수동은 물론 지방에 있는 코사이어티도 이용할 수 있다. 지역 거점의 경우 숙박 서비스도 제공한다. 내년 4월쯤 제주도 코사이어티가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위태양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생산적으로 쉴 수 있는, 일과 휴식의 중간 정도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역 거점 계획에 따라 멤버십 시스템도 좀 더 다듬고 있다. 지금처럼 단순한 멤버십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선택지로 구분된 새로운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일과 휴식의 중간인 '창의적업무'가 가능한 지역 거점 공간도 계획중이다. 사진은 성수동 코사이어티. 사진 코사이어티

일과 휴식의 중간인 '창의적업무'가 가능한 지역 거점 공간도 계획중이다. 사진은 성수동 코사이어티. 사진 코사이어티

“코사이어티라는 이름에 저희가 하고 싶은 게 담겨 있어요.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인 ‘소사이어티(society‧사회)’가 아니라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함께 작은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코사이어티(co-ciety)죠.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교류하며, 서로에게 영감이 되고, 성장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사업까지 만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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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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