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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경력만으로 데려온 양정숙, 민변 평판조회에 걸렸다

중앙일보 2020.05.03 09:00
양정숙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윤리위원회에 참석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양정숙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윤리위원회에 참석한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의혹으로 더불어시민당에서 제명 결정된 양정숙 당선인은 어떻게 후보가 될 수 있었고 또 어떻게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됐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일 더불어시민당 핵심 관계자 등 복수의 인사에 따르면, 양 당선인의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내며 인권 변호사로 알려진 이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 국가인권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4명의 상임위원과 7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3년이다.
 
국가인권위 비상임위원은 차관급으로, 주로 법조계ㆍ학계ㆍ종교계 등에서 인권 관련 업적으로 신망과 권위를 인정받은 인사들에게 주어지는 자리다. 인권위 비상임위원 출신 한 인사는 “변호사가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공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리”라며 “진보ㆍ개혁 성향 인사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으로 이를 위해 줄 선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그리고 민변에서 장주영 전 부회장, 윤기원 전 사무총장 등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 더불어시민당 핵심 인사는 “양 당선인이 4년 전인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19번 후보였고 인권위 비상임위원 이력까지 지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 보고 비례대표 후보로 올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양 당선인의 부동산 차명거래 의혹이 불거진 7일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고 한다. 4년 전 신고재산보다 약 43억원이 늘어난 92억원의 재산형성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양 당선인 재검증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과거 민변 회장을 지낸 인사, 양 당선인과 사법연수원 기수(22기)가 비슷한 법조계 인사 등을 상대로 평판 조회를 벌였다. 더불어시민당 핵심 인사는 “평판을 들어보니 양 당선인에 대해 ‘공당 후보로는 부적합하다’ ‘인권 변호사라고 보기엔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등 대부분 부정적인 얘기들이었다”며 “인권위 비상임위원은 요직인데 그 분이 왜 갔느냐고 의아해하는 반응도 있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지도부가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 합동 해당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민주당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이해찬 대표,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우희종 상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지도부가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대위 합동 해당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민주당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이해찬 대표,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우희종 상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양 당선인은 지난해 5월 인권위 비상임위원 공모에 응모했다가 탈락했었다. 그러다 민주당 몫으로 추천돼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선출안이 통과됐다. 이어 지난 1월 13일 취임했다가 42일 만인 2월 24일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당시에도 인권위 안팎에서는 “비례대표에 출마할 생각이었다면 인권위 비상임위원은 간판으로 생각한 것밖에 더 되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더불어시민당 한 관계자는 “결국 민변 등에 대한 평판 조회와 부동산 의혹 및 정수장학회 이력에 대한 소명 부족 등으로 양 당선인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더불어시민당은 지난달 11일 자진사퇴를 한차례 요구했지만 양 당선인은 사퇴를 거부했다. 그러다 4ㆍ15 총선이 지나서야 양 당선인 당적 제명 및 검찰 고발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서자 총선 악재를 우려해 뒷북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후보 검증 과정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송갑석 대변인)고 했지만, 야당은 “선거를 앞두고 비난 여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묵인한 것 아닌가”(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 “민주당이 (의혹을) 몰랐다면 그야말로 무능의 극치”(김형구 민생당 상근부대변인)라고 주장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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